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도에 실시한 지방의회 의원 선거는 개개의 지역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의회가 생기기 이전에는 지역사회 유지들이나 잘해야 동사무소를 찾아가 진정하던 민원들을 이제는 직접 의원에게 호소하거나 의회에 청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지역사회에 새로운 지도력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지방의원들이 바로 그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없었다면 평범하게 생업에 종사하였을 사람들이 의원이 되면서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지역사회의 중심 지도력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지방의원들이 지역사회의 중심 지도력으로서 올바른 제역할 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장담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 그 속에서 의원 개개인이 갖는 인식과 경험의 한계 등으로 주민의 편에서 제대로 일하였다고 평가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6.4 지방선거 이후 지방의회 의원들이 한 단계 더 높은 활동을 하리라 생각하며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어떻게 해야 올바로 의원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지방의원의 구체적인 업무는 의회안의 원내 활동과 의회 밖 주민.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원외 활동이 있다. 지방의회의 중요한 의회활동은 본회의와 임시회의를 통해 자치단체와 관련된 주요사업과 정책에 대해 감사하고 의결하는 일일 것이다.

회의가 열리면 의원들은 시정 전반에 대해 행정책임자들에게 시정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질문을 통해서 정책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점검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집행담당자들의 답변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정 질문은 본회의나 임시회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의원 개개인에게는 어떻게 활동을 하였는가를 주민과 공무원들에게 평가받는 자리가 된다. 시 행정을 감시하는 측면과 더불어 의원 자신에게도 종합적인 의원활동을 평가 받는 자리인 셈이다.

시장이 회의장에 나와 있고 폐쇄회로를 통해 시정 질문 장면이 시청의 전 직원들에게 직접 중계되며 기자들과 주민들이 방청하는 가운데서 행정의 미비점이 하나하나 지적되고 바로 의회현장에서 시인을 받기 때문에 담당공무원들도 부담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의원 또한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한 질문만 하게 되면 바로 부정적 평가를 받기 때문에 시정 질문은 철저하게 준비 하여야만 한다.

시정 질문의 준비는 탁상에 앉아서 문서만 가지고 이루어질 수 없다. 폭 넓은 주민과의 만남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기본적인 자료수집과 현장 확인, 각계관계자 면담 등을 충실히 하여 질문서를 작성해야한다. 단순히 추측이나 소문만으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없으며 부인할 수 없는 근거자료, 현장증언, 현장사진 등을 확보해야한다.

질문사안에 대한 충분한 자료수집이 이루어지면 질문과 답변에 대한 예측을 하여 어떤 변명이나 회피하는 답변이 나오더라도 논리적으로 반박하여 부인할 수 없도록 대비를 하여야한다.
물론 몇 십 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공무원을 논리적으로 설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은 자기 분야의 세세한 경험에 근거하여 일반론적인 수준의 의원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반박하거나 합리화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원도 한 가지 분야에 깊이 있게 파고들어 전문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시정 질문이 요구된다. 공무원과 의원은 전문성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의원들이 공무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평생을 행정 분야에서만 일 해온 공무원과 임기가 있는 선출직 의원이라는 형식적인 조건만보면 그 말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의외로 공무원들에게도 허점이 있다. 공무원이 전문성이 있다고 하지만 보직이 순환되기 때문에 현재 자기 분야가 아니면 깊이 있게 모른다. 특히 고위급 공무원일수록 실무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답변서 작성도 하위직 전문공무원들이 작성하기 때문에 막상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면 실무자의 설명 없이는 답변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은 무조건 전문가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문제점이 있는 분야에서 담당공무원보다 더 많이 연구하면 얼마든지 공무원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의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시정 질문의 묘미는 보충질문에 있다. 본 질문을 공개적으로 한 다음 관계공무원의 답변을 듣고 부족하거나 감추는 부분이 있으면 하나하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지적을 하는 것이 보충질문이다.

대부분 시정 질문 내용이 미리 공개되기 때문에 담당공무원들이 그에 대한 답변 자료를 미리 만들게 된다. 그러나 보충질문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예측할 수가 없다. 만약 답변하는 공무원들이 감추거나 거짓으로 대답한 부분이 있으면 곧 발견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관계공무원들은 시정 질문, 특히 보충질문을 가장 어려워한다.

또한 시정 질문은 관계공무원에게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간접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우선 게을리 하거나 제대로 하지 못한 사업들에 대한 시정 질문이 있다고 알려지면 회의 열리기 전에 모두 시정하는 예를 많이 보았다. 이렇듯 시정 질문은 헤이해진 공무원들에게 끊임없이 자기 업무를 누군가가 바라보고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과거 의회가 없을 때처럼 방관 할 수 없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단 의원들이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시정 질문을 제대로 하다보면 시장이하 관계공무원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거나 감정적인 상처까지 입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이 끝난 후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의원으로서 공직활동과 사회활동을 엄정하게 나누어 잘 처리하는 모습도 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안들도 융통성 있게 서로 올바른 교감과 토론, 타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합의와 양보를 이루어 내야한다. 자신들의 임무는 주민을 실망 시키는 것이 아닌 올바르고 진실 된 것이라야 하며 원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던지 앞을 가로막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배려와 양보의 미덕을 보이고 자신들이 양보하지만 올바르다는 신념은 항상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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