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합격자는 남들보다 쉽지 않은 도전으로 청각장애 2급이라는 장애를 딛고 여생을 사회봉사 활동을 위해서 시작됐다는 데서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인생은 60부터가 아닌 70부터’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고정복 씨의 미용사 도전기를 들어봤다.

1948년 장승포동 두모마을에서 태어난 고 씨는 어려서부터 녹록치 않은 가정 형편에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단다.

젊은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부산으로 떠나 갖은 고생을 했고 군대에 가선 월남전에 참전해 양 쪽 고막을 모두 잃는 사고를 당했다.

고 씨는 국가유공자라는 명예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나라에선 그를 위해 고막재생 수술비는커녕 보청기 하나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고 씨는 불평이 없다. 늘 웃고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얼굴엔 늘 미소가 가득한 낙천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몇 년만 있으면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미용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배경에도 고 씨의 낙천적인 성격이 적잖게 도움이 됐다.

고 씨가 미용 자격증을 도전하리라 마음먹은 것은 2년 전부터다. 평소 흰머리가 많았던 고 씨는 머리염색을 자주하곤 했는데, 어느 날 통영의 한 천연염색 전문점에서 염색을 하고나서 꼭 이 기술을 배워 또래 노인들에게 봉사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단다.

천연염색약은 화학약품이 첨가된 염색약과 달리 냄새나 부작용(두피 가려움증 등)이 전혀 없다는 데 매력을 느꼈고, 나이가 들면 염색을 안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생각에 고 씨는 미용학원부터 등록 했다.

60세가 넘은 수강생은 미용학원에서도 특별한 경우다. 간혹 50대 중반이나 초반의 여성 수강생은 있지만, 나이 지긋한 남성이 학원 문턱을 넘은 건 미용학원 김시현 원장(거제동양미용학원)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사실 김 원장이 고 씨를 만나고 우려한 것은 고 씨가 남성이거나 청각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고 씨의 손이었다. 고 씨가 젊어서 갖은 일을 해오다보니 일반인보다 2배 정도 두껍고 거친 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미용기술을 배우기엔 고 씨의 손은 잘 들리지 않는 귀보다 더 높은 장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미용 수업을 받는 고 씨를 보고 학원 강사들은 고 씨의 노력과 섬세함에 가능성을 느꼈단다.

그리고 고 씨는 4전 5기를 넘어선 5전 6기만에 그토록 원하던 자격증을 품에 안았다. 미용학원에 등록하고 미용기술을 배운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만큼 망설임과 주변의 우려도 많았다는 고 씨는 이번 자격증 합격은 모두 김 원장과 미용학원 강사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이 모두 젊은이들이라 부담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실력이 더디긴 했지만, 고 씨의 도전은 김 원장은 물론 미용학원 강사들에게도 감동을 줬고, 그런 모습에 강사들은 오히려 보통 수강생들보다 더 세심한 배려와 지도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단다.

그토록 원하던 자격증을 얻었지만, 고 씨는 아직 학원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아직 부족한 실력을 메우고 더 나은 미용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고현버스터미널 인근 천연염색전문점과 연계해 염색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고 씨의 도전은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고 씨는 “귀가 남들보다 잘 안 들려 불편하지만, 염색이나 미용 기술을 펼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며 “앞으로 여생을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고 씨가 자격증을 받은 날 미용학원에선 고 씨를 위해 작은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 고 씨의 도전에 감사하는 공로패다. 공로패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68세라는 고령에도 2015년 제1회 미용사(일반) 실기시험에 합격해 ‘하면된다’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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