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거제의 절경을 구경하려 몰려든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바쁜 시기다. 거제의 절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곳이 있는데, 남부면에 위치한 대병대도와 소병대도다.

대병대도, 소병대도의 병대란 ‘나란히 줄지어 있다’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대병대도는 많은 섬들이 줄지어 서있고 소병대도는 그보단 좀 적은 섬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다.

거제시 남부면 여차만 일원에 있는 대·소병대도는 날씨 변화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로라는 사진작가들은 한번쯤 풍광을 담고 싶어 하는 섬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섬에 전설하나쯤 있을 법하다. 소병대도와 얽힌 설화 하나를 소개 한다.

까마귀개의 전설

몇 백 년 전 거제 한산도에(한산도는 1895년까지 거제부에 둔덕면에 속했다가 1953년 거제군 복군 때부터 통영에 속함) 큰 부자가 살았다. 어느 날 부잣집을 지나던 스님이 이 집에 시주를 부탁하러 갔는데 부자는 시주는커녕 하인들을 시켜 멍석말이를 하고 내 쫒았다.

스님은 부자의 행동이 너무 괘씸해 며칠 뒤 변장을 하고 부잣집을 찾았다.

자신을 지관(地官-풍수지리설에 따라 집터나 묏자리 따위를 가려서 고르는 사람)이라 소개한 스님은 “나는 지관인데, 당신네들이 이렇게 부자로 잘 사는 것은 어느 선대를 잘 모셔서 그런 듯한데 선산 구경을 좀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부자는 스님의 말에 쉽게 응했다.

부자의 선산을 찾은 스님은 그 자리가 자손이 번창할 명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자의 5대조는 가난했었는데 흉년이 들자 기니를 해결하기 위해 칡을 캐러 갔다가 배가 고파 죽었다. 후손들이 시체를 따로 옮기지 않고 묘를 썼던 곳이 명당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스님은 부자의 행실이 좋지 못해 벌을 주려고 거짓말을 했다.

스님은 “만약 이 선산을 여기다가 이대로 놔두면 당신 생전에 그 살림과 자손이 다 망할 것이다. 그러니 이 묘를 지금 다시 좋은 자리에다 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의 말을 들은 부자는 걱정이 돼 스님에게 되물었다. “어떤 곳에 이장을 하면 되겠습니까?”

스님은 부자의 선산에 있는 시체를 수습해 바다 건너 거제도 남쪽에 다시 묘를 팠다.

사람들은 몰랐지만 멀리서 보니 땅을 판 자리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맥이 흐르는 자리였다.
신기하게도 이장을 모두 마치자 묘에서 까마귀 3마리가 튀어나와 묘지 앞에 위치한 섬에 한 마리씩 앉는 것이었다.

그 후로 부자의 살림은 망하고 자손들도 가난하게 살게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묘를 파낸 자리에 생긴 섬이 대마도와 마주하는 곳에 있고 묘 이장을 마치자 튀어나온 까마귀가 앉았던 섬을 까마귀 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남부면 여차에서 홍포방면의 비포장 길을 가다보면 대병대도와 소병대도를 전망하기 좋은 전망대가 있는데 그 아래를 까마귀개라고 부르고 앞에 작은 섬 3개를 소병대도하고 부르고 있다.

참고자료 -구비문학대계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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