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의 삶은 하루라도 전기없이는 살 수 없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짓고 생산한 전기를 옮기는 일은 오늘날 국가정책의 핵심이자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발전소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니기에 환경단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장차 사라져야 할 발전소의 종류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는 방사능물질, 석탄 등 원료의 생산, 운반, 보관 및 사용후 폐기물의 처리 등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위험성이 확인된 원자력발전, 석탄화력발전이 1, 2위를 다툰다. 반면 태양, 바람, 물과 같은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소는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고, 유럽 등지의 선진국에선 매년 20퍼센트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2050년 경에는 지금과 반대로 50~80%의 전기를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마다 다양항 형태의 지원책을 내놓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가 원료의 생산, 운반, 보관에 따른 환경오염이 전혀 없고 화석연료가 국제정치의 무기로 등장할 때를 대비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렇게 좋은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자는데도 빈번히 사회적인 갈등이 되곤 한다. 거제풍력발전을 둘러싼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의 ‘공짜’ 에너지를 이용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어야 할 터인데도 왜 주민들과 환견단체까지 나서서 반대하는 것일까?

우선 최근 언론에서 거제풍력발전을 다룬 많은 기사들을 보면 그 첫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업자가 사업추진과정에서 여러가지로 몰래 사업을 추진하거나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 등이 해당한다.

풍력발전이 예정된 곳은 수자원보호구역,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 보전임지 등 여러 법에 의해 개발에 제약이 따르는 지역이다. 여러 겹의 규제가 중첩된 곳인데 느닷없이 풍력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은 주민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주민들도 산과 논밭을 이용하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감수해 왔는데, 갑자가 풍력발전단지는 예외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로 차별받던 주민 입장에서 특혜라 여길만한 사안이었고, 이를 계기로 거제시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사업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뒤늦게서야 주민설명회를 들먹였으나 성의없이 추진하다 되레 주민들의 질타만 받았다. 구천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조차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않았으니 주민들에게 공청회와 같이 거창한 절차가 있었을리 만무하다. 한마디로 국가를 등에 없은 안하무인이 바로 거제풍력인 셈이다.

그런 자신감 때문인지 사업자는 정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소규모환경영향평가”라는 약식 절차를 선택했다. 에너지촉진법에 근거에 가능하다고 하지만 10만평 가까운 보전산지를 깎아내고 길을 내는 개발사업이라면 정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주민들이 시행정의 무성의함을 탓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양풍력발전단지가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면서 주민의견수렴 등 거제시보다 세련된 행정능력을 보인 것과 대조되기 때문이다.

결국 거제풍력발전단지의 환경영향평가는 주민의견도 살피지 않았고, 자연환경에 대한 사계절조사도 없었고, 자연경관훼손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는 없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산지전용협의 등 중요한 행정절차를 조용히 추라진하고 난 이후 주민들에게 보고하려다 들통난 것도 모잘라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이 사실 그대로라고 하다 또 다시 거짓임이 밝혀졌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도처에 있고 계곡을 끼고 원시림의 절정에 이른 숲은 녹지자연도를 기준으로 8등급이 될 만한 곳이었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여러 종의 법적보호종이 살고 있음이 환경단체의 현장조사와 과거 자료에서 드러났다. 남방동사리, 수달, 흰꼬리수리, 참수리, 독수리, 수리부엉이, 팔색조, 원앙, 애기송이풀군락지 등 법적보호종들이 즐비하였다. 숲도 아름드리 소나무를 위시해 100년도 넘은 철쭉, 소사나무군락 등 보전가치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쯤되면 애초에 사업자가 제시한 사업계획서가 엉터리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아니나다를까 주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하나둘씩 모은 자료들은 거제풍력발전단지가 사업계획서에 감추고 있던 내용들에 의문을 품게 하였다.

우선 사업계획서에서 풍력발전기와 부대시설들이 들어설 사업부지가 실제와 비교해 훼손이 적을 것처럼 왜곡되어 있었다. 좁은 임도를 거의 그대로 이용한다는 얘기나 발전기 부지가 200평이 되지 않는 면적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거짓인 셈이다.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풍력발전단지의 환경영향에 대한 보고서가 그 증거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거제풍력발전의 사업계획은 발전기가 들어설 부지를 4분의 1 규모로 축소하였고, 공사용 도로폭도 절반으로 축소하여 보고한 셈이다. 허가만 받으면 공사하면서 누가 방해할 것이냐는 발상이었거나 국책기관마저 속이고 사업을 추진하자는 나쁜 마음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풍력발전기가 완공된 이후 현재의 숲에서 초지로 변경됨으로 인해 현재와 달리 토사유출, 수자원감소 등 지속적으로 환경적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산림의 가치는 헥타르 당 연간 1700만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자원함양, 정수, 토사유출방지, 이산화탄소흡수, 대기정화, 휴양, 경관, 생물다양성 등 산림의 공익적 가치들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임산물의 생산가치는 제외한 가치이다. 구천댐 상류에 풍력발전소가 들어선다면 이러한 공익적 가치는 모두 훼손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발전소와 별개로 변압시설, 송전선로가 들어설 아주동은 초등학교, 고등학교, 아파트주거단지가 밀집된 곳이다. 이마저도 거제풍력발전처럼 소규모환경영향평가로 몰래 추진할 셈인가? 풍력발전기가 완공된 이후에도 우리 지역의 사회적 갈등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이 재생가능한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청정사업이라면 그에 맞게 주민과 함께 하고 자연과 양립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일부터 함께 해야 한다. 사업타당성조사단계부터 정식으로 사계절조사 및 주민의견수렴, 관련기관의 협의절차 등이 감안했더라면 거제풍력발전은 애초에 추진될 수도 없는 사업이다. 거제 옥려봉 일원은 보전가치가 풍력발전으로 인한 가치보다 더 컸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얻는 전기의 혜택보다 잃어야 하는 가치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포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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