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안/연등사 주지

수행자의 아첨과 아부는 사바세계에서 가장 비열한 짓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윗사람들의 비위를 맞춘다는 것은 개가 주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더 큰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죽지 못해서 산다. 아니 죽는 기술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죽을 때까지 버티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이 살고 죽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제 그 방면에는 이골이 날 만큼도 됐을텐데도 아직까지 자의적으로 죽는 기술을 터득하지 못했기에 다들 죽기가 겁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다 오래 살아야 되겠다는 착각 속에서 환상을 꾸다가 미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순간에 갑자기 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멋있게 죽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아첨해서 추하게 사는 것보다 백번 인간다운 용기가 아닌가? 자살을 권유하는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아첨하는 자존심을 오기로 삼아 자신을 정말로 꺾는 방법을 먼저 배우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더 궁하고 필요해서 권력과 금력에 아첨, 아부를 한단 말인가? 그들은 수행자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 몸만을 보양하고 부(富)를 축적하는 직업을 가진 거짓 수행자들이다. 진정한 수행자는 절대 아첨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엄경에서 올바른 견해를 닦아서 남을 속이지 말고 남에게 아첨하지도 말라고 했다. 수행자는 오로지 속마음이 정직하고 겉모양이 유화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악과 아첨을 떠나 진실한 행위를 지키며 최고의 진리로 그 마음을 기쁘게 하고 고요하고 견고해서 평등한 경지에 머문다면 이를 수행하는 보살이라 했다.

또 믿음이 결여된 지식은 아첨과 거짓말만을 잘 하게 될 것이라 하니 아첨이 수행에 큰 장애가 됨을 알 수 있다.
세상에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네 가지가 있다. 물은 부드럽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불 또한 따뜻하지만 쉽게 다루었다간 큰 일이 난다. 세 번째는 왕자를 무시할 수 없다. 그 왕자가 보위에 오를 때에는 엄청난 보복이 뒤따른다. 마지막으로 바른 수행자를 무시할 수 없다. 그 수행자가 지금은 비록 초라한 행색에 불과할지라도 후일 깨달음을 이루기 되면 위대한 성자가 되기 때문이다.

승가의 ‘사미율의’에서 자기를 낮추어 부를 때 소승(小僧)이라고 하면 절대로 안된다고 했다. 승(僧)은 바로 신성한 수행자의 공동체인 승가(僧家)의 준말이기 때문이다. 이런고로 자기 한 사람의 아부 때문에 청정한 승가가 비루하게 낮추어지고 작아져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비구율의에서도 마찬가지로 수행자는 비록 왕과 대면하더라도 절대로 허리를 굽혀서는 안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목숨을 걸어놓고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수행자가 어찌 세속의 부귀영화에 미련이 있어서 그들에게 아첨할 수 있겠는가?

옛 조주선사는 황제의 방문을 받고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황제가 가까이 왔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선정에 들어 있었지 않았던가? 무례하다고 했을 때 조주선사는 풀만 먹어서 일어날 기운이 없다고 능청을 떨었다. 그러면서 힘이 있다면 더욱 더 정진하는데 보태어 쓰고 싶다고까지 했다. 그런 분께서 가난하지만 바른 수행자가 찾아왔을 때에는 산문(山門) 바깥까지 친히 나가 그를 영접해 주시는 자비를 보이셨다.

경(經)에서 아첨하는 말들은 사람들을 부추기어 그들의 분수를 모르게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 그러므로 불도에 들어온 구도자들에게는 이러한 아첨이 전혀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경계해야 되므로 수행자는 절대로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아부의 말을 해서는 안된다.
부처님께서는 마땅히 단정한 마음을 가지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그 삶의 근본을 삼으라고 가르치셨다. 한 푼의 시주금을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의 자존심을 깨트려 올바른 진리의 바른 세계로 인도하여야 한다. 기거할 장소가 없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경우가 오더라도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 떡고물을 얻어 먹으려 해서는 안된다.

수행자의 삶은 처음부터 고달프고 힘듦의 연속이라는 것을 이미 각오하고 시작한 것이 아닌가? 이제 뒤늦게 편안한 삶을 원하고 명예를 탐하여 출가의 의지를 망각한다면 그것은 출가인에게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두 개의 눈을 가진 정상인이 한 개의 눈을 가진 무리들 속에 합류하게 위해 자기 눈 한 개를 빼어내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종교는 그들이 갖고 있는 고착된 이념을 과감히 깨트려 주어야 하는데 그 전도의 이유가 있다. 어떠한 욕설과 원한을 받는다 해도 그들의 달콤한 잠을 깨트려 주어야 한다. 아늑한 그 자리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데는 분명 욕을 수 없이 얻어 먹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생사의 잠에 깊이 취해 있고자하는 그들을 깨워내지 않으면 그들은 또 다시 죽고 말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흡사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같다. 그들을 깨워 빨리 집에 보내주지 않으면 그들은 얼어죽고 말 것이다. 그들을 그렇게 죽도록 방치하는 것 또한 그들의 죽음을 방조한 크나큰 중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달래서 일어나게 하지 않으면 날카로운 송곡으로 찔러서라도 그들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집을 못 찾으면 그들의 주소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수행자의 집과 그들의 집이 같기 때문에 수행자는 그들을 두고 혼자서 심원(心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지 않는가?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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