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 부푼 꿈과 희망으로 2015년 새해를 맞이 했다. 정부는 대한민국호의 순항을 위한 2015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3사와 종편까지 합하여 그야말로 방송언론이 총출동하여 생중계로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방송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이목을 집중했다. 지난해엔 참으로 많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세월호 참사도 겪었고, 청와대 내부 비선실세와 관련한 문건파동도 있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의 한 해였던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침몰 직전에 서 있다. 20년 전 일본이 겪어 왔던 형태의 L자형의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자는 넘쳐나고, 비정규직은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해외부채도1000조원, 가계부채도 1000조원, 자살률은 세계1위, 청소년 흡연율도 세계1위, 저출산률도 세계1위, 고령화율도 세계1위, 독한술 소비세계1위를 마크하는 등 불명예스런 지표들은 넘쳐난다. 저유가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되살아나지않는 내수와 해와 수출입등 경제지표들은 눈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의 상태다.

이러한 때,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목마름을 해갈시킬 수 있는 청량제다. 온 국민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하고 쏠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하기에 국민들은 모두 TV앞으로 박근혜대통령의 신년메시지에 집중했다. 과연 어떤 희망을 메시지를 신년백두에 제시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숨을 죽였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신년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분노로 바뀌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박근혜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우리 모두를 아연실색케 한 것은 전혀 새로 울게 하나도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향한 진지한 반성이나 해법의 제시가 아닌 지난 2014년 신년기자회견문을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통령의 한해의 국정전반과 계획을 밝히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난 해의 그 내용을 그대로 재탕을 할 수가 있을까?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앞두고 연초 5일 동안을 국내외의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오로지 새해 기자회견문 다듬기에 열중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하는 것인가? 그렇게 준비하고 다듬은 기자회견문은 어디갔는가? 지난 해 신년기자회견의 완벽한 재탕을 말이다.

일부 문장과 토씨만 바꾼 채 2014년 기자회견문과 똑같은 2015년 신년기자회견문, 참으로 황당할 뿐이다. 거기다가 질의 응답시간에서는 문고리 3인방과 정윤회와 관련한 문건파동, 비선실세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한마디 없었다, 5일동안을 준비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조차 없는 알맹이 하나 없는 재탕, 그 뿐이었다.

특히, 지난해 신년기자회견 당시에는 미리 질문자를 정해서 사전 리허설까지 한 정황이 노출되어 홍역을 치른 터라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미리 질문내용과 순서를 정하고 치밀하게 각본대로 준비한 질의와 답변이 달랐을 뿐이었다. 독재정권치하도 아닌데 어떻게 미리 질문자를 정해놓고 국민들을 앞에 두고 연출을 할 수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른 외국의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지난 노무현대통령 당시의 기자회견을 생생히 기억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러면 생중계는 왜 하는가? 국민들은 기자들의 일문일답을 통해서 기자회견문에서 세세히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거나, 여러 국정에 관한 궁금증과 의문에 대해서, 기자들의 송곳 같은 질문과 대통령의 진솔한 답변을 통해서 가려운 곳과 답답한 것을 속 시원히 풀어냄으로써 궁금증을 풀어내고, 미진했던 것을 생생하게 느끼고자한 것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민주정부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안전행정부장관은 의정부 화재사건으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출석이 미리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장에 도열하느라 사전 예고나 통지도 없이 국회출석을 펑크까지 낸 것이다. 대통령의 국회경시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 아닌가.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이후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의원들 조차도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언론과 정치권, 시민사회, 학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3년차 신년백두에 최악이 되었다. 지지율 35%라는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적극적인 지지층은 불과 18%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박근혜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는 지지자는 18%로 줄어든 셈이다. 그동안 박근혜대통령을 견고히 지지해온 4,50대 마저도 이탈했다.

필자는 집권초기부터 칼럼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빌어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언제나 지도자가 마음을 열고 국민에게 다가서야하는 것이다. 자신을 지지해준 51%와 지지하지 않은 49% 모두를 품에 안고 가야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진보든, 보수든, 좌든, 우든, 어린아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인종과 피부색과 그 어떤 것도 차별하지,않는 국민100%의 대통령으로 성공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대통령은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청와대 내부의 비선실세개입 문제가 불거져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도 비선조직을 감싸느라 공조직을 내치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상화되고 있다. 청와대에 새누리당의 당직자와 국회의원들을 부르는 모임에서도 자신의 그룹들인 친박인사들만 초대하고 심지어 당대표조차도 부르지 않는 불통과 편협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도 인간이기에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공적인 일에서 만큼은 손 톱 만큼이라도 사심이나 시적인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미지 가운데 박근혜대통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신뢰와 약속의 정치인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2년의 집권기간에 보여준 모습은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대선기간동안의 후보간 TV토론에서, 혹은 공약집에서, 유세현장에서, 소리높여강조해 온 복지정책마저도 손바닥 뒤집듯 간단히 약속을 파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불통의 이미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난 정부 이명박 대통령을 따라다닌 수식어가 불통이었다면, 박근혜대통령은 이보다 더한 불통으로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굳이 근거를 대자면 간단하게 집권동안의 기자회견 숫자 하나만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은 집권 5년 동안 모두 150차례가 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고작 20차례에 불과했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단 2차례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번 신년기자회견 시에는 대면보고를 늘려달라는 질문에 대통령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대면보고가 더 필요 하느냐고 장관들을 향해 반문하기까지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있었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당연히 대통령은 국정현안에 대해서 장관들과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안기부장등 주요보직에 있는 인사들과는 공식, 비공식 수시로 대면보고와 독대가 이루어져아만 한다.

어떻게 장관들과 격의없는 대화도 없고, 수석비서관, 비서실장과도 수시로의 대면과 대화없이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다. 또한 이것을 지극히 당연히 여긴다니 여간 충격스런 모습이 아니다.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어야만 한다. 어머니의 품 같은 포용력과 따뜻함으로 국민을 섬기고 이끌어 나가야한다. 이것이 남은 임기3년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더 이상 편을 가르지도 말고, 여· 야 구분없이 만나고 협조를 구하고 양보와 타협과 대화를 통하여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지금 정부는 통일부를 통해 남북화해를 위해 많은 것을 발표하고 있다. 신의주철도를 비롯하여 남북교류를 위한 새로운 제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혀 진정성이 없어보인다. 지난 2년간 냉랭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이런 엄청난 것을 들고 나온다고 해서 북한이 덥썩 손을 잡아줄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70년의 분단 현실에서 배우지 않았는가? 먼저 진정으로 화해를 하겠다는 마음을 여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리하여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신뢰를 쌓아야만 가능하다. 이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고 기본적 자세다. 대회를 하고자한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한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주어야만 한다. 이것이 남과북간의 대화와 화해의 기본적인 방식이다. 상대의 팔을 요구하려면 먼저 내 팔을 잘라 주어야만 한다. 그런 자세가 없다면 그것은 진정성없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진정성이다. 그리고 그것은 소통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할 때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가 생동감이 흐르고 한걸음 도약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회 각 계층에 활력이 넘쳐나야만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