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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권과 스카이라인유진오 /본지 고문

S형!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권리를 조망권이라 하며, 건축물의 지붕과 잇닿은 하늘의 선 또는 윤곽을 스카이라인이라고 합니다.
남해안의 절경 거제에 살면서 바다를 바라볼 수 없게되고, 천혜의 미관을 그르치는 도시경관 훼손이 시정(市政)에 의해 빚어졌다면 이는 시민들의 비판 대상이 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바라다 보면 흐뭇하고 정서적 안정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도시경관과 스카이라인은 공공(公共)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거제시는 지난 5월9일 장승포동 529-7번지 등 일대(31필지) 1만2천6백여㎡의 거제세관 뒤 산자락에 지상 10~16층의 아파트 3동(180세대)의 건축을 허가했습니다.
시민들이 이를 알게 된 것은 지난 9월 하순이었습니다. 장승포지역 주민들은 우선 장승포항의 도시경관을 크게 해치는 건축허가가 어떻게 날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장승포항은 그 풍광(風光)이 너무 수려해 이탈리아 나폴리만 외곽의 세계적 미항인 소렌토(Srrento)에 비유되고 있습니다. 한해 1백만 명이 넘는 지심도?외도?해금강 관광객들은 장승포항으로 되돌아오는 뱃길에서 바라다보는 장승포항의 미관은 거의가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거제의 아름다움’ 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유럽의 어느 마을을 연상케 하는 애광원(愛光院)의 전경과, 은빛 돛을 달고 달리는 범선(帆船)을 형상화한 빼어난 건축미가 돋보이는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장관(壯觀) 때문입니다. 산허리에 빨간 지붕을 이고 있는 40여동의 하얀 건물들이 주는 운치는 그 아래 문화예술회관의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져 장승포항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합니다. 거제문예회관의 건축미는 이미 지난 2004년 한국 건축대전에서 ‘건축대상’을 수상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애광원과 비스듬히 문예회관의 곁에 16층 아파트 3개동이 들어선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미항 장승포항의 스카이라인을 크게 훼손하는 건축행위라는데 이론(異論)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재단 이사장직은 거제시장이 당연직으로 겸직한다는 점에서 거제시장이 자랑스러운 문예회관의 스카이라인을 망가뜨리는 ‘자해(自害)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난하는 시민이 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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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아파트 건축허가가 난데 대해 앞장서 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분은 올해 아흔인 김임순(金任順) 애광원장입니다. 김 원장은 아파트가 세워질 경우 애광원의 앞을 완전히 가리게 돼 애광원에서 생활하는 25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은 장승포항을 내려다보며 멀리 수평선을 바라다볼 수 있는 조망권을 빼앗겨, 정신적 신체적 안정을 얻게 되는 ‘자연치유 환경’을 잃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김 원장은 1970년 초 직접 독일로 건너가 장애인시설 건축을 전공한 건축학자를 수소문해 지적장애인들이 그들의 거실에 앉은 자세로 바다를 바라다볼 수 있는 건축물 설계의 자료 등 도움을 얻어 건물 한 동씩을 늘려, 한국 최고의 지적장애인 시설을 갖춘 국립 애광학교를 30여 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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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아파트 ‘건축허가 취소 요구 건의서’에 뜻을 같이 한다며 서명한 시민들이 지난 23일 현재 2900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거의가 애광원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며 주부들이 그 주류인데, 놀라운 것은 외국인도 4백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조선산업과 관련해 대우조선 또는 삼성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특수 기능인들인데 애광원의 풍광에 취해 우연히 방문했다가 장애인들의 식생활, 취미생활, 학습생활 등을 돕게 된 사람들입니다. 외국인들이 남의 나라 자치단체장의 행정행위(인허가)에 대해 참견하는 것 같아 망설이기도 했지만 “조망권이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하나인데 애광원 장애인들의 조망권을 침해하는 건축허가는 꼭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달라”는 취지로 동참했다고 에이빈 펠드씨(32. 노르웨이인, NPC社 메니저)는 말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나이이던 1952년 11월, 허름한 움막에서 부모 잃은 7명의 갓난 애기들을 돌보며 시작한 애광원은 올해로 63주년을 맞습니다. 전쟁고아 6백여 명을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낸 아흔의 할머니가 됐어도 지적장애인 250여 명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김 원장의 숭고한 인간애가 외국인들까지 도우미로 나서게 한 것 같습니다.

일찍이 막사이사이상(1989년), 호암(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아호)상(1994년), 국민훈장 모란장(1997년) 등 큰 상을 수상한 할머니의 업적이 이번 조망권 침해 사태로 인한 할머니의 눈물로 얼룩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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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 건축허가와 관련해 권민호 거제시장은 “몰랐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권 시장이 ‘몰랐다’는 연유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거제시장으로 재선되는 과정에 지난 4월 하순부터 거제시장직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던 그 사이(5월9일), 건축허가가 났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부시장이 시장권한대행으로 일하면서 ‘한 건 해치웠다’는 사연입니다. 아파트 건축 민원을 낸 CS하우징(주)대표 이근택씨가 거제시에 건축허가원을 낸 날짜는 1년 전인 2013년 6월10일이었고, 허가절차인 도시계획심의위원회와 건축심의위원회가 심의한 내용은 그때마다 도시과장, 건축과장, 도시건설국장을 통해 시장에게 보고됐다고 합니다. 총사업비 640여억 원이 드는 문제의 아파트 건축허가 내용을 ‘시장이 몰랐다’는 데 대해 한 시청 공무원은 “알려진바와는 전혀 다릅니다. 사실이라면 권 시장이 ‘매우 간(肝) 큰 부시장’을 모시고 있는 격”이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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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아파트 건축 허가지는 ‘상습재해위험지역’이었는데 언제 어떻게 해제되어 또 다른 재해의 원인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장승포 지역민의 의문과 우려에 대해 거제시는 소상히 해명하고, 조망권 침해와 도시경관 훼손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에 대해 그 대안을 신속히 내놓아야 합니다.

거제시는 또 “아파트 건축 민원서류(조감도)에 민원인이 평균 경사도를 21.7도라고 밝히고 있는데도 ‘평균 경사도 20도 이하인 토지에만 개발행위(건축포함)를 허가한다’고 규정한 거제시도시계획조례(제18조2항)를 어겨 건축허가를 한 것은 이해 할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 건축사의 지적에 대해서도 충분한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습니다. 잘못을 알면 서둘러 바로잡는 것이 공인(公人)의 자세입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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