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제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도시계획을 보면 우리 거제시의 행정기관이 개인 기업의 개발부서 하나를 옮겨놓은 느낌이다. 특히나 행정타운이며 화물차정류장 등 거제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시설부지 후보지들이 하나같이 석산개발과 관련되어 있어 시장님의 전공 사업분야가 석산개발이 목적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천 세대의 아파트공사로 거제시 곳곳에서 토석이 과잉공급되고 있고, 2곳의 석산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 또 다시 도심 한가운데에 대규모 석산개발이 진행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익성을 고려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목적인 공공기관에서도 지금 시기에 석산개발로 사업비를 확보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려하는 게 상식일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거제시의 행정타운 추진방식은 도심에 대규모 석산개발과 토석판매로 공공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정말로 공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 투성이다. 토석이 넘쳐나는 거제에서 토석을 팔아 사업비를 마련하겠다는 발상이 그러하고, 공공부지를 그렇게 비싸게 매입할 필요가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현항재개발사업과 연결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시장님의 아이디어도 골치거리이다. 누가 거제시를 석산업체 사장님이 운영하는 기업과 비슷하다고 말해도 상관없을 듯하다.

특히나 행정타운을 고현항재개발사업과 연결하여 구상하고 있는 시장님의 아이디어도 실행가능성조차 의문이다. 항만재개발사업을 위해 필요로 하는 토석채취는 항만재개발사업의 기본계획이나 실시계획에 반영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기가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사업계획들을 들고 짜맞추고 있으니 행정력을 낭비하는 시장님의 행보가 걱정거리다. 고현항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는 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 공공부지확보에 그렇게나 인색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행정타운사업은 사업부지와 그 주변 토지의 소유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안달이니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화물차정류장은 시장님이 바뀔 때마다 부지선정과정에서 시장님들의 취향에 따라 바뀌니 도무지 공공사업이 맞기나 한지도 이젠 헷갈린다.

공공사업은 사업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사업이 종료되고 운영하는 모든 과정에 공공성이 어떻게, 어느 정도 확보되는지가 중요한 평가잣대이다. 장기간에 걾쳐 공공성이 보장된다면 수익성과 상관없이 재정투입을 통해서라도 추진해야 하는 것이 공공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거제시가 추진하는 행정타운과 화물정류장은 계획단계에서부터 개인 기업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아니 기업의 사업추진보다 못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수익이 나는 분야는 헐값에 팔아야 할 처지이고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는 돈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행정타운으로 이전하게 되는 공공시설부지에 대한 사후활용계획도 오리무중이다.

일본의 여러 도시개발사례들은 많이들 보고 배우곤 하는데, 이는 공공사업과 연계한 도시개발의 사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 고베시가 대지진 이후 부숴진 도심의 재건과 부족한 시가용지확보의 사례를 둘러 본 경험이 있다. 지진으로 부족해진 주택부지를 개발하면서 발생한 토석을 매립해 대학교, 공항 등 공공부지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필요한 부지를 확보한 이후에는 추가매립계획조차 취소하여 꽤나 인상 깊게 여겼었다. 지금 거제시장이 원하는 공공부지확보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천양지차이다. 도심 곳곳을 석산개발로 소란스럽게 하고, 사업부지의 매입에 수십억원의 세금을 낭비하고, 수익성도 보장되지 못한 토석판매로 비용을 메꾸려하는 것이 거제시가 말하는 공공사업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장님과 사장님의 차이는 분명하다. 사장님은 물주에게 충성하면 그만이다. 자금을 대는 사람에게 수익을 보장해 주면 어떠한 사업이든 칭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님은 사업의 혜택을 받는 시민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금을 대는 사람과 상관없이 공공사업이 법으로 정한 일을 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서상으로 보자면, 행정타운과 화물차정류장이 거제시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면 적정한 부지선정을 위해 여러 지역의 주민의견을 잘 듣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선정된 부지가 도심과 인접한 곳이어야 한다면 주민들에게 미치는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상식이다. 현재까지 거제시는 두 가지 모두 상식을 벗어나 시장님의 독특한 선택에만 따르고 있다. 시민이 선거로 뽑은 사람이기에 공약사업들을 추진하는데 노력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상식에도 절차에도 무리가 있다면 지혜롭게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만약 부지선정을 비롯한 계획단계에 소홀한 점이 있었으면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도 좋은 정치가 될 수 있다. 불필요한 개발행위로 행정력을 낭비하느니 사업계획을 취소하고 행정력을 시민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상생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서울시장이 우리나라 시장님들의 모범이 된 이유도 바로 행정력을 낭비없이 알뜰하게 살림살이를 했기 때문이다.

시장님에게 어느 누구도 수익을 내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시장의 본분이 시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세금으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사업비 마련을 위해 시장님이 사장님이 될 지경인 점은 유감이지만, 사장님이 된 시장님의 빈자리는 더욱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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