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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숲, 황금빛 여름을 기대하며열네 번째 나무-연초면 한내리 모감주숲

▲ 지난달 27일 카메라에 담은 모감주나무 숲
연초면 한내마을 해안가에 모감주숲이 있다. 작고 아늑한 바다에 어울리는 아담한 숲이다. 짧은 해안선을 따라 길이 60m에 폭은 15m 정도이고 하얀색 철책이 두르고 있다.

모감주숲은 1991년 12월 23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112호에 지정됐다. 말은 숲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작은 규모의 군락지다.

숲 앞에 세워진 기념물 안내판에는 모감주나무 41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고 나와 있다. 직접 세어보니 53그루다. 이 가운데 28그루 정도는 몸통이 두루마리 휴지보다 가는 어린나무들이다. 나머지는 피부가 검고 쩍쩍 갈라진 오래된 나무들이다. 모감주 사이에는 늙거나 고사한 해송과 팽나무도 섞여 있다.

▲ 모감주꽃(2012.06.25)
겨우내 바싹 말랐던 나뭇가지가 4월 초엔 싹이 돋더니 말에는 연녹색 어린잎이 제법 풍성해졌다. 여름이 시작되면 녹음은 더욱 짙어져 뜨거운 여름 해를 완전히 가린다. 그리고 7월이 되면 꽃대가 솟아 엄지손톱만 한 노란 꽃이 숲 지붕을 뒤엎는다.

그래서 ‘여름을 아름답게 하는 나무’ 혹은 ‘황금비를 내리는 나무’라고 칭송받기도 한다. 한 나무 전문가는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모감주나무를 꼽았는데, 이유는 화려한 황금빛 꽃이 7월의 짙푸른 녹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란다.

꽃이 지면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콩보다 약간 크고 둥글다. 검은색이고 매우 단단해 금강자(金剛子)라고 불린다. 불교에서는 큰 스님의 염주를 만드는 데 쓰였다.

이처럼 모감주는 불교와 관련이 깊다. 모감주숲 안내판에 따르면 통일신라시대 말 한 스님이 숲을 조성했다. 모감주를 심으면 잡귀를 쫓고 평안을 가져다준다는 전설을 믿고, 당시 바닷바람과 해일 등으로 고생하던 이곳 한내마을의 무사태평을 위해 강원도 어느 절에서 종자를 가져와 한 줄로 심었다고 한다. 특히 오늘날까지 모감주로 방조림을 조성한 곳은 전국에 여기밖에 없다고 한다.

연초면지 한내마을 편에서는 전체 맥락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기록돼 있다. 지금 한내는 땀 ‘한(汗)’과 안 ‘내(內)’를 쓴다. 예전엔 마를 ‘한(旱)’에 개울을 뜻하는 우리말 ‘내’를 붙여 썼다. 마을 중간에 큰 개울이 흘렀는데, 마을 뒷산이 암벽이라 비가 온 뒤엔 개울이 마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물이 없어 매년 흉년이 들다가 조선 중기에 한 도승이 앵산 절(하청 북사 추정)을 찾아가다 근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물기운이 땅에 스며들 수 있도록 땀 ‘한(汗)’으로 고쳐 사용하라 했단다. 그 뒤 웅덩이에 물이 나왔다. 그 도승은 또 마을 앞 해변이 허해서 태풍이 불면 사기(邪氣)가 마을에 닿아 질병과 빈곤으로 고생할 것이라면서 강원도에서 가지고 온 모감주 한 그루를 해변에 심었다고 한다.

연초면지 문화유적 편에서는 이 숲이 *어부림(漁付林)으로써 마을사람들이 어장터로 이용했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해풍을 막아주는 숲이 있어 예전엔 마을 이름이 막을 ‘한(捍)’에 바다 ‘해(海)’를 써 ‘한해’라 했단다.(*바다에 그늘을 만들어 물고기 서식을 늘리는 목적으로 조성한 숲)

이처럼 근심을 없애주는 나무라 해 ‘무환자(無患子)나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무환자나뭇과에 속한 엄연히 다른 수종이다.

모감주숲은 불교의 자비로 조성돼 지금까지 불교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인근 해인정사에서 매년 정월 열나흗날(음력 1월 14일)에 신도와 마을 주민을 모감주숲으로 초청해 동향사천왕제를 지낸다. 해인정사 주지 자원스님이 거제에 오고 난 뒤 9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8회째다.

2003년 태풍 매미가 닥쳤을 때는 크게 훼손됐었다. 당시 자원스님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고 자비 150만 원을 들여 모감주 30그루를 더 심었다고 한다. 문화재청에서 매우 고마워했다고 자원스님은 말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사람 손을 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해변이 조용하고 아늑하며, 주변 산업단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녹음지역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다. 그러면서 쓰레기가 늘고, 사람이 없을 땐 화장실 변기 등 대형폐기물이 버려진다.

최근엔 사단법인 파라미타 청소년연합회 학생들이 청소하고 갔는데 순식간에 다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이에 자원스님과 마을주민들은 이런 무단투기가 근절되도록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길 염원하고 있다.

한편 거제시도 경남도와 절반씩 부담해 사업비 5300여 만 원으로 모감주숲을 곧 정비할 계획이다. 경남도문화재위원은 고사목 제거와 병든 나무의 외과수술, 주변 환경정화를 통한 경관 가치 제고, 새로 매입한 부지의 배수 정비, 군락지내 노송의 재선충 예방, 모감주공원 조성 등의 의견을 냈다.

모감주숲이 실제로 언제 조성됐는지는 알기 힘들다. 다만 한때는 말 그대로 울창한 숲을 자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주변 밭에 해를 가린다고 해코지를 당하고, 마을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쇠 두들기는 소리와 키다리 크레인에 고립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마을의 보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해인정사가 나무를 심고, 마을청년회가 살뜰히 관리하며 철책 밖으로 녹지를 늘려가고 있다. 한내마을이 여전히 역사의 현장으로 인정받는 것은 이처럼 모감주숲을 지켜낸 주민들의 애향심 덕분일 것이다.

▲ 꽃이 만발한 모습(2012.06.25.)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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