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를 넘긴다.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주는 의미를 해마다 지켜보며 살아왔지만 올해는 유달리 생각이 깊어지고, 삶에 대한 회의가 더해짐은 다른 해에 비하여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 해를 보내면서 자신이 지내온 1년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자.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계획이 우선이지 지난 세월에 대한 결산보고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우리의 과거는 미래를 결정짓는 소중한 자산이 아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의 마지막 섣달을 보내면서 자신이 보낸 삶에 대한 흐뭇함 보다는 삶의 대한 후회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 후회란 오늘 여기까지의 삶의 관리에 대한 실패에 이은 후속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해를 뜻 깊게 보냈다기보다 오히려 후회를 하는 사람이 많음은 내 자신이 잡은 목표의 무한대에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몇 달 전 KBS 라디오 시사고전에서 ‘3분고전’ 강의를 했던 성균관대학교 박재희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두 시간에 걸친 그의 열정에 찬 강의 내용은 우리 국민에게 인생의 본질과 미래의 생활을 새롭게 열어주는 의미 있는 철학을 가진 강의여서 돌아오자마자 그가 쓴 ‘3분古典’을 구입하여 탐독하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박재희 교수의 ‘3분古典’은 소통의 지침서이며, 참다운 나를 찾아가는 나침반이자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윤활유와 같은 진리가 책 속에 들어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저서 속에는 앞뒤도 모른 채, 너무나 각박하게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인생의 아름다움이 진정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뜨겁게 다가오는 샘물과 같은 담백함이 숨어있었다. 인생은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우며, 우리가 위기를 느끼고 패닉 상태에 빠져있을 때,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실업자로 고생하는 젊은이에게 노자철학에서 찾게 하고 있었다. 또한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전나무는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는 섭생(攝生)의 원리도, 어깨에 잠시 힘을 잠시 빼면 진정 최고가 된다는 철학도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가지려고 하는 소유보다는 지켜보는 것만 해도 사랑이라는 진리는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이런 소중한 철학을 안고 있던 그가 지난 목요일 KBS 인문학 강의에서 절전의 미학을 강의 하였는데 그가 전해준 절전의 철학을 2014년에 대한 자신의 결산보고서와 2015년을 위한 인생 계획서 작성에 빗대어 볼까한다.

우리가 한 해를 보내며 자신의 삶에 대한 결산서를 작성하며 후회를 많이 하는 이유는 내가 너무 높게 잡아놓은 목표치 때문에 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후회를 하게 된다. 또 한 가지의 후회는 자신이 잡고 있는 모든 인연들을 쉽게 놓지 못하는 집념의 끈에 두고 있다. 우리 모두는 그 사람을, 그 일을, 그리고 그 관계를 놓치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아서 쉽게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냥 놓아버려도 세상은 굴러가며 그 끈을 놓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지만, 그 집념을 놓는 순간 오히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삶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럴 것 같다. 우리가 너무 많은 물질을 원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하며, 자신의 마음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담금질하는 바로 나 자신 때문에 뒤돌아보면 자신의 1년 결산보고서가 후회로 뒤덮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모든 생활 중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기 위함으로 인한 후회, 너무 높게 잡은 목표치, 그리고 쉽게 놓지 못한 순간 때문에 스스로 후회하고 절망한다는 말이 진리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2015년의 계획서를 정말 제대로 작성해야겠다.
미래를 알려거든 먼저 지나간 삶을 살펴보자고 명심보감에서 말하고 있지않던가? 우리의 미래는 결코 내가 그동안 살아온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지나온 흔적들이 앞으로의 나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어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다.
새해엔 내 지내온 흔적을 생각하면서 내 분수에 맞는, 내 능력에 어울리는, 그리고 나를 좀 쉬게 하면서 보낼 수 있는 알찬 인생을 설계하여 보자. 내가 잡은 목표의 무한대에 쫓겨 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후회가 없도록 2015년의 인생 설계도를 근사하게 만들어 보자.

‘우물쭈물 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힌 글이다. 우리의 삶은 그야말로 우물쭈물하다가 끝나버리는 인생인데도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짧게 느껴지지 않기에 우리 모두는 1년을 보내면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착각하면서 지금과 같은 섣달을 맞게 된다.
너무 높지 않게, 너무 힘들게 하지 않고 절제하며, 그러나 절대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나에게 주어진 1년을 알뜰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2015년 설계도를 꾸며보자. 작고 사소하지만 그 속에 기쁨이 있는 옹골찬 나만의 미래를 가꾸어갈 2015년을 계획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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