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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公募) 또는 공모(共謀)[기자의 눈]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공모를 보고

▲ 이동열 취재부장
공모(公募)와 공모(共謀)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다. 소리는 같으나 뜻은 아예 딴판이다. 전자는 ‘공개 모집’을 뜻하고, 후자는 ‘공동 모의’를 줄여 이른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확인한 뜻풀이가 참 극과 극이다. 하나는 투명해 보이고, 다른 하나는 찜찜해 보인다.

같은 소리에 뜻이 다른 ‘공모’ 얘기를 꺼낸 건 최근 거제시에서 잇달아 이뤄진 굵직한 공모(公募)가 사실상 공모(共謀)로 흐른 것 같아 볼썽사나워서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상임이사(경영개발본부장)와 거제시문화예술재단 상임이사(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를 뽑는 절차였는데, 둘 다 시장 측근(側近)이 임명돼 말들이 많다.

공사 상임이사 자리는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당시 권민호 시장 후보 쪽에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한 김덕수 씨가 꿰찼다. 이런 남다른 배경 때문인지 애초부터 특정 인물 내정설과 낙하산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삼수까지 가는 곡절(曲折)을 겪지만, 결과는 세상이 내다본 대로 역시 ‘그 사람’이었다. 선거 때 은혜를 자리로 갚는 ‘보은 인사’로 마무리된 셈이다.

이번 문예회관장 공모 또한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13명이 지원하고서도 자칭 문화예술 비(非)전문가 1명을 빼곤 모조리 들러리에 불과했다. 앞선 공사 상임이사 공모 때처럼 초장부터 “아무개 씨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입길’에 오른 인물은 작년 말 명예퇴직한 김종철 전 거제시 안전행정국장이다. 그 소문은 오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났다.

김 전 국장은 지원자 가운데 면접 최고점을 받았다. 전문성, 경영능력, 경영전략, 윤리관, 리더십 등 5개 평가 항목에서 100점 만점 중 무려 ‘93점’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면접관(7명) 각자가 모든 항목을 채점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특정 항목만 도맡아 점수를 매기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예컨대 A 면접관은 전문성만, B 면접관은 경영능력만 채점하는 식이다.

이런 면접 방식을 두고 거제시문예재단 관계자는 지난 27일 관장 임용 협의를 위한 의원간담회에서 쏟아진 의원들의 지적에 “특정 지원자에게 점수가 몰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과는 재단 쪽 취지와는 전혀 달랐다. 면접 차점자조차 겨우 ‘66점’을 받는 데 그쳤고, 나머지 응시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50~60점대에 머물렀다. 딱 1명이 후한 점수를 받고, 나머지는 짜디짠 점수가 나온 상황을 설명하기엔 석연찮아 보인다.

실제 재단 내규 제11조(면접시험의 기준)에는 면접시험 평점요소의 4가지(경력 및 자격 등 서류평가, 전문지식과 응용능력, 용모·예의·품행, 의사발표 정확성·논리성 등) 항목과 상·중·하에 따른 배점 기준 등이 명시돼 있을 뿐이다.

여러 논란에도 김 전 국장은 지난 28일 권 시장(거제시문예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상임이사 임명장을 받았다. 재단은 같은 날 곧바로 최종합격자 공고를 냈다. 임기는 오는 2월 9일부터 3년간이다. 그의 임명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과 시각, 지역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 일부 시의원들의 질타 등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김종철 재단 상임이사 합격자는 “자천타천으로 응모했다. 그동안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관장을 맡았는데, 적자 폭이 크게 개선되지도 않았고 이런저런 문제만 불거졌다.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문예회관 내실을 다져 고효율, 저비용의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 합격자와 권 시장은 동향(거제 하청) 친구로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공사나 재단은 하나같이 공정한 공모였다는 걸 강조한다. 그럼에도 동네 호사가들의 입방아는 두 차례 모두 공모 결과를 꿰뚫어봤다. 당사자 쪽은 공모(公募)라고 하소연하는데, 그걸 바라보는 쪽은 공모(共謀)였다고 혀를 찰까 봐 퍽 염려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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