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청양(靑洋)의 해라고 한다. 양은 예로부터 부드럽고 온순하여 사람을 편하게 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무리를 지어 잘 융합하면서 진취적 기상도 갖추었다고 한다. 올 한 해는 우리 거제시민들이 서로 베풀면서 화합하는 그런 훈훈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흔히들 베푼다고 하면 금전적 개념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불우한 이웃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일반 서민에게는 쉬운 것이 아니다.

필자가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물질적 베품보다는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에서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매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자. 타인을 인정하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 온정어린 눈길은 상대를 기쁘게 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바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남을 위해 베풀고 있는 것이다. 항상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자기가 알지 못하는 사이 덕(德)이 쌓이게 되고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자신에게 이로운 점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항상 칭찬을 아끼지 말자. 남의 나쁜 점을 보기 시작하면 상대가 누구든 단점만을 보게 된다.

하지만 장점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온통 부족한 점으로 가득한 사람일지라도 잘하는 부분이 있고 칭찬해줄 일이 보이게 된다. 이렇게 두루 칭찬하면서 생활하다보면 칭찬을 받은 사람은 생활의 의욕을 가지게 되고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친밀함으로 다가서게 될 것이다. 질서를 지키는 것도 보이지 않는 베풀기이다. 새벽거리에 나가보면 시내가 온통 쓰레기장이다.

누가 그렇게 많은 쓰레기를 버렸는지 한심할 지경이다. 공동체 사회라는 것을 망각해서인지 너무 심한 공중도덕불감증에 머리가 혼란해진다. 우리 국민이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 여행간 적이 있다.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였는데 도시 전체가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맑은 물이 시내중심으로 흐르고 너무나 깨끗한 도시풍경에 기분도 좋았고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쓰레기뿐만 아니라 모든 기초질서를 철저히 지키는 것은 자기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남의 얘기가 듣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애정을 가지고 타인의 애로점이나 주장하는 바를 잘 들어줌으로서 기분 좋은 관계로 발전될 것이고 얘기하는 사람에게도 따뜻한 베품이 될 것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잘 하는 것도 많이 베푸는 일이다. 자기이익은 물론이고 특별한 개인이나 집단보다는 객관적, 미래지향적 시각을 가지고 시민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힘써 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이해인 수녀님 글 중에서 베품을 언급한 부분이 있어 여기에서 인용해보고자 한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좋은 관계는 대가를 치를 때 만들어지는 결과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들이 투자되어야 하겠지요. 좋은 점을 보는 것이 눈의 베품이요, 사랑스런 말소리는 입의 베품이요, 낮추어 인사함이 몸의 베품이요, 착한 마음씀이 마음의 베품이라 합니다. 어쩌면 아쉬운 것은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매순간을 기뻐하고 감사할 줄 모르면서 행복으로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신앙으로, 주옥같은 좋은 글로써 남에게 마음껏 베풀고 계신 수녀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얼마 남지 않은 이 겨울, 우리 모두 가능한 많이 베풀어서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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