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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어깨 맞댄 불편한 사이열두 번째 나무-문동 팽나무와 음나무

상문동 삼룡초등학교 동편 펜스 너머에 커다란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줄자로 재어보니 흉고(사람 가슴높이) 둘레가 4.1m이다. 거제시 보호수 지정 관리 대장에는 3.7m로 나와 있다. 치수 재는 방법이 그때와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히 40cm가 늘어났다고 말할 순 없겠으나, ‘자랐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따라서 대장에 기록된 수고 15m, 수관 직경 20m도 현재는 더욱 성장했을 거라 짐작된다. 1982년 11월 10일 마을나무 12-19-1-4-1에 지정됐으며, 지정 당시 수령은 250년으로 보고 있다.

여기 주소는 문동동 603-1인데, 이 마을에서 생활하지 않는 사람은 꽤 찾기 어렵다. 삼룡초에서야 펜스 하나를 둔 가까운 거리지만, 직접 만져보고 기대봐야 이 나무의 생명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문동교회에서 상문고 방향으로 약 50m 정도 가면 문동교가 나온다. 여기서도 팽나무가 보인다. 문동교에서 하천 상류 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면 문동경로당이 나오고, 다시 그 오른쪽 샛길로 가면 된다. 주변이 논밭이라 나무가 훤히 잘 보이는데도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샛길에 샛길을 이어 찾아야 해서다.

그렇게 도착하면 아름드리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하나는 보호수인 팽나무요, 다른 하나는 개인 소유의 음나무다.

음나무는 엄나무라고도 하며,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는 팽나무를 포구나무라 부르듯, 음나무를 응개나무라고 부른다. ‘개두릅’이라고 하는 어린잎은 식재로, 나무껍질은 약재로 쓰인다.

음나무는 높이가 25m 정도로 자란다. 키가 큰 음나무와 옆으로 자란 팽나무가 어깨를 맞댄 모습이 ‘홀쭉이와 뚱뚱이’처럼 콤비를 이루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여기 음나무는 큰 키를 이용한 자연 담장이다. 팽나무 옆에 이 모(82) 할아버지의 땅과 집이 있는데 팽나무가 ‘네땅내땅’ 할 것 없이 사방으로 가지를 뻗치자 70여 년 전 할아버지의 부친(父親)이 심은 것이다.

평범한 돌담은 팽나무를 막지 못한다. 나무는 성질이 수관(樹冠)이 자라는 만큼 뿌리도 땅속에서 세력을 넓히는데, 지상 지하로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역시 나무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와서는 두 나무의 대립이 마을의 고민거리가 됐다. 두 나무가 가까이서 뿌리를 섞고 가지가 엉키다 보니 지켜보는 마을주민들로선 마을 당산나무인 팽나무가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동에선 오늘날까지 이 나무에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당산제 규모가 줄고, 당산날을 섣달 그믐날(음력 12월 30일)에서 정월대보름으로 옮기는 등 변화는 있었지만, 여전히 마을의 안녕을 비는 귀한 수호목인 것이다. 올해 정월대보름에도 당산제를 지냈다고 한다.

반대로 음나무의 가치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할아버지에겐 아버지가 남긴 소중한 유산이요, 다른 한편으론 잡귀를 쫓는 부적이다. 음나무는 예부터 가지를 방문이나 대문에 걸어 잡귀를 쫒는 용도로 쓰였다.(*이런 면에서 귀신 쫒는 나무와 제(祭) 올리는 당산나무는 흥미로운 조합이다)

또 거제에서는 당산제만큼이나 희소가치가 있는 아름드리 음나무이다. 현실적인 문제에선 팽나무가 세력을 넓힌 만큼 열매인 포구도 퍼지는데, 해마다 마당을 뒤엎는 어린싹을 제거하기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고민이 깊어 보였다. 2대에 걸쳐 팽나무 옆에 살아오면서 사실 누구보다 이 나무를 살뜰히 보살핀 사람이다. 그늘이 좋고, 근처 냇가의 물소리가 좋아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학교 학생들까지 자주 찾는 휴식처다. 자연히 쓰레기가 늘고 지저분해지는데 이 할아버지가 묵묵히 주변 정돈을 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이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이 할아버지에게 가보라 입을 모은다.

할아버지에겐 두 나무 모두 소중하고, 마을에선 아무래도 팽나무 걱정이 앞선다. 부디 할아버지와 마을의 고민을 덜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혜가 모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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