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학교는 삼월을 맞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정월 초하룻날이라 하지만, 학교만은 이 삼월에 새 학기를 맞는다. 지난해의 결실을 음미하면서 이월 한 달 부족했던 점은 보충하여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삼월은 그리 자신에 차 있지 못하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의 현재 모습에 괴로워하고 반성하며 대책을 늘어놓고 있어도 아무도 흡족해 하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교육의 문제가 지난한 것이라는 점은 인식하면서도, 이게 ‘정답’이라고 선뜻 내놓을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인 것이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으로 감시카메라를 의무적으로 달기로 하였다는 보도를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내려앉는 아픔을 절감한다. 어찌 우리의 교육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교육이 방향을 잃고 헤맨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국가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수립이 된다기보다는 코앞의 현실에 너무 묶인다는 생각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산업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소위 주문식 교육이라는 것은 학생들의 창의력에 차단기를 내렸고, 그 결과는 개인의 발전에도 장애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하여 교사들을 감시하기 위한 카메라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정말 교육이 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결과에서 나온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떤 사태가 벌어지면 그 뿌리가 뭔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교육은 목전의 결과만을 원하다가 깊이 병들어 있는데, 경제원리가 끼어들어 제대로 진단을 못하고 있다. 마치 눈이 아픈데 피부과를 찾아간 꼴이다.

어린이 폭행사건의 뒤에는 교육보다는 경제원리에 따라 임하는 운영자의 횡포도 있고, 교사 양성의 허점도 있다. 이 모두는 우리가 교육 문제에 임하는 태도가 너무 근시안적이고 안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교육을 담당할 사람들을 양성하는 방법에는 편법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른 인재의 양성보다 교육을 담당할 사람은 우리 사회의 최고 능력자들이 모이도록 보수와 정책에서 배려를 해야 한다. 교사 양성도 이론과 실습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정규과정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폭력이 있었다 하여 감시카메라를 설치함으로써 어떤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가. 가장 친근하게 신체 접촉이 필요한 시기에 놓여 있는 아동들에게 접근을 막는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폭력으로 오인할 수 있으니, ‘안아 주지도 말고, 쓰다듬어 주지도 말고, 머리를 빗겨 주지도 마라’는 식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잘 했다고 궁둥이 토닥거리는 것도 문제가 나오면 폭력으로 간주되니 조심하라, 아이와 잡고 구르고 뛰고 같이 까르르 웃는 것도 하지 마라는 식의 기피성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우리의 교육은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나쁜 짓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감시가 있다고 생각하면 소신껏 행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존심에 금이 가서 긍지감마저 상실하게 되는 법이다. 교사를 범법 가능자로 인식하여 감시하겠다는 발상은 하루 속히 재고되어야 한다. 이런 근무환경에서 누가 일하려 하겠는가. 교육에는 훌륭한 인재가 모여야 하는데, 이런 환경이라면 누가 오겠는가. 머지않은 날에 아동교육에 종사할 사람이 없어 훌륭한 교사를 모셔오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어린이의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린이에 대한 폭력을 무겁게 다스리려하고, 근절시키려 한다. 폭력을 쓰지 않고도 교육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하려면 비전공자의 단순 가담이나 운영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으로 만들었다가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 훌륭한 교육자를 양성하여 철저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교권을 확립해 주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것이 먼 미래를 위한 우리의 할 일이다.

작금 한국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정말 교육은 백년대계여야 한다. 눈앞의 현실에 흥분해 버리면 안 된다. 차분히 흥분을 가라앉히고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하루 속히 교사들의 밝은 얼굴빛을 보고 싶다. 그들의 밝은 얼굴에서 사랑이 넘쳐 나와 우리의 아이들이 그의 품에 안겨서 실컷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교사들을 믿기에 이 삼월에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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