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어해정(禦海亭)이 있던 거제면 죽림마을 앞바다

거제면 죽림마을은 조선시대에 어해정(禦海亭)이 설치돼 전함과 수군을 주둔시키고 수군 운영에 필요한 기구 및 병기와 식량 등을 보관했다.

조선시대 수군은 군사훈련을 받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군점과 수조다. 군점은 각 수군진영 및 읍진의 군선·군사·집물 등을 포함한 제반 군사를 점검하는 일이고, 수조는 바다 또는 강에서 병선의 진퇴와 대열을 갖춰 적을 맞아 전투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다.

어해정이 있던 죽림포에서도 해마다 1~2회 정도 군점이 있었다. 군점이 있는 날이면 온 고을 사람들이 군점 구경을 갔는데 당시 거제면에서 이만큼 큰 행사가 없었다.

어느 날 정군자가 서당에 도착하니 글공부 할 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아이 한 명만 마당에 앉아 울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는 군점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집안이 가난해 구경을 가지 못해 서러워 울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다른 아이들은 군점 구경을 위해 새 옷에 새 신을 신고 가는데, 집안이 가난한 아이는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게 부끄러워 군점에 가지 못했던 것이다.

사정을 안 정군자는 아이에게 큰 대야에다 물을 가득 담고 대나무 잎도 한 20잎 정도 따오라고 시켰다.

정군자는 물이 가득 담긴 대야에 대나무 잎으로 배를 만들어 아이에게 군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잠시 뒤 군점을 구경 간 아이들이 서당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서당에 홀로 앉아 있는 아이를 놀려댔다.

“아 이놈아 넌 군점 구경도 못해봤지?”

그러자 정군자에게 군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아이는 “야 이놈들아 나도 선생님께서 군점 구경시켜줘서 다 안다”고 말하며 군점에 대해 이야기 하자 실제 군점을 본 아이들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정군자의 군점 설명이 아이들이 본 군점보다 더 정확하고 상세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마을에 사는 과부 한 명이 새벽 같이 정군자의 집을 찾아왔다.

정군자가 이유를 물어보니 밤마다 사내 한 이 자기 집으로 와서 몹쓸 짓을 하고 가는데, 동네 사람들이 알까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새벽에 정군자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사내는 도술을 부리는지 문을 아무리 꼭꼭 닫아도 어김없이 과부에게 몹쓸 짓을 하고 가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정군자가 과부집으로 가서 조사를 해보니 수상해 보이는 파리 한 마리가 날아 다니는 것을 목격하고 분명 못된 잡술가가 파리로 변한 것이라 여기고 대롱에 가뒀다.

잡술가를 가둔 대롱을 서당으로 가지고 온 정군자는 서당 아이들을 시켜 물을 떠 놓게 하고 그 위에 나뭇가지 하나를 띄워놓았다.

그리고 대롱을 열자 파리가 독수리로 변해 날아 다녔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독수리로 변한 잡술가는 아무리 날아도 온 천지가 바다여서 날다 지쳐 어느 섬에 내려앉았는데 알고 보니 섬이 아닌 정군자가 대야에 띄워 놓은 나뭇가지였다.

정군자가 도술을 부려 잡술가를 놀렸던 것이다. 정군자는 잡술가에게 호통쳤다.

“네 이놈, 오늘은 사람으로 태어난 목숨을 귀히 여겨 죽이진 않겠지만 앞으로 잡술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또 한 번 있을 경우엔 용서치 않겠다”

정군자에게 혼이 난 잡술가는 다시는 나쁜 도술을 부리지 않았다고 한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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