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옆에서’는 중년의 원숙미를 상징한다. 여자의 일생을 꽃으로 의인화하여 고뇌와 시련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린 미당의 대표작이다. 이 시를 요즘 이슈되는 ‘김현 의원’(새민련)에 대입해 본다.

미처 몰랐던 프로필을 추적해 보니, 그녀는 나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울어댄 소쩍새였고 한여름 장마 속 천둥이었다. 개화의 결정적 요소가 유권자들로부터 받은 믿음이 아니라 길운으로 당선된 복불복이었다. 비례대표로 졸지에 금배지 주인공이 되어서인지 인지도가 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 노이즈 효과로 전국구 유명인사 되었다.

이슈 개요를 정리하자면, 9월 17일 자정쯤에 ‘김현’이 세월호 유족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취한 김에 대리운전사를 불렸고, 기사를 한참 기다리게 했다. 채근 받은 그녀가 ‘미안합니다, 기다린 시간을 보상 하겠습니다’라고 상식적인 대응을 했더라면 탈이 없었을 터. 그녀는 고압적자세로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 국회의원이야”라고 했다. 언쟁 과정에서 일련의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몇 개의 음절로 이루어진 이 수사의문형 속에 위장잠입하고 있는 뜻이 중요하다.
손위 사람이 손아래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너’가 ‘내’에 닿는 순간, 청자의 인격과 ‘밥 세끼 걱정’의 비논리적 본질은 휘발되고 만다. 이어 ‘나 국회위원이야’란 위압적 종결어미가 절망에 익숙한 잡초의 의지를 짓뭉개고 있다. 단순한 것 같지만 소설처럼 긴 함의(含意), 화자에 의해,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잠언이 진부한 변명으로 전복해 버렸다.

그 말은 불통의 상징이다. 이념화된 격렬한 무질서를 자유와 정의의 깃발로 펄럭거리게 해 놓고 깃발 아래서 소통을 갈망하는 서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 ‘듣기’는 없고 ‘말하기’만 존재하는 ‘김현’ 식(式) 언어를 닮은 쪽이 있다. 슬픔이 무기인 유족들이다.

유족들은 전방위로 전방위를 치는 일방적 싸움을 고수했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사행결단의 양상을 나타낸다. 도를 넘는 적개심, 욕설, 고소 고발. 어느새 특권층이 되어 버린 쪽, 그 바람에 나라발전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제 색깔론마저 띄고 있다.

‘김현’은 동색(同色) 표정으로 유족들과 밥과 술을 공유한다. 오고가는 술잔 속에 우정이 깊어진 것일까. 불가능한 요구를 불가능한 것으로 정립하는 판단력은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진실로 유족의 슬픔이 친족의 슬픔 같아서 그런 것일까.

국회의원은 권력으로 보통사람들의 삶에 개입하면 곤란하다. 의도적인 선행 속에 정치적 야심을 은폐해서도 안 된다.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데서 가치가 생성되는 자리다. 그곳은 ‘헌법’을 철저히 요구한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진다’(7조 1항), 이용가치가 있는 서민(유가족)의 존엄성만 보고, 또 다른 서민들의 존엄성을 못 본 척 할 수 없다.

잘못하면 국해(害)의원을 전락할 수 있는 외눈박이 의원이 ‘김현’ 뿐만 아니다. ‘임수경’, 이 여성도 대학시절 북한으로 넘어간 이력을 바탕으로 이태 전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로 뽑혔는데 의원이 된 후, “근본도 없는 탈북자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에 대든다.”고 패악을 부렸다. 특권의식을 설도로 휘두르다 욕을 본 경우이다.

같은 당 의원들이 ‘김현’의 ‘내가 누군지...’를 감싸는 개그를 들고 나왔다. 그녀의 특성은 “46kg의 허약한 체구와 온순한 품성의 주부”(이석현, 국회부의장)가 아니었다. 지난날의 동영상 속 그녀는 특권을 등에 업고 칼날 같은 언변으로 원로 공직자를 후려치는 강건파 여성이었다. ‘김현을 위한 변명’(세민련 최민희)도 있다. 요지인즉, “이 모든 것이 정치의 잘못이다. 정치권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특별법제정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유가족들께 죄를 많이 지”은 탓이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모든 사건 사고를 사회 구조 탓으로 돌리는 부류가 생겨났다. 정부가 재난을 막지 못한 경우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만, 개인의 부덕에서 기인된 사건마저도 개인 탓이 아니고 정부 탓으로 돌린다. 이 몽매한 신념의 소유자들은 자신의 주장이 생떼를 위한 생떼임을 모를 리 없다.

그들의 불온한 막말은 서민의 기호인 ‘대리기사’의 길에서, 광장에서 맹금의 날개처럼 날아오른다. 의원들의 더 힘찬 날개짓(권력)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세금을 내기 위해서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입법권을 쥔 연방 의원들의 특권이 고작 지정된 장소 내의 무료 주차 및 교통 위반 딱지 미발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의원들의 특혜는 어떤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우리는 그 불가해한 규정에 태클을 걸 수 없다. 왜냐하면 이곳은 후안무치가 수용되는 한국이니까.

‘김현’은 봉오리를 보다 화려하게 열기 위해 노력한 꽃이다. 전대협 운동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 등, ‘머어먼 젊음의 뒤안길’을 돌아 중년에 이르러 마침내 국회의원으로 만개했다. 속칭 출세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서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내 누님”처럼 성숙하지 못한 채 개화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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