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많이 기울었다. 학생들의 수능도 끝났다. 한 해 동안 이 날의 평가를 위하여 고생한 학생들의 노고를 이제는 기억해야 한다. 모든 욕망 다 접고 오로지 수능시험에 맞춰 산 지난 세월은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긍정적 수용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의 일이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흔히 수능 준비 기간을 지옥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삶은 짜증나는 것이다. 이 기간은 분명 지옥의 통과기간이 아니고, 나의 능력 신장기간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신을 위해 얼마동안 살았노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우리 인생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나를 위해 그동안 지식 배양에 온힘을 쏟았으니, 이제는 정신적 여유를 가지고 심신을 단련할 일이다.

여하튼 그동안의 학생들 노고에 격려를 보내며 좋은 결과가 있어 목적한 바를 향해 꾸준히 달려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또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갖기를 희망한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로 출발하여야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부정적 사고를 하게 되면 온통 세상이 짜증뿐라서 불만의 대상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면 현실은 달가운 대상이 아니라 저항의 대상이 되고, 본인은 최선의 노력보다 남 탓으로 매사를 밀치게 되니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긍정적 사고를 요구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수능의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다면 방만한 생각보다는 계획했던 길을 온전히 갈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였다 하여 세상을 버릴 듯이 낙심할 일도 아니다. 자신의 현실을 교훈삼아 수시로 반성하고 작심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현명한 사람은 오늘의 실수를 내일의 기회로 삼고, 내 인생의 약으로 받아 마신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먼저 생을 살아본 사람의 충정어린 마음을 고깝게 듣지 말고 가슴에 새겨두기를 바란다면 건방진 어른이라 할까?
첫 말은, 성급하게 어른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른들이 믿어주고 신뢰해 주는 고등학생 신분의 오늘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고등학생으로서 남아 있는 기간을 충실히 즐기라는 것이다. 괜히 어설픈 어른 흉내로 주위의 빈축을 살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이란 그리 모범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좀 더 느긋하게 어른의 세계를 넘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쯤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것을 주문한다. 대부분 시행 착오된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낙심하고 좌절할 일도 아니다. 되돌아본 자신은 으레 안쓰럽기 마련이다. 그 안쓰러운 모습을 탓하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내가 내 자신을 보듬지 않으면 누가 보듬어 주겠는가. 그래야만 자신의 앞날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삶을 위해 개혁을 서두르면 된다.

미뤄둔 독서에 눈을 줄 때가 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은 수능 준비로 하고자 했던 독서도 맘대로 하지 못하였다. 이제 수능을 마쳤으니 마음껏 독서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 독서로 자신의 양식을 쌓아 두어야 훗날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몸은 젊어 날뛰어도 머릿속이 비어 있으면 볼썽사납다. 지금이 비어 있는 마음의 양식을 채울 절호의 기회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멋진 여행도 꿈꿔 보길 권한다. 늘 책상에 묶어 놓았던 몸에 여유로운 시간을 허락한다면 그만한 결실이 있을 것이다. 늘 갇힌 공간의 카테고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심신에 자유를 부여해 주는 것은 몸의 주인으로서 마땅히 챙겨야 할 일이다. 국내여행도 좋고, 외국여행도 좋다. 다만 능력의 한도 안에서 실행하면 된다. 경제적 어려움은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슬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빠뜨리지 말고 부모에 효도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찌 보면 수능일은 부모와 자식 간에 임무를 바꿔 갖는 날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자식의 시험 준비에 부족함이 없도록 나름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지금쯤은 헤아리는 지혜로운 자식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나의 앞날을 위해 보살펴 주신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를 드리고 효도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두서없이 당부의 말을 몇 가지 했다. 이제 수능도 마쳤으니 휴식도 가져야 하지만, 늘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시험이 끝났다 하여 모두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11월은 아직 할 일을 남겨 놓은 달이라고 한다. 마지막 마무리에 정신없는 달이 11월인가 보다. 이번에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고교시절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건실한 대학생,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 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