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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머금은 명사 해송[연재]섬을 사랑한 나무 이야기

<코너 소개>
거제는 농사짓고 고기잡던 섬에 대형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급격히 인구가 불어난 전형적인 도농(都農) 복합지역이다. 이런 지역 특색이 있어 아파트 숲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도 산과 바다, 별과 노을 등 태곳적 자연 보물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마을의 안녕과 개인의 소망을 빌던 당산나무를 비롯해 휴식처와 광장을 내준 정자수, 마을의 상징이 된 노거수, 자연이 빚어낸 울창한 숲 등 억겁의 세월을 거제에 뿌리내렸다. 거제시에 기록된 기념물 4그루와 보호수 25그루, 노거수 59그루 등을 비롯해 그 외 재미나고 사연 있는 나무들을 찾아 사진과 함께 그들이 품은 거제이야기를 이 코너에서 풀어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나무-명사 해송

거제도는 한반도 남쪽 바다에 솟은 섬이라 동·서 막힘이 없어 일출 일몰을 감상하기 좋다.

특히 남부면 명사 해수욕장은 노을이 아름답기로 전국에 소문이 자자하다. 하얀 설탕을 빻은 듯 고운 모래벌판이 지는 해를 쫓아 서해로 펼쳐지며, 노을에 물든 붉은 수평선과 그 위로 바림(짙은 색에서 차츰 엷게 하는 것)하듯 짙어지는 검푸른 저녁 하늘, 그리고 이 모든 조화를 담아 붉고 푸르게 반짝이는 물비늘이 어우러져 장관을 뽐낸다. 여기에 사시사철 푸른 해송으로 무리를 이룬 방풍림이 바다를 굽어보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거제시는 명사초등학교에서 폐교한 남부중학교까지 해변을 따라 늘어선 해송림 전체를 수령 150살의 노거수로 지정했다. 시는 수령(樹齡) 100년 이상을 노거수로 지정하고 해당 마을이 관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호수를 가려내 시가 관리하고, 더 가치 있는 나무는 도 기념물로 지정해 경남도가 관리한다. 명사 해송림은 수고(樹高 나무 높이) 20m, 흉고(胸高 사람 가슴높이) 지름 1m로 기록돼 있는데, 최근에 심은 어린 나무도 섞여 있어 노거수의 확실한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맨눈으로 몸통이 가장 커 보이는 20그루 정도가 같은 시기에 심어진 것으로 보이며, 줄자로 재어보니 흉고 둘레가 200~300cm 안팎이었다. 이 가운데 으뜸 나무는 무리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데, 흉고 둘레가 310cm에 달하고, 옆으로 뻗은 가장 긴 가지의 길이는 12m나 된다. 이런 가지가 우산처럼 사방에 뻗치고 있으니 빽빽한 솔잎과 어우러져 마치 야트막한 잔디 동산을 나무기둥에 얹은 듯하다.

해송림에서 가장 몸통이 굵은 나무. 흉고 둘레가 310cm이고,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뻗은 가지의 길이는 12m에 달한다.
남부중학교는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 지난 2004년 문을 닫았다. 운동장을 비롯한 학교터는 민간에 팔렸는데 아직 공터로 남아있어 여름 피서철 캠핑장소로 인기가 높다. 운동장과 해변의 경계선에서 사방으로 가지를 쭉쭉 내뻗은 해송림은 그야말로 천연 파라솔이다. 게다가 나무 아래는 덱(deck)으로 평상을 만들어 사람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놨다. 다만 산림 전문가에 따르면 뿌리도 호흡을 하므로 덱에 갇혀 빗물이나 햇빛이 직접 닿지 않으면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니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기자 주관적으로 명사 해송의 백미는 나무껍데기(수피樹皮)다. 무늬 하나하나가 큼직큼직하고 매끄럽게 빛나며, 매우 깊고 선명한 주름에서 오랜 세월 바닷바람을 이겨낸 의연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해가 저물 땐 누런 노을빛을 머금어 애국가의 한 소절처럼 황금 철갑을 두른 듯 장수다운 위용을 뽐내는 명사 해송이다.

해변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숙연(81) 할머니는 이 해송들이 거제에선 가장 큰 소나무일 것이라며 ‘명사의 보물’이라고 자부했다. 이유는 남부중학교 터가 예전엔 논과 밭이었기에 거름을 영양분 삼아 무럭무럭 몸집을 불렸다는 것. 앞서 말한 으뜸 나무가 아직도 밭을 곁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각별한 애정을 갖고 해송림 관리에 앞장서고 있는 명사마을 강희석 이장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꺼냈다. 100여 년 전 한 독지가가 현재 남부중학교 터에 논과 밭을 일구었고, 모래와 바람을 막기 위해 해송으로 방풍림을 조성했다.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1959년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사망·실종 849명)를 준 태풍 ‘사라’에 의해 명사 해송림도 적잖이 뿌리째 뽑혀 넘어갔다. 그때 살아남은 나무들은 2003년 태풍 ‘매미’ 때 바닷물에 잠기는 고초도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벼락을 맞아 창원에 있는 나무병원에서 왕진을 오기도 했다.

강 이장은 “건강을 되찾긴 했으나, 기력이 많이 쇠했다”면서 “시가 직접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보호수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는 관련 사업비를 확보하고, 올해 안에 덱 보수와 영양제 투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보호수 지정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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