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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좋아 '합의각서'[뉴스 後] 수월 군부대 이전 논란에 부쳐

▲ 본지가 입수한 합의각서 표지

거제시가 지난 5일 수월 군부대(39사단 117연대 3대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전(移轉) 예정지인 연초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자리에서입니다. 시는 부대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뒤늦게 이뤄진 설명회를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민관(民官)의 시각차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겁니다.

따지면 군부대를 옮기는 데 발 벗고 나선 건 거제시입니다. 시는 지난 2012년 8월 국방부에 거제대대 이전 및 협의를 요청했고, 그해 12월 ‘기부(寄附) 대 양여(讓與)’ 방식으로 관련 사업을 승인받았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국방시설본부가 이전 예정지 선정 결과를 시에 알렸습니다. 사실상 이 시점에 어디로 옮길지 확정한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무렵부터 일부에선 수월 군부대를 ‘연초면(불당골)’으로 옮긴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시는 반대 민원에 부닥칠 걸 우려해서인지 말을 아낀 채 뒤로 조용히 일을 진행했습니다. 작년 11월 국방시설본부와 부대 이전에 관한 ‘합의각서’를 맺은 게 분수령(分水嶺)입니다. 덕분에 거제대대 이전 사업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대체 어떤 합의각서일까요. 국방시설본부장(시설관리자)과 거제시장(협의대상자)이 체결한 일곱 쪽짜리 합의각서에는 부대 이전 목적과 정의, 기본방침, 협의사항 등이 모두 8개 조항으로 담겼습니다. ‘이전 지역 국방·군사시설 신축은 협의대상자 부담으로 시설관리자가 요구하는 장소에 신축해야 한다’는 게 이 합의각서의 핵심 내용입니다.

애초부터 거제시 생각이나 주민 뜻은 끼어들 틈조차 없는 까닭에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엿장수가 엿을 늘이듯이 무슨 일이든지 자기 마음대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인 부대 이전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이전 예정지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거세게 반발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실상 갑을(甲乙) 관계로 나뉘는 조항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군부대 시설과 터의 환경영향평가 결과 환경오염(토양, 폐기물, 수질 등)에 대한 정화가 필요한 경우 그 비용과 모든 책임을 협의대상자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전 사업 계획이나 실시설계 단계에서 발생하는 민원(소음, 진동, 보상 등) 역시 협의대상자가 해결해야 할 몫입니다.

▲ 합의각서 제3조(기본방침) 내용 중 일부.

말이 좋아 합의각서지 이쯤 되면 거제시가 부대 이전에 관한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이런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서인지 정보가 밖으로 흘러나가는 걸 막으려 한 흔적도 엿보입니다. 앞서 9월 29일에 있었던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의 관련 안건(○○대대 이전 및 양여부지 개발사업 동의안) 심사 때 합의각서와 이전 위치도 등을 의원들에게 따로 나눠줬다가 그날 도로 걷어간 겁니다.

시의회는 지난 10월 7일 본회의에서 이 안건을 원안(原案)대로 가결(可決)해 거제시 손을 들어 줬습니다. 여기까지가 수월 군부대 이전을 둘러싼 대략적인 ‘전후사(前後事)’입니다. 이번 합의각서는 ‘국방부 대체시설 기부채납에 따른 양여사업 훈령’이 제시하는 서식 가운데 하나인 ‘표준 합의각서(예)’ 내용과 거의 같습니다.

합의(合意)는 ‘서로 의견이 일치함, 또는 그 의견’을 뜻하는 낱말입니다. 거제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을의 처지에서 갑(국방부)과의 합의를 일찌감치 끝냈습니다.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부대를 옮기려는 해당 지역민 뜻과도 맞아야 합니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주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합의는 ‘짬짜미(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로 비칠지도 모릅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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