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전술비연’ 등 꾸준히 제작 전시

중년 이상의 사내들이라면 유년 시절 동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가오리연이나 방패연을 하늘로 띄우며 놀았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은 평소 보기 드문 풍경이요, 추억의 한 자락이 되고 있는 연놀이. 김종원(66)씨도 그런 추억이 있다. 추억은 평생의 일이 됐고 거제 유일의 ‘전통 연’ 연구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통영 연이 유명하지요. 저도 통영의 장인(匠人)들로부터 틈틈이 제작 기법을 배웠습니다. 통영에도 현재 전통 연을 제작하는 분이 5~6명 밖에 계시질 않지요. 전국적으로도 동호인은 300여 명선입니다.”

연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신라 시대 김유신 장군이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했다는 설과 고려 최영 장군, 조선 이순신 장군이 각각 우리나라 연의 시초로 알려지나, ‘삼국사기’에 기록된 사실로 볼 때 647년 김유신 장군이 처음 사용한 게 정설로 보인다고 했다. 통영 도남동에서 정월 대보름에 선보이는 연날리기 행사가 큰 볼거리란다.

지난 81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정년까지 열심히 일해온 그는 임진왜란 당시 사용됐던 ‘전술비연(신호연)’ 제작의 대가로 자리잡았다. 신호연은 무늬 없는 ‘상주연’ 외 26종으로 거제에서 사용된 연은 4종이 있다고 했다. ‘머리연’은 야간에 산 능선 공격명령, ‘머리눈쟁이연’은 주간에 산 능선 공격명령을 뜻하며, ‘덴망구쟁이연(별방연)’은 달이 뜨면 공격, ‘이당가리연(소시랑연)’은 서쪽을 공격하란 의미였다고 한다.

그는 공을 들여 만든 작품들을 수년째 옥포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전시중이기도 하다. 올해도 2월15일까지 문화의 집 다목적홀에서 전시중인데 거제 청소년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

“지인들의 부탁으로 작품 선물도 많이 했습니다. 가보로 전하겠다며 다들 흡족해하시니 그것만으로도 뿌듯하지요.”

조선사에 파견나온 외국인들도 그의 작품에 반색하며 제작을 요청하기도 했다. 거제 유일의 전통 연 연구가인 만큼 그의 작품이 희소 가치가 있기 때문일터다. 한편으론 시집까지 낸 시인이기도 하다. 2004년 등단해 창조문학 신인상을 수상했고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그의 능력을 더 접목시킬 수 있는 방향은 없을까?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으로 검토됐지만 신청자가 적어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다고. 옥포대첩기념제전에서의 이벤트나 칠천량해전공원 전시 등도 검토해봄직하다.

젊은 시절 백마부대 일원으로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이른바 ‘국제시장’ 세대인 그는 집중력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연을 만들며 인내와 배려의 가치를 배운단다.

“힘 닿는 한 계속 만들 생각입니다. 이렇게 만난 김에 기자님께도 제 작품을 선물해야겠네요.”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