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지구상에서 서로 공생하며 평화롭게 살 수는 없는가?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고 본다. 우선 각자가 자기 자신부터 정화해보자. 그러면 평화가 오지 말래도 그대로 평화로워질 것이다.
세계의 이목을 받아가며 강대국의 정상들이 연일 떠들썩하게 평화협정을 맺을 필요가 없다. 그런 평화협정은 매우 불공평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기를 가진 나라와 그 무기를 가지려는 나라 사이의 평화협정은 전혀 신뢰성이 없을 수 밖에 없다.

많이 먹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사람들과 시간당 수십명씩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 간에 평화공존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런 약속들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깨어진다. 평화를 구호로 외치는 단체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전혀 불가능한 수고를 하고 있다. 평화와 자유는 구호나 피켓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경쟁을 배워왔다. 그런 우리가 이제는 평화를 외치고 있다. 평화는 상대를 힘으로 누르는 것에 의해 취득되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바색계경에서 부처님은 자애로운 마음이 온갖 안락의 원인이 된다고 가르치고 계시다. 자애로움이 바탕이 되지 않는 평화는 절대로 오래도록 존속될리가 없다.

평화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욕망을 제어하는 자애로움으로부터 솟아나와 일체 중생에게 스며들어갈 때라야 만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자애로운 힘을 자양하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 가야한다. 그것이 수도원이고 사찰이다.
목욕탕에서 때를 벗기는 사람들을 보라. 그 시간만큼은 혼신의 정열을 다 바쳐 때를 벗긴다. 때가 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곧 부서져 버릴 남의 물질로 된 몸도 그렇게 열심히 닦아내는데 정작 자기 자신의 때들은 수억겁 동안 덕지덕지 적재시켜 가고 있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마음의 때를 한 번 벗겨내면 얼마나 시원하고 상쾌한지를 감히 상상도 못하고 있다.

목욕 요금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들은 주기적으로 반드시 목욕탕에 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방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의 때가 그대로 끼어 있을 때에는 상호간에 전혀 괘념치 않는다. 그것이 추하다고 서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업이 두꺼운 사람들은 꼭 업(業)이 두꺼운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다.

그들은 평생 남의 삶을 살다 간다.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남의 삶에 장단을 맞추다가 불쌍하게 죽어간다. 원효스님의 기신론(起信論)에서 거울에 때가 끼면 물질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것과 같이 중생의 마음에 때가 끼어 있으며 본래 부처인 자신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므로 업(業)을 닦아내고 바르게 실천 수행하는 곳이 목욕탕 수보다도 더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 곳에 찾아가 자신의 혼탁한 마음을 정화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마음이 유순하고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남에게 폭력이나 횡포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때 비로소 서로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수능시험 공부를 하는 입시생들을 보자. 그 노력의 반만 투자해도 그들은 이미 부처가 갖고 있는 육신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가슴 아프게도 자기들이 나아갈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부모가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그들이 크게 해낼 것 같지만 그들도 곧 두 손을 들고 엉겁결에 부모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는 그들의 아이들에게 또 다시 자기들이 공부해온 그 길을 강요할 것이다. 방향이 잘못 잡혀진 것이다. 그들도 한평생 수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힘들게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피눈물나게 배워 온 유일한 공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살이는 절대로 OX로 정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미칠 지경이다. 좌절과 방향으로 세상이 어지럽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곧 거기에 익숙해질 것이고 얼마가지 않아 그 대열에 동참해버릴 것이다. 책임 없는 부모가 그들의 인생을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의 부모도 사실진실된 인생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부모가 살았던 그 길로만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 길은 죄업의 길이고 죽음의 길인데도 그들은 그 이상의 성스러운 길을 감히 찾아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부모가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한다면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먼저 회복하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 남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분열된 지식을 어렵게 습득시킬 것이 아니라 그들 속에 들어있는 억만금의 지혜(知慧)를 우선 그들의 것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상대적 경쟁을 가르쳐 친구를 적으로 생각하는 마음보다 융화적 일체감을 가르쳐 인류를 하나의 귀중한 자기 몸으로 감싸 안는 방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법구경에서 “이기면 원망을 낳고 지면 열등감에 빠진다. 승부를 다투려는 마음만 버린다면 모든 것에서 편안해 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바로 이 뜻이 아니겠는가?

노자도 “상대적 관념을 버리면 바로 성인이 된다”고 했다. 자식을 왜 성인의 대열에 끼워 넣으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자식이 잘 되라고 바라고 있는가? 고작 나약하고 불쌍한 타인을 이기고 누르면 성공했다고 자식을 자랑하는가? 그것은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 그대로 놓아두어도 자식은 본능적으로 타인을 꺾어 누르는 업(業)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수도원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인격이나 인성교육의 프로그램을 더 많이 늘려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 그런 교육을 통해 그들이 우선 자신을 제어하고 자신을 발현하며, 자신을 회복하도록 그 방법부터 깊숙이 배우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이 세상에는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평화로 인한 자유이기 때문에 그것을 그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면 부모가 자식을 간접적으로 전쟁의 포화 속에 던져놓고 마는 꼴이 된다.

자식이 자신을 완전히 제어하는 힘을 얻을 때 그들을 낳아준 부모는 위대한 어버이가 된다. 그들을 통로로 해서 이 불안정한 세상에 태어난 자식들은 이제 사람다운 삶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부모를 가진 덕택에 그 자식들은 이 평화의 공존 속에서 끝없는 자유를 누려가며 마음껏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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