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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포 산사태 악몽이 떠오른다”외포마을 축대 벽 붕괴, 현장의 목소리

18일 오후 4시께 붕괴현장
“저 높은 축대 벽을 보면 장승포 산사태가 생각나 언제나 불안했었다. 그런데 진짜로 무너져 버리니 무서워서 손발이 떨린다”

장목면 외포리 축대 벽 붕괴 현장에서 불과 몇걸음 떨어진 거리에 사는 한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지난 밤 사고를 떠올렸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장승포에 살았는데, 그때도 주민과 경찰 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장승포 산사태를 바로 옆에서 겪어 평생 그 악몽을 안고 산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사고로 그때 기억이 더 뚜렸해졌다고 한다.

18일 축대 벽 붕괴

지난 18일 새벽 2시 50분께 장목면 외포마을의 한 공사장 축대 벽이 무너져 내렸다. 마을 뒤 산지를 깎고, 축대 벽을 세워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공사였다.

축대 벽의 콘크리트 파편과 엄청난 양의 토사가 공사장 아래 있던 민가 두 채를 덮쳤다. 이날 기상청 자료(AWS: 지역별상세관측자료)에 따르면 장목면은 전날 밤 9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93.5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완전히 붕괴된 집은 다행히 수년간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이었지만, 다른 집은 4식구가 자고 있었다. 토사에 밀려 무너진 벽에 할머니와 큰 아들이 부상을 입었고, 6시께 구조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소방과 경찰 등 110여 명이 투입됐으며,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친인척 집으로 급히 몸을 피하는 큰 난리를 치렀다.

한 할머니가 짐을 싸들고 대피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께 외포마을을 찾았다. 사고 지점 아래 주택 지역의 골목은 온통 진흙탕이었고, 집집마다 대문은 토사물이 핡퀴고 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붕괴 현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피해 가구의 작은 아들 김 모 씨를 만났다. 다른 방에 자고 있어 김 씨 부부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굉음에 잠을 깨 어머니와 형을 발견하고 119에 전화한 시간이 2시 53분이었다.

김 씨는 “집이 원상복구되고, 전원주택 공사가 마무리된다해도 언제 또 무너질 지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저 집에 살기는 힘들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그때 붕괴 현장에서 또다시 굉음을 내며 토사가 무너졌다. 이 소리에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주민들이 다시 나와 모였다.

외포마을에 47년간 살아 온 정(78) 모 할아버지는 그 긴 세월 동안 산이 무너져 집을 덮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공사현장은 원래 대나무밭이었기에 비가 많이 와도 흙이 쓸려내려오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주민은 “경사가 완만했던 대나무밭을 잘라내고 절벽을 만드니 땅이 버틸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거들었다. 이 주민은 또 “공사 전에는 최신공법이라면서 끄떡없다고 안심을 시키더니 결국 이꼴이 나고 말았다”면서 “공사업체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사업을 허가해 준 거제시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아침 마을회관에서

21일 아침에 다시금 외포 마을을 찾았다. 축대 벽에는 커다란 방수포 1장이 펄럭이고 있었다. 주민의 말을 들어보니 방수포 3장을 붕괴현장에 씌었는데 이마저도 쓸려내려갔다고 한다.

마침 현장을 찾은 윤부원(나 선거구-연초·하청·장목면·수양동) 시의원을 만나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마을회관을 방문했다.

회관에 피신한 주민들이 윤부원 시의원(왼쪽에서 3번째)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한 할머니의 아들 부부가 떡과 과일을 가져왔다.
대여섯 명의 주민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인들로 혼자이거나 부부 둘만 살고 있었기에 간밤의 사고는 더욱 두려웠다. 또 흙탕물로 더럽혀진 집을 정리하는데 힘에 부친다고 입 모아 말했다.

한 할머니는 “언제 다시 붕괴될지 몰라 사흘 동안 회관에서 신세지고 있다”면서 “비 맞아가면서 뻘 범벅이 된 집을 정리하는데 어제는 몸살이 나 병원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다른 할머니는 낮에는 회관에 있다가 밤에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8~9년을 혼자 살다보니 다른 곳에선 잠을 이루지 못해서인데, 부산에 사는 자녀들이 걱정할까봐 이런 사정을 전혀 알리지 않고 집정리를 혼자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공사업체와 사업을 허가해 준 거제시는 다시는 이런 사고가 안나도록 철저히 공사해야 한다”면서 마을의 완벽한 복구도 함께 당부했다.

마을에서 나와 공사 현장사무소에 들러 시행사인 거목건설 관계자를 만났다. 이 사업장은 덤프트럭 및 굴삭기 등 중장비 기사들에게 지불해야할 임금을 체불해 최근 도마에 올랐었다.

그러나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행사가 임금을 체불한 것이 아니라. 시공사가 임금을 빼돌려 잠적했다. 공사는 최근 새로 계약을 맺은 시공사가 진행하고 있다. 축대 벽도 잠적한 시공사가 공사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20일) 축대 벽에 대해 1차 안전진단을 했으며, 땅이 마르는 대로 마을의 원상 복구에 온 힘을 쏟겠다”면서 “임금체불과 축대 벽 붕괴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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