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영국의 부유한 가정의 딸로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출생해 영국과 독일에서 간호사 교육을 받았다. 1844년 이후 의료시설에 강한 관심을 갖고 유럽, 이집트 등지를 견학 후 정규 간호교육을 받고 런던 숙녀병원의 원장이 되었다. 1856년에는 빅토리아 여왕에게 직접 병원개혁안을 건의한 바 있고, 1860년에는 나이팅게일 간호사양성소(Nightingale me)를 창설하여 각국모범이 되었다. 1864년 크림전쟁의 참상에 관한 보도에 자극되어 34명의 간호사를 데리고 이스탄불의 위스퀴다르로 가서 야전병원장으로 활약하였다. 뿐만 아니라, 간호사 직제의 확립과 의료 보급의 집중 관리, 오수 처리 등으로 의료 효율을 일신하여 ‘광명의 천사(The Lady with the Lamp)로 불렸다.

그 후 의료 구호제도에 관해 영국 육군을 비롯하여 국내의 각 조직 및 외국 정부로부터의 자문에 응하였으며, 저서로 (병원에 관한 노트), (간호노트)가 있는데, 각국어로 번역되어 간호법이나 간호사 양성의 기초가 되고 있다. 세계 국제적십자에서는 ‘나이팅게일상(賞)’을 마련하여 매년 세계 각국의 우수한 간호사를 선발, 표창하고 있으며 특히 ‘나이팅게일선서’는 간호사의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며칠 전 거제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이 ‘나이팅게일선서식’을 가졌다. 오랜 학교생활울 하면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보았지만 간호학과 학생들의 ‘나이팅게일선서식’에 참여해보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그날 나이팅게일 선서식의 주인공인 학생들에게 교직, 교양 강의를 하게 된 인연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던 나는 그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에 감격했다. 평소 수업시간엔 장난기도 많았던 학생들의 얼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정말 간호사가 되기 위한 자신의 결심이 진심으로 묻어나는 진솔하고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일생을 의롭게 살며 이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 의료팀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 하겠습니다.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장면은 너무나 엄숙했다. 식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간호사복을 입고 머리를 단아하게 묶어 올린 여학생들과, 단정하게 간호사복을 입은 남학생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단상 앞으로 나와 촛대에 불을 붙여 나이팅게일로 선정된 간호사 앞에서 선서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촛불은 타 오르고 촛불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의 눈빛엔 의지와 열정과 숭고한 봉사의 결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함께 한 재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내빈들의 가슴엔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숙연함에 젖어 있었다. 이제 이 선서식을 마친 간호학과 학생들은 모두 병원으로 돌아가 많은 환자들을 돌보는 ‘백의의 천사’가 될 것이다.

간호사는 법정자격을 가지고 의사의 진료를 도우며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다. 간호사는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며, 선서문에 나오듯이 간호를 받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즉 간호사라는 전문 직업을 소화하기 위해선 내외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전문직장인으로서의 시작을 다짐하는 것이 바로 ‘나이팅게일선서식’이다. 특별히 ‘나이팅게일선서식’이 더 숙연해보이고 의미를 더해 주는 것은 그 직업이 생명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첫 새내기 회사원이 되기도 하고, 교사가 되기도 하고, 공무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해당 분야에 합격한 후 발령을 받기 전 오리엔테이션을 거치기도 하고 사전 인턴과정을 거치기도 하지만 간호사처럼 학생 때부터 이렇게 엄숙한 선서식을 하는 직장인은 아마 드물 것이다.
선서식을 하고 직업인이 된다고 하여 더 잘 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그러나 선서식이란 말 그대로 그 일을 하기 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의 결심이다. 힘들고 어려운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가진 그 선서식의 장면을 떠올린다면 직장생활에 큰 의미를 더해 주리라 믿는다.

며칠 전 학생 한 명이 부상을 당해 병문안을 갔다. 마침 수술을 앞둔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방문을 한 간호사와 학생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걱정 하지마, 너는 용기있는 학생이니까 잠시 눈을 감고 자고 일어나면 너의 아픈 부분의 수술이 끝날거야. 수술을 맡은 선생님과 간호사님이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실거야. 수술이 끝난 후에도 너는 크게 아프지 않을 거고 며칠 만 지나면 학교도 갈 수 있을거야. 그렇지만 심한 장난은 안 돼. 학교생활에는 약간 불편할 뿐이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의사선생님께 뭐 여쭈어 볼 말 있어?”

학생은 간호사님의 이야기에 이제 안심이 된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수술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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