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민 모두가 한 가지 이상 마술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꿈입니다”

마술사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느냐고 묻자 고삼식(44) 마술사는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벽장을 켜켜이 채우고 있는 온갖 마술도구 가운데 하나를 꺼내더니 이내 물리법칙을 깨트리는 현상을 연출했다.

친절인지 익살인지 몇 번이고 되풀이했으나 끝내 비밀을 밝히지 못했다. 그런데도 분하긴커녕 체면 불고 한 번 더 부탁하게 된다.

‘속임수’, ‘사기’라고 여기지만, 막상 눈앞에서 벌어지면 의자를 바싹 끌어당기게 하는 마법 같은 매력.

고삼식 마술사는 마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릭’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현재 ‘거제 블루매직’ 대표다. 고현동에 자그마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마술도구를 팔거나, 마술을 지도하고 있다.

거제, 통영 등 경남권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초청돼 펼치는 마술공연은 마술사인 그의 본래 업이고, 평소엔 무대에서 내려와 마술교육지도사 자격증 1급 소지자로서 거제대 평생교육원, 지역 학교 방과 후 수업, 문화센터,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마술을 가르친다.

고 대표가 내놓은 7장의 이력서엔 이 같은 활동이 빼곡하다. 2005년 거제대 공연에서 시작해 2013년까지 한 장에 30개 이상씩이다.

대부분이 마술공연과 강의 등이고 칵테일 관련 활동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마술 못지않게 칵테일 제조에도 재주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고 대표의 원래 꿈은 근사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갖는 것. 고향인 남해에서 서울로 상경해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일을 배웠고, 거기에서 손님의 흥을 돋우는 칵테일쇼와 마술쇼를 접했다.

IMF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2001년, 거제는 그다지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지인의 말에 레스토랑과 바를 갖춘 멕시칸 음식점을 거제에 하나 차렸다.

가게를 준비하면서 칵테일 제조와 마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배웠다. 비록 레스토랑은 6개월 만에 문을 닫았지만, 바야흐로 그의 마술인생이 막을 올린 때였다.

국가자격증 조주기능사(칵테일제조) 1급 소지자인 그는 처음엔 칵테일 위주의 공연, 강의 등을 벌였으나, 점차 대중에게 가까운 마술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름이 알려지자 공연도 늘었다. 그에 따라 재능기부를 원하는 곳도 연락이 줄을 이었다. 아이들과 병원 환자, 장애인 등에게 마술은 적잖은 즐거움을 선사했기에 한때는 좋은 일 한답시고 무료공연만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매우 힘든 때이기도 했다. 공연수입이 있어야 먹고 사는데 그렇다고 차별해서 행사비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 (사)한국연예예술인연합회 거제지회에 가입하고서야 지회차원에서 재능기부와 개인차원에서의 공연활동이 분리될 수 있었다고 한다.

고 대표는 3개의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하나는 다음 달 초에 열리는 마술대회에 입상하는 것. 또 하나는 지난해 4월 취득한 마술사 자격증 3급을 2급으로 올리는 일이다.

마지막 하나는 뜻이 맞는 마술사들이 모여 거제에서 합동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외부의 지원을 줄이고 최대한 자력으로 콘서트를 열어 관객만을 위한 무료공연을 펼치는 계획을 품고 있다.

그러면서 “마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거제시민 누구나 마술 한가지 이상은 할 수 있게 하는 게 제 꿈입니다”라고 덧붙여 말하는 마술사 고삼식 대표였다.

내달 1일부터 9일까지 거제시농업개발원에서 열리는 거제섬꽃축제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다. 2일과 9일에 고 대표가 마술공연을 펼치고, 8일엔 대회 출전을 위해 빠진다. 대신 그에게 마술을 지도받은 제자들이 무대를 이끌 예정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