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봄꽃은 화사하게 피어나는데, 어찌 ‘4월은 잔인한 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봄은 새싹을 피우면서 ‘희망’을 보여주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가 맞이하는 봄은 암울한 ‘절망’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절망을 느끼는 이유의 대부분은 ‘환경이나 제도와 같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나 방법과 같은 정신과 의지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가 일 년이 되었지만,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또한,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변화와 대책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작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피해자들에게 위로하기보다는 비인간적인 혐오와 모멸의 감정을 주면서, 아픈 그들에게 분노와 슬픔을 안겨주는 섬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갖추어야할 것을 잃어버린 이런 모습들이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고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한다.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라고 볼 수 없다. 우리의 정치 환경은 혼탁하고, 경제 환경은 삭막하다. 그나마 정신세계를 안정되게 이끌어가야 할 언론계와 교육계 그리고 종교계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하나, 그렇지도 못하다. 현실을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보도해야할 언론인들이 ‘사실’을 덮어놓거나 누군가의 편에 서서 왜곡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을 볼 때면, 우리 미래 사회가 참으로 암담하게 느껴진다. 일부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여론을 왜곡시키거나 조작하여 엉터리 사실들을 전달하면서, 우리의 정신세계를 병들게 하고 파괴시킨다. 우리 사회의 정신문명도 파멸하게 만든다.

언론은 진실만을 보도해야 한다.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야 할 교육자들이 합격이나 취직을 위한 지식 습득만을 강요하는 모습을 볼 때, 그들이 사회적인 역할에서나 가치가 훨씬 모자라 보이며 비겁하게 느껴진다. 불의와 사기 그리고 비양심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 용기 있는 가르침은 엄두도 못 내고 침묵과 방관 혹은 못된 타협을 하는 엉터리 교육으로 우리를 공황상태로 만든다. 교육은 사람의 입장을 우선으로 정의와 원칙과 양심을 알게 하여, 삶의 본질을 살피고 삶의 방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어둡고 낯선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고, 길잡이가 되며, 의지처가 되어야할 종교인들도 자신의 주장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는 혼란한 모습을 보인다.

진리에서 벗어난 세상의 기준과 잣대에 따라서 안일하게 살기를 좋아하고, 세상으로부터 받는 대접에 익숙해지면서 진리의 실천을 멀리 한다. 세상의 고통과 절망은 애써 외면하면서도 자신만은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길 원하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추악한 욕망을 마구 부리면서 세상을 미치게 만들고 있다. 인류 사회에서 4대 성인(四大 聖人 - 붓다,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들은 진리를 깨닫고, 이를 사회 속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 주었다. 달마대사의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에서는 ‘도에 이르는 길이 두 가지가 있는데, 이입(理入 - 진리의 깨달음에 의한 입문)과 행입(行入 - 실천에 의한 입문)이 근본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입과 행입은 종교인이 갖춰야할 수행의 두 축(軸)인 것이다.

처음과 끝이기도 한 것이다. 상구보리는 깨달음이요, 하화중생은 사회적 실천이다. 종교는 깨달음과 그 실천을 생명으로 한다. 언론인과 교육자 그리고 종교인들은 삶의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 갖고, 정신세계가 무너져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위해서 책임 있는 계몽활동을 하여야 한다. 허나 썩어빠진 현실 세계는 인간성 회복운동에 무관심하기가 쉽고, 가끔은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용기 있는 지식인이 나타난다 하여도 오히려 잘난 척 하는 선동자로 몰아버린다. 그래서 어느 공동체에서도 본받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나기가 어렵다. 어른이 없어지면서,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같이 없어진다.

공감이 사라진 이 시대에서는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동체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고립감’과 ‘허탈감’ 그리고 ‘배신감’을 느끼면서 우울한 절망감을 갖게 된다. 우울증과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의 모습은 점점 사악해져 가고, 삐뚤어진 이상심리는 인간을 ‘패륜종자’ 또는 ‘야만종자’로 만든다. 그런 절망을 견디지 못하여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전 세계에서 1위라고 한다. 자본 중심의 사회와 무한 경쟁 등으로 그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삶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예전에는 조금 가난하더라도, 조금 뒤처지더라도 쉽게 목숨을 끊지는 않았다. 생로병사가 자연이기에, 자연의 질서와 흐름에 역행하는 자살을 가장 큰 죄악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어떠한 고통의 문제가 오더라도 견디고 극복하면서 자연과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 된다. 무엇을 하던 죽지 않을 수는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그 무엇을 할 수가 있다.

우리에게서 ‘삶’은 어떤 것에 대한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몰라서 답답했던 것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다. 불행한 고통에서 벗어나서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부족한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변화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삶은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숨 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힘든 일이다. 왜? 죽은 사람은 아무리 숨을 쉬고 싶어도,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의 몸 한 번 받는 것이 사천(四天) 위에서 바늘을 떨어뜨려서 겨자씨에 꽂히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내 자신이 자신을 짓밟지 말고 스스로 귀하게 여기는 자신을 아끼는 정신이 필요하다. 살아서 숨 쉬는 그대는 단연코 훌륭하고 고귀한 존재인 것이다. ‘세상비고 망심자고(世上非苦 妄心自苦)’라 했다. 세상은 고통이 아니건만, 망심이 스스로 괴롭다하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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