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화가로 30여년 … 수필가로도 활동
“제자들에게 기억되는 스승일 때 뿌듯”

거제지역에서 화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여형구(69·능포동) 작가가 ‘제21회 거제예술상’수상자로 선정됐다. 여 작가는 거제미술협회 원로 회원으로서 개인 작품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수필 작품도 틈틈이 발표하는 등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다문화 가정 등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계층을 찾아 교육하고 전시를 열기도 해 지역문화예술과 봉사를 접목시켰다는 평가다. 양지암조각공원에서 여 작가를 만났다.

“30여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요즘은 ‘핀’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여간 손이 가는 작업이 아니죠.”

기자와 인터뷰 장소로 택한 양지암조각공원을 거닐며 주민들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준비해 온 간식도 권하는 그다. 차분하고 온화한 모습에서 원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여 작가의 남편 故 안영삼씨도 시인으로 활동한 지역예술인이었다. 부부시화전을 열기도 했고 남편의 유고시집도 펴냈다.

여 작가는 특히 그림 전시회를 꾸준히 지속했는데, 운영했던 미술학원의 자체 전시를 넘어 각급 학교 학생들을 위해 전시를 열었다. 작품 소재도 다양했다. 조가비, 솔방울, 돌맹이, 스티로폼, 불가사리 등 다양하고 새로운 소재와 기법을 선보여 어린이들의 창의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

지체장애아동과 노인, 다문화가정 등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에도 헌신했다. 90년대부터 애광원 장애아동, 거제성당 노인대학 등에서 미술지도를 했다. 2000년대 들어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미술지도 노인요양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술지도를 했고 현재 장승포성당 노인대학 미술봉사도 병행중이다.

“결혼이민여성들에게 한글과 예의범절, 육아, 현장학습 등을 아우르는 교육을 시도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생소해했지만, 당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계세요.”

각급 학교 전시를 추진할 당시에는 애로점도 없지 않았다고. 전시회를 볼 기회가 없는 벽지학교 학생들을 위한 것인데도 교육당국에선 쉽게 허락하지 않더란다. 아마도 각종 행정업무가 산적해 쉽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했다. 그래도 학생들의 반응이 의외로 뜨겁고 ‘핀’을 소재로 한 작품을 신기해하며 사인을 요청할 때는 보람이 컸다. 해외 작가와의 순회전도 열어 지역예술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오래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어 저를 기억해주고, 그때의 경험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겠노라는 제자들의 소식을 들을 때, 뿌듯합니다. 작품활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어요. 봉사도 지속할겁니다.”

여 작가의 시상식은 제21회 거제예술제 개막전이 열리는 10월 7일 오후 7시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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