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관련해 ‘지장물(支障物)’이란 용어가 있다. 건축이든 토목이든 공공사업을 벌일 때 해당 토지 안에 있는 물건을 말한다. 사업에 방해되는 지장물을 치우려면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자리를 옮기거나, 보상하고 철거하는 방법이 있다.

사등면 두동마을에 이 같은 지장물에 대한 보상 문제가 불거져 도로 개설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두 길을 잇는 요긴한 역할을 하는 도로가 차일피일 개통이 늦어지자 두동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장물 보상 갈등 장기화

지난 6월 사등면과 거제면을 잇는 시도 2호선이 새길을 텄다. 사곡 모래실해변 쪽 국도 14호선에 램프(입체교차로)를 설치하고 거제면으로 곧장 왕복 4차선 도로를 놓아 예전 두동마을을 지나는 수고와 시간을 덜었다.

덩달아 두동마을도 교통환경이 나아졌다. 새길이 뚫리면서 두동로에 교통량이 현저히 줄었고, 더불어 (주)영진주택건설과 거제사곡지역주택조합이 이 일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건축허가 조건으로 따라붙었던 도로정비(완료 후 기부채납)도 거의 마무리됐다.

이처럼 이 일대 교통환경이 전체적으로 개선되고 있는데 정작 두동마을에서는 새 길을 이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도 2호선인 도시계획도로 ‘대로 3-11’과 두동로 ‘중로 3-23’을 잇는 ‘중로 2-8’이 지장물 보상 문제로 공사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사정은 이렇다.

두 아파트 사업자는 중로 3-23과 2-8을 정비해 오는 30일 준공하기로 했다. 2-8은 이미 공사가 끝난 상태이고, 두 도로의 접점 부분을 삼거리 형태로 완성하면 이 구간은 마무리된다.

그 작업 과정에서 도로 폭을 넓혀 인도를 확보해야 하는데, 해당 토지에 주민 A씨가 쌓은 석축과 동백나무 여러 그루가 있어 지장물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사업자 “무리한 요구” 불응…A씨 “사업자 태도 문제”

이 사정을 아는 대다수는 A씨의 요구가 과하다는 반응이다. 지장물이 있는 땅이 원래 국토부 소유여서 반대로 보면 A씨가 수십 년간 국유지를 무단 점유한 셈인데 거액의 보상비까지 요구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A씨도 이만한 보상을 받을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A씨는 “30여 년 전 도로와 대지 사이에 개천이 있었는데 흙이 개천으로 쓸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석축을 쌓았다. 당시 지적경계선이 불분명했을 뿐 고의로 국유지를 침범한 게 아니었고, 행정에서도 아무 말 없었다. 오히려 행정이 설치해줘야 할 안전시설을 내 손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상비도 애초 더 낮게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상비를)협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측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 게다가 심은 지 30년이 넘은 동백나무를 지름만 보고 4년생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았다. 여러모로 감정이 상한 상태여서 더는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업자 측도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다. 한 관계자는 “나무는 지름에 따른 감정평가여서 몇 년생인지는 사실 중요치 않다. 신뢰할만한 기관에 의뢰했고, 한발 물러나 2000만 원까지 제시했으나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아직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차량이 아직 개통하지 않은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줄을 쳐서 막아놓으면 끊어서라도 다니는 지경이다. 이 와중에 사고라도 날까 우려된다”며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거제시도 입장이 곤란하다. 사업자와 A씨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와중에 도로 개통을 촉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어서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방법도 시도했다. A씨가 마침 이 토지에 자동차 관련 시설을 짓겠다는 건축허가신청을 내자 시는 허가조건으로 국유지에 있는 지장물 제거를 내걸었다.

그러나 A씨는 “시가 꼼수를 부려 사업자 측을 돕고 있다”며 오히려 더 화가 난 상태다.

민(民)·관(官)·산(産) 불협화음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겪고 있다. 한 주민은 “이 도로 구간은 곡선인데다 시야가 좁아 교통사고가 1년에 3~4번 반복된다. 그래서 예전부터 도로를 바르게 하려고 해봤으나 매번 지장물이 방해가 됐다. 이번 기회에 도로가 개선되나 싶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다. 어서 원만한 합의를 이뤄 주민들을 위해 도로를 빨리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