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고현항 재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개
거제시·사업자 장밋빛 청사진 내놨으나, 주민 지적 빗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지난 14일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공개됐다.

지역 시민들과 거제시 공무원 및 사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이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주민설명회에서 거제시와 시행사업자인 거제빅아일랜드PFV(주)는 고현항을 재개발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그러나 참석한 시민들이 쏟아낸 주민피해 우려와 기타 문제에 대해선 사실상 어느 하나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라는 의견도 나와 지역민 사이에서도 사업 찬반이 엇갈리는 모양새였다.

고현 앞바다 17만 평 매립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은 쉽게 말해 고현 앞바다 매립을 통해 지역 중심지인 구 신현읍 지역을 넓혀 녹지공원과 주거 및 상업시설, 항만 시설 등을 갖춘 새 시가지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불참한 권민호 시장을 대신해 김재식 전략사업담당관은 “고현항을 둘러싼 구 신협읍 인구가 12만 명으로 거제시 인구의 절반이며, 문화·경제·교통 등의 중심지이지만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편의시설·문화공간 등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고현항을 좀 더 규모 있게,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현항 재개발을 추진하게 됐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고현항 공유수면 57만 358㎡(17만 2000여 평)를 메워 만든 부지에 기존 육상부지 2만 9740㎡(8900여 평)를 더해 총 60만 98㎡(18만 1000여 평)를 개발한다. 전체 사업구역은 개발면적과 보존하는 공유수면을 더해 총 83만 3379㎡(25만 2000여 평)이다.

이렇게 마련된 부지를 주거(15만㎡ *만 단위 미만 생략), 공원(11만㎡), 상업(9만㎡), 항만(5만㎡), 관광(2만㎡), 공익(2만㎡), 기타( 12만㎡) 등으로 나눠 개발한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71개월이 걸린다.

환경평가 “사업 진행해도 영향 미미”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에 따른 대기질과 소음진동, 수질, 해양환경 등 4개 항목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사업 전과 후를 비교해 예측했다.

먼저 공사에 따른 먼지 발생 등을 조사한 대기질 영향예측은 공사할 때나 끝난 뒤에도 기준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진동 부분에선 9개 예측지점 가운데 4곳이 목표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돼 방음패널 설치, 저소음·저진동 건설기계 사용 등 저감방안을 제시했다.

공사 및 운영 시 발생하는 오수의 영향을 평가한 수질항목에서는 오탁망 등 오염저감장치 설치와 거제중앙하수처리장 연계 처리 등을 제시했다.

조위(潮位: 조수의 흐름에 따른 해수면의 높이) 평가는 홍수기에 고조위가 사업지구 동측(연초천 하류)에서 기존보다 최대 7.7cm 증가했으며, 저조위는 장평동 쪽 해역에서 0.1cm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또 조류는 홍수기에 연초천과 고현천 하류 부분에서 강한 흐름을 보이며, 연초천에 인접한 사업지구에서 최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업에 인한 퇴적률은 대부분 지역에서 감소하며, 일부 지역에서 연간 0.01~0.03cm 증가한다. 해수교환율은 현재 24.3%에서 28.6%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침수·오수처리·절차문제 등 지적 쏟아져

평가서 보고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냈다.

먼저 손을 든 이행규 전 시의원은 침수문제와 늘어나는 인구 및 도시 기반 시설 수용 문제, 오수 처리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예전 삼성중공업이 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 해수면 높이가 67cm 증가한다고 예측돼 아일랜드 형식으로 바꿨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어떻게 -2~4cm로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또 구 신협읍 인구와 연초면, 사등면, 수양동 등 주변 지역 인구 증가량이 사업자 예측을 넘어서는데 그만한 도시기반시설을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특히 오수처리와 관련해 거제중앙하수처리장은 하루 하수처리량이 3만 톤에 불과해 아직 상문동 아파트 단지도 하수관 연결을 못 하고 있는 상태라며, 사업지구에서 발생하는 7000~9000톤의 오수를 중앙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맹점을 짚었다.

이에 사업자 측은 “사업지역은 평상시 조류변화가 거의 없고, 홍수 때 증가할 거란 예측 결과도 홍수량에 의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라며 “태풍 매미 때 처럼 폭풍·해일에 의한 영향을 검토해봐도 1~2cm 변화하는 것로 예측됐다”고 답했다.

또 “중앙생활권 인구문제는 도시기본계획에 맞춰 인구를 배분해야 하는 문제”라며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거나, 주변 생활권에서 인구를 중앙으로 가져와 배분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거제시와 협의해가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오수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하루 5000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앙하수처리장은 지적한 대로 포화상태가 됐다”며 “관련 지자체와 하수처리장 증설, 처리 부분 등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박광호 통영거제환경련 공동의장은 “거제시는 고현항이 오염돼서 매립을 한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는데, 오염원을 찾아 줄여서 바다환경을 되살리는 게 옳은 방법”이라며 고현 앞바다를 메우는 행위 자체를 질타하기도 했다.

고현항 재개발사업 지역협의회 간사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이번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효력에 대해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사업의 결정권을 가진 중앙연안관리심의회가 지난달 23일 이 사업을 보류함으로써 앞으로 변경될지, 아니면 백지화될지 향방이 분명치 않은 시기임에 불구하고 애초 사업 계획을 근거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

이에 사업자 측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항으로 사업 자체가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만약 수립계획이 바뀌면 관련 기관과 협의해 적법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민생과 직결된 침수문제와 해수교환율, 공사시 교통문제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냈으나, 거제시와 사업자 측은 뚜렷한 해답 없이 “거제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과 협의해 진행하겠다”며 주민설명회를 끝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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