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절차 허술해 의도적 기망행위’ 의혹 제기
해수부에 사실조사 및 감사원 감사 청구 계획
환경친화·공익부합 ‘최소한의 매립’ 절차 강조

고현항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배진구, 이하 대책위)는 매립 자체를 반대하는 ‘근본주의 환경운동’을 지향하는 단체는 아니다. 고현항 재개발과 관련한 최상위 기관인 해양수산부는 그런 인식이었던 듯 하다. 지난달 26일 대책위의 해수부 방문에서 오해는 다소 풀렸다. 대책위는 환경친화적이며 공익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매립을 강조한다. 현재 고현항 재개발사업은 실시계획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대책위 김두호 사무국장은 법대 출신답게 행정절차의 허술함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시의회 의견청취와 지역여론 수렴절차 등에서 거제시의 의도적 기망행위가 개입된걸로 판단됩니다.”
지난해 6월 거제시의회는 6대 의회 임기만료 전 마지막 임시회에서 ‘사업부지내 공공시설 50% 이상 상향 조정, 공원규모 확대, 아일랜드형 폭 50미터 수로설치’ 등 3개 사항을 지역협의회와 협의 후 결정토록 조건부 찬성의견을 내고 매립기본계획 변경 절차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사업자 측은 한 차례만 고현항재개발사업 지역협의회(이하 지역협의회)와 간담회를 연 이후 수로형 매립은 불가하다는 견해만 내세운 채 3개 사항에 대한 협의는 아무것도 진척된 게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절차상 하자가 중대한걸로 지적되고 있다. 비난만 자초한 지난해 4월 주민공청회, 매립승인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사업계획 고시(14년8월), 사업자만의 계획을 근거로 한 환경영향평가 설명회(14년10월) 등 ‘독주행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변한다.

“해수부와 거제시는 여론수렴기관인 지역협의회와 시민 대표기관인 시의회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것처럼 안심시켜놓고선, 철저히 이를 무시하고 행정절차를 진행시키고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실제 거제시는 지난해 8월 사업계획 고시 이후 ‘지역협의회 협의 완료 이전에는 중앙연심의 안건 상정이나 실시계획 신청은 없을 것’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중앙연심의 의안 상정이 된걸로 파악된다. 중앙연심의 심의 역시 ‘대면심사’가 돼야 함에도 ‘서면심사’로 진행돼 해수부 훈령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중앙연심의 1차 심사보류 이후 거제시의 보완자료가 허위로 꾸며졌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자료에 적시된 ‘협의 보완 취지의 주민설명회’ 사진은 다름 아닌 ‘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 현장이었고, 지역협의회와의 18차례 협의했다는 내용도 회의 횟수일 뿐 거제시와 사업자가 참석한 횟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조업 차질 우려도 간단히 볼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일련의 절차에서 불거진 삼성중공업의 의견 표명에선 건조 차질과 해상 충돌 등 문제점이 우려되는걸로 지목됐었다. 이는 고현항의 무역항 지정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고현항 재개발 이후의 교통악화문제도 짚었다. 고현항 매립지의 우회도로 개설도 없이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교통량을 장평동 49층 주상복합 건물 앞 도로를 거쳐 국도14호선으로 유도한다는 게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권민호 시장이 면동 순방 과정에서 발언한 ‘공원 조성 및 주차장 1만평 건립’ 약속 또한, 고현항재개발사업이 ‘국가사무’에 속하는 만큼 지자체 권한으로 문제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실시계획 변경과 공동심의위 심의 등 제반 절차부터 전제돼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그간의 행정절차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일련의 항만재개발 및 공유수면매립에 관련된 행정절차들이 전면 재검토돼야 합니다. 고현항은 공원, 광장, 주차장 등이 조성되는 시민친수공간으로서 공익적 목적에 의해서만 매립이 진행돼야 합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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