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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에서 휴식공간으로-온천천을 가다
  • 이동열 조행성 기자
  • 승인 2014.08.2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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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거제의 젖줄을 살피다

글 싣는 순서

①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로 본 거제지역 하천
② 하수구에서 휴식공간으로 - ‘온천천’을 가다
③ 지역 하천이 달라진다 - ‘고향의 강’ 사업

거대 하수구에서 도심공원으로 탈바꿈…유휴공간 완벽, 반면 치수기능 떨어져 범람 위험
“연초천 정비사업은 하수처리와 치수기능이 관건”

거제시가 연초천에 ‘고향의 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를 이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복합 친수하천 공간을 만들 계획이란다.

연초면 죽토리에서 오비리까지 길이 4.9km 구간에 제방을 쌓고 산책로를 만든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다리를 2개 설치해 강을 건널 수도 있고, 산책로와 운동시설 등을 꾸며 도심 속 휴식 및 체육공간으로 거듭난다.

총 사업비 178억 원이 투입되며, 2016년 12월에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거제시는 연초천 정비사업의 본보기로 부산 ‘온천천’을 꼽았다. 도심의 거대 하수구에서 시민공원으로 되살린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온천천은 부산과 경남의 경계에 있는 금정산의 골짜기에서 물이 솟아 금정구와 동래구, 연제구까지 12.15km를 흘러 수영강과 만난다.

▲ 온천천 안내 책자에서 발췌한 하천의 전체 모양

상류의 범어사 계곡 지역을 ‘범어천’, 그 아래를 ‘동래천’ 또는 ‘서천’이라 불렀으나, 일제강점기에 온천장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온천천’이라고 부르게 됐다.

주변의 논과 밭을 비옥하게 해 동래 젖줄이라 불릴 만큼 물이 많고 깨끗했었으나, 도시가 발달하면서 온갖 생활하수를 바다로 이어주는 거대한 콘크리트 하수구로 전락했다.

동래가 고향인 최영희 동래구청 온천천 관리사무소장은 “90년대 말까지 모기와 악취, 잡풀 등 엉망진창이어서 동별로 공무원들을 동원해 환경정비를 벌였다”며 “하천의 잡풀을 다 베어야 집에 보내줬는데 뻘 냄새가 몸에 진동했다”고 옛 온천천을 기억했다.

그런 온천천이 겨우 5년 사이 바뀐 것. 최 소장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부산시는 “온천천 정비사업을 기존의 치수(治水) 중심의 획일적인 하천정비 개념에서 벗어나, 맑은 물이 흐르고 옛 정취를 되살린 자연하천으로 조성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콘크리트 호안(護岸·제방을 보호하는 공작물)을 허물고, 생태계복원 및 친수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식생호안공법을 적용했다.

화장실 12개를 지었고, 파고라·벤치·스탠드 등 휴식공간과 인라인스케이트장·배드민턴장·농구장 등 체육공간을 조성했다.

또 전 구간에 조명등·스피커 등을 300여 개 설치해 이용자의 편의를 도왔다.

여유가 있는 도심공원

▲ 온천천

지난달 28일 취재팀은 동래 지역 온천천을 찾아 과연 연초천의 본보기로 마땅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직접 확인했다.

세병교 인근에 있는 온천천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최영희 소장으로부터 온천천의 과거와 현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고, 더불어 온천천을 관리하면서 쌓은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연초천의 개발 방향에 조언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직접 거닌 온천천의 첫인상은 ‘여유’였다.

병풍처럼 하늘을 빽빽이 가린 아파트 숲에서 몇 걸음만 나와보면 녹색 공원이 도시 끝까지 쭉 뻗어있다.
꽤 넓은 수변공간에는 갈대·억새 숲이 우거져 있고 잘 관리된 잔디밭이 녹색의 싱그러움을 더했다.

거주지역과 하천은 도로로 구분되고, 촘촘히 심어진 가로수의 그늘에 사람들은 벤치와 스탠드에 앉아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자전거와 산책로는 따로 있어 서로 방해하지 않았으며, 배트민턴장 농구장 등 체육시설도 잘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하천엔 팔뚝만 한 잉어가 무리 져 헤엄치는 것을 쉽사리 볼 수 있었고, 왜가리와 갈매기 등의 새들이 도시 중심까지 날아든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짧은 거리와 시간 동안 본 것을 일반화하기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연초천의 미래 모습이 온천천과 닮는다면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집중폭우로 온천천 범람
한편 지난 25일 부산에 쏟아부은 집중호우에 온천천이 범람했다. 관리사무소에 확인해보니 제방 위에 지은 사무소가 바닥에서 10cm 정도 차오를 정도였다고 한다.

하천 범람은 온천천에 시민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발생한 오류중의 하나다.

친수기능에 무게를 두다 보니 치수기능이 약해진 것. 한번 범람하면 편의시설, 체육시설 등이 죄다 엉망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폐기물과 얽히고설켜 물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는 연초천을 개발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다음은 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최영희 동래구 온천천 담당 미니인터뷰

▲ 최영희 동래구청 온천천 담당
Q.온천천의 수질이 많이 바뀌었나?
A.수질은 완전히 180도 달라졌다. 평균 2등급 될 것 같다. 8.6km 구간 관리하는데 상류엔 피라미도 살고 하류에 잉어 정도가 산다. 피라미가 살면 1등급으로 보고 있다.

예전엔 거대한 하수구 뻘밭이었다. 현재는 유역 인구가 130만 정도 되는데 생활하수를 지하 차집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낸다.

하천이 마르지 않도록 낙동강물 5만 톤을 흘려보낸다. 거제시도 일반적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부족하면 하천 용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하천의 모양을 내기 전에 주변의 집과 마을의 하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하천을 만든 뒤 하수가 그대로 유입되면 허탕이다.

하천이 계곡에서 시작되면 거기서부터 정화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지천마다 만들고 동네 하수처리 시설을 만들어 원천에 보내야 유지 용수가 있다. 안 그러면 말라버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온천천은 특이한 경우고, 시골의 하천은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본다.

Q.연초천은 사유지 보상문제로 시간이 꽤 늦춰질 것 같다. 온천천은 정비사업 당시 보상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A.온천천은 주변이 모두 국·공유지이기 때문에 보상문제가 없었다.

Q.온천천은 초기목적을 달성했나?

A.유휴공간은 완벽하다. 그러나 관리하기가 어렵다. 부산시가 통합 관리하려 해도 예산이 불어나서 못하고 있다.

Q.온천천을 관리하면서 정비사업에 드는 아쉬움은 없었나?

A.온천천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거제시는 실수를 안 했으면 한다. 온천천하고 똑같이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토목분야와 환경·녹지분야, 하천 분야 사람들 시선이 모두 다르다. 설계는 보기 좋게 그려내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다.

하천은 치수기능이 기본이다. 물 흐름에 지장이 있는 것은 절대 만들면 안 된다. 온천천은 전체적으로 쉴 공간이 없어 시민공원을 조성해 편의시설물 등을 설치했는데 원래는 안 되는 일이다.

거제지역도 하류 뻘 지역은 그대로 두는 게 좋지, 꾸밀 필요 없다고 본다. 밑그림을 화려하게 그리면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실제론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는 거제시 의지다.

※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동열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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