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격세지감, 아주동의 어제와 오늘' 글 싣는 순서
상. 거위 살던 늪이 아파트 숲으로
하. 신도시에 남겨진 숙제는

지난 9일 기획취재팀이 아주동 개발지구를 찾았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눈으로 보이는 거리까지 도로는 주차 차량으로 점령당해 있었다.

왕복 2차로지만 양쪽으로 빼곡히이 줄지어 선 차들이 갓길도 모자라 도로를 한참이나 침범하고 있어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폭이었다.

얼굴을 마주한 차들이 신경전을 벌이며 상대가 양보할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는가 하면, 결국 한 쪽이 양보해 뒤차들까지 한참이나 줄줄이 후진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특히 이들 차량은 국도14호선과 아주로의 교차지점에 가까울수록 집중적으로 몰려있는데, 대부분 차주가 조선소 근로자라고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최근 개발지구 내 주택과 상가가 늘면서 일반인의 주차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거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아주지구 도시개발사업 공사준공을 할 예정인데, 그 뒤로는 도로 관리권을 거제시가 행사할 수 있어 불법주·정차 단속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많은 차량을 어디로 이동시킬지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단속을 실시하면 운전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우려된다.

▲ 아주동 개발지구 내 도로. 양쪽으로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 한 쪽 차로가 주차차량으로 완전히 막혀 역주행해야 하는 상황

신도시 건설에 남겨진 숙제는 주차문제만이 아니다.

취재팀은 이튿날 아주동에서 10년째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를 만나 아주 신도시 건설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봤다.

A씨는 크게 3가지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주로를 경계선으로 옥포조선소 남문 맞은편 기존 인구밀집지역을 구도심, 개발지구를 신도심으로 나눈다면 두 도심이 소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첫 번째다.

도시건설의 핵심은 교통이라고 강조하는 A씨는 “신도심과 구도심을 일직선으로 잇는 도로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큰 규모인 아주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도심을 잇는 교차로는 아주운동장 아래 한 곳뿐이며, 사실 이마저도 최근에 정비됐고, 그전에는 모녀 교통사고를 일으켰던 교통 취약지점이었다.

도로계획이 미흡한 상태에서 우후죽순 대규모 건축 공사가 벌어지다 보니 아주동 일대가 공사판이 되다시피 했다.

A씨는 그 원인으로 도시개발법의 한계를 지목했다. 도시개발사업은 경남도 인가를 받기 때문에 거제시가 능동적으로 변경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10여 년 전에 구상한 도시계획이 그간의 인구 등 환경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재에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개발지구는 용도별로 주거와 상업지역으로 나뉘는데 구역지정이 잘못됐다고 짚었다. 전국 어느 도시를 가나 큰길 옆에 상가가 발달해 있고, 번화가를 지나 조용하고 쾌적한 터에 베드타운이 조성되는데, 아주지구는 주거용지가 상업용지를 품에 안고 있는 형태다.

따라서 주택들이 상가지역으로의 이동경로에 있기 때문에 조용한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고, 거주자와 상가이용자가 섞이면서 교통 또한 복잡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개발지구 내 도로가 워낙 좁은 편이어서 교통체증에 한몫 더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아주동 주민센터의 위치다. 주민센터 이용자는 주민이 대다수겠지만, 아주동은 조선소 근로자들도 상당수 이용하고 있다.

A씨는 “이런 상태에서 위치를 조선소에서 더 멀리 개발지구로 옮긴다면 근로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기존 도보이용자들이 차를 이용하면서 아주동 교통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아주동 구도심 역시 원룸 등 개발이 한창이어서 이는 도시팽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A씨는 “구도심에서 조선소 정문 방향으로 국유지가 적지않아 충분히 개발 가능성이 높은데, 주민센터를 반대쪽으로 옮기면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제시도 이 사업으로 인해 떠안게 된 고민을 털어내기에 바빠 보였다.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아주동 전체 건축허가는 25건이었다. 개발지구내 허가는 1건에 불과했다. 2011년부터는 건축행위가 급물살을 탔다. 106건으로 늘었고, 2012년은 94건으로 주춤했다가 13년엔 143건, 올해는 11월까지 159건으로 크게 늘었다. 대부분이 개발지구 내 건축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는 교통문제를 해결할 혜안을 아직 찾지 못했고, 이 와중에 불법으로 의심되는 건축물 구조변경 행위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환지에 따른 갈등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주 신도시는 거제에서는 최초로 시도한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이다. 1991년 조합 창립 후 내년 4월 준공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기간을 미루고 미룬 뒤 맞은 준공이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는 적잖은 셈이다.

※718호 신문 발행 후 추가내용
거제시는 아주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준공검사를 완료하고 지난 22일자로 시설물에 대해 준공승인 했음을 26일 공고했습니다.

이동열 조행성 기자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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