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들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보통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 많다. 거제지역에도 다양한 형태의 인물이 설화에 등장하는데 그 중 ‘정 군자’ 이야기는 실존 인물인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의 일화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거제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정 군자의 실존 인물인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선생은 1779년(정조 3년) 태어나 일생을 가난하게 살면서도 자연과 함께 학문에 정진한 군자였으며 거제유림의 자존심으로 현재 거제면 반곡서원(盤谷書院) 내 동록당에 안치돼 있다.

정 선생은 거제가 배출한 최고의 문인이며 학자였고 지성인 이었다. 특히 선생이 남긴 동록문집은 거제 출신 선비가 남긴 유일한 한시(漢詩) 문집으로 조선은 물론 중국에서 까지 정 선생의 이름을 떨치게 했다.

동시대의 인물인 추사 김정희는 동록문집을 읽고 ‘정동록 혼성문집 뒤에 제하다(題鄭東麓渾性文集後)라는 시를 남겨 선생의 글을 칭송했다.

명필 정 군자 이야기

옛날 거제면 명진리(明珍里) 사슴골에 글을 가르치며 사는 정씨 선비가 살았다. 선비의 이름은 정혼성이고 호는 동록(東麓), 자는 사성(士成), 초계 정씨(草溪 鄭氏)로 명필에 명문이었다.

사람들은 선비를 ‘정 군자’라 불렀는데 자손이 없어 양자를 들였고 무덤은 옛 고현지역 금곡(金谷)에 있다가 이장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여기 묘를 썼다가 독봉산으로 이장했다는 말도 있다)진다.

하루는 정 군자의 집에 봇짐장수가 찾아왔다. 학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니 붓을 팔 생각이었던 것이다. 붓 한 자루를 판 봇짐장수는 정 군자가 쓰다 버린 종이 하나를 골라 팔고 남은 붓을 붓에 말아 떠났다.

시간이 흘러 봇짐장수가 서울에서 장사를 할 때였다. 어느 대감 집에 붓을 팔러 갔는데 그 대감은 붓에는 관심이 없고 붓말이 한 종이에만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대감이 보기에 천하의 명필이라 글 씨의 주인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대감은 봇짐장수에게 “이 종이에 글씨가 누구의 것이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봇짐장수는 “경상도 거제 사는 정 군자 댁에서 가져왔습니다”라고 말했단다. 알고 보니 그 대감은 추사 김정희였다.

정 군자 삼산 캔 이야기

또 하루는 정 도령의 형이 정 도령에게 와서 “아우 어머니가 병이 깊어 사경을 헤매시는데 삼(蔘)을 한 뿌리 드시면 좋은데 구할 길이 없네”라며 한탄했다.

형님의 이야기를 듣던 정혼성은 곧바로 형님을 데리고 계룡산으로 향했다. 계룡산에 어느 골짜기에 다다르자 삼밭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정 도령은 형에데 딱 한 뿌리만 캐고 나머지는 파지 말라고 당부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평소 정 군자의 성품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형은 나머지 삼이 아까워 그 자리에 표시를 해두고 산을 내려왔다.

다음날 형은 아침 일찍 정 군자와 함께 봤던 삼을 캐러 계룡산을 올라갔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 산을 내려왔다.

형님이 산에서 계룡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목격한 정 군자는 형에게 물었다. “형님 어딜 그렇게 다녀오십니까”

형은 정 군자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어제 못다 캔 삼이 아까워 다녀오는 길이다”
그러자 정 군자는 빙긋이 웃으며 형에게 말했다. “형님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가셨소. 거긴 충청도 계룡산이요” <계속>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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