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형.
한 시절 대한민국 백성들 대부분이 취미가 독서라고 풍미(風味)하던 적이 있었죠. 이 풍조(風潮)가 지금은 아닌 것같네요. 취미가 독서라는 시류가 퇴색한 것같습니다. 일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통계가 잘 반증하고 있지요.
백범은 일찍이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지요.
문화란 무엇입니까.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책 읽기의 즐거움도 우리 자신을 즐겁게 하고 남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독서의 문화, 출판의 문화, 이런 즐거움에서 우리는 인의(仁義)와 자비(慈悲)와 사랑을 키워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즐거움이 무엇인지 터득한 사람이 남에게 즐거움을 주겠지요.

ㅇ형.
이런 즐거움의 향유(享有)는 유교전통에서 면면이 이어오는 전통이지요. 공자 어록인 논어에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란 문장이 있지요. 배우고 수시로 그것을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그만큼 즐거움이 동반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진정으로 배우는 것은 가르침으로부터라는 것입니다. 가르침은 배움을 완성하는 다른 말이기도 하지요.
요즘 다시 인문학이라고 하면서 바람이 드세게 불고 있네요. 단기 속성의 인문학 강좌, 기업들은 경영과 인문학을 접목시키는 궁리(窮理)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산업화의 물신(物神)과 이념의 도그마에 지친 한국사회가 인문학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신선하고 고무적인 일이지요.
지금 우리 사회는 돈의 지배와 이념의 도그마에서 용신(容身)이 힘든 현실 아닙니까.

ㅇ형.
조선 500년을 지탱한 것은 무슨 힘이였겠습니까.당시 관료들의 인문학적 소양(素養)이 넘쳤기 때문이었죠. 조선시대 시인 김득신(金得臣:1754-1822)은 유별난 독서광이었다고 합니다. 책 한 권을 만번이나 읽었다고 합니다. 지독한 벽(癖)이었던 셈이지요. 지혜가 부족하고 재주가 노둔(老鈍)했는데도 외워서 읽기가 부지런해서 59세에 과거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 스스로를 책만 읽는 바보라고 했으며, 읽은 책이 2만여 권.필사본이 수백 권이라고 하니 현세의 우리들은 엄두도 못내겠지요.
중국의 서석린(徐錫麟:1873-1907)은 삼심양합(三心兩合)을 중시했다고 합니다. 전심(傳心), 세심(細心), 항심(恒心)으로 독서할 때 지녀할 세 가지 마음이란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일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는다(一日讀書 口中生荊棘)”고 했지요.
독서는 습관화되지 않으면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조금씩, 서서히 독서의 경지를 개척하면 알게 모르게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 또한 독서의 매력입니다. 독서는 인문학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입니다.
인문의 가치는 개인과 사회를 자기 성찰의 자리로 이끌어 역사적인 안목과 문화적 감수성, 책임 있는 공동체 의식을 고양(高揚)시키는데 있는 것이지요.

ㅇ형.
독서는 책사랑과 귀결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책을 사랑하기에 독서가 연결되는 것이죠. 영.정조 시대의 찬란한 문체는 청나라 유리창에서 사들인 수많은 책들, 유별난 책사랑이 독서로 이어졌지요 .박지원(朴趾源), 박제가(朴濟家), 홍석주(洪奭周), 홍대용 이들은 한세대를 풍미한 학자였지요. 영조도 문체 반정을 꾀하긴 했지만 책읽기에 도통한 군주였지요.
생전의 법정도 독서로 해서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책을 선물했지요.
마오쩌둥은 삼복사온(三復四溫) 독서법 다독(多讀), 다사(多寫), 다상(多想), 다문(多問)으로 사다(四多) 독서법을 실천했다고 합니다. 처칠도 나폴레옹도 유명한 독서광이었다고 합니다.다산의 그 많은 저작물도 독서와 귀결되는 것이지요.
두보(杜甫)는 책 일만 권을 읽으면 책을 쓰는 신의 경지에이른다고 했습니다. 괴테는 “1만 권을 읽었음에도 여전히 몸은 서럽기만 하다”고 했습니다. 채근담에 “책을 읽으면서 성인이나 현자를 보지 못한다면 그는 글씨를 베끼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ㅇ형.
살기가 바빴다고, 시간이 없다는 핑게로 밀쳐두었던 취미 독서를 이제는 다시 일깨워야 하리라고 봅니다. 기름 닳는다고 야단치던 할머니의 지적도 아랑곳없이 담요로 창호지 문으로 비치던 호롱불을 가리고 밤새 책읽던 그 즐거움이 동화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독서는 정신건강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인지 해야할 것입니다.
삶이 괴로우면 책 읽는 즐거움을 가져보세요. 나름의 논리가 서고 직관으로 나가는 길이 보일 것입니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스스로를 재 편성하는 과정에서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메리언 울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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