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형.
언제부터인가 멋이란 말이 우리들 주변에서 흔하게 사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60년대, 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멋이란 말이 우리들 생활 곳곳에 스며 있었는데 지금은 멋이란 단어가 그렇게 흔하게 사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멋진 삶, 멋진 인생 따위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 많았는데...
멋은 문화의 산물입니다. 조선시대 선비정신도 멋진 삶의 방편이 되었던 것이었지요. 이 시대의 선비란 신분적으로 양인(良人)입니다. 경제적으로는 농촌지방의 중소 지주층이 주류였습니다. 성리학(性理學)의 토대 위에서 그 이념을 실천하는 학인(學人)이 그들이었지요. 이들은 사(士)의 단계에서 수기(修己)하고 치인(治人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근본으로 하였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인격을 도야(陶冶)하는 수기가 어느 정도 도달해야만 자신을 닦아 정의(正義)를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군자가 되는 것은 민(民)을 위한 봉사행위로 이해되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민본주의(民本주義)에 입각한 이상향(理想鄕)의 건설을 추구했지요. 그것은 대동사회(大同社會)의 설정이기도 했습니다. 대동사회는 공생공존(共生共存)을 추구하는 사회의 한 방향이었지요.

ㅇ형.
이러한 것은 도시문화의 팽창 이전에 우리 삶 주변에 널리 퍼져 있었지요. 그때는 삶 자체가 멋이었지요. 도가(道家)의 민본사상(民本思想)에 비춰보면 무위(無爲)와 무사(無事), 자연을 강조하는 삶이기도 했지요.
무위와 무사는 일부러 하지 않고 일을 만들지 않으며, 자연은 사물이 제 본성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을 말함입니다. 이러한 삶에서 멋도 어느 일면 융화되었을 것입니다. 각박한 현실이 아닌 마음의 여유, 그것이 멋진 삶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여유(餘裕) 혹은 여백(餘白)의 아름다움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삶에 있어서 일탈(逸脫)이 없는 셈이지요. 멋을 유발하는 근원은 상도(常道)나 정형(定型)에서 약간 벗어나는 경지(境地)이지요. 상도나 상궤(常軌)에서 일탈 즉 곧곧한 줄기에서 살짝 휘어진 부분, 직선보다 곡선이 그것이지요. 일상성이나 정체성의 일탈, 속박성이나 규격성의 일탈, 진부(陳腐)한 관행이나 기계적인 인공(人工)으로부터 일탈, 이러한 것들이 한국의 멋을 창출(創出)하는 것이 아닐까요. 특히 한국 무용의 춤사위, 판소리의 가락들에서 유별난 한국의 멋을 우리는 느끼곤 하지요.

ㅇ형.
엉뚱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정치판은 갈라파고스의 현상입니다. 다윈의 ‘종의기원’에서 변하지 않고 고립된 섬이 갈라파고스입니다. 진영 논리에 갇혀 화석화되어가는 이 현실이 처연(悽然)합니다. 정치판이야말로 풍류와 멋이 있어야 하는데 여과되지 않은 막말의 잔치나 벌리는 그네들은 화성에서 온 신인류인지, 이 같은 현상은 거제시의회도 진화의 도(道)가 없는 것 같더군요.

사실 정치라는 것은 풍류가 있어야 하고 여백의 미가 함축되어야 함에도 난장(亂場)판이나 진배가 없지요. 정치에도 멋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 나라 정치판은 시정잡배가 들끓는 난장(亂場) 같습니다. 중앙정치판이 이러니 기초정치인인들 오죽하겠습니까. 그리스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정치가의 조건으로 1)지력(智力), 식견이 탁월할 것, 2)설득력이 있을 것, 3)금권의 유혹을 뿌리치는 도덕성이 강할 것, 4)애국심이 우선할 것 따위를 지적했다고 합니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 지도자상을 그린 것인데 이 시대에도 통용되는 말이 아닌지. 선공후사(先公後私) 차원의 시의원은 몇이나 될까요.

토인비는 원자력시대의 정치가는 통찰력, 절도, 인내, 지구력 따위를 꼽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은 보편적 덕목(德目)을 갖춘 의원을 보는것이죠. 이기(利己)가 아닌 이타(利他)적인 행보(行步)를 보이는 그런 기초의원. 선공후사는 정치가의 불가결한 규범일텐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페어플레이의 멋을 모르는 것같습니다. 거제시 의회도 여당이 요직을 독식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정치야말로 페어플레이의 멋을 살려야 하느 것인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시정을 이끌어 가면 한 차원 높은 멋있는 정치가 될텐데. 하기사 이 나라 중앙정치가 난장판인데 기초의회라고 닮지 말란 법도 없겠지요.

ㅇ형.
해방후 건국과정을 거치면서 멋있는 정치인들이 많았지요. 이승만은 말년에 독재로 얼룩졌지만 그가 전쟁과정에서 미국를 상대로 펼친 정치행위는 멋있었지요, 죽기 아니면 살기의 제로섬 게임에서 우리나라를 온전히 지켜낸 것은 그의 통찰력과 그의 의연(毅然)한 자세에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승만의 말년은 독재로 인해 하와이에서 쓸슬히 죽어갔지만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멋있는 건국 대통령이었지요. 공산주의를 배격한 반공주의자로서 6.25때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북한과 싸우면서 미국을 끌어넣고, 전후에도 미국 보호하에 안전보장, 경제복구의 길을 선도했지요.

이는 확고한 통찰력이란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에 의존하는 사대주의자는 아니었답니다.이승만의 탁월한 경륜과 카리스마, 그리고 능란한 마키아벨리의 면목이 잘 나타났다고 합니다. 전쟁과정에서 당시 조봉암, 조병옥은 이승만 의 반공포로 석방에 대해 그였으니까 해냈다고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냈답니다. 유엔군 측과 합의도 없이 단독으로. 조봉암은 “이박이니까 해냈어. 위대한 대통령이야.”라고 말했답니다.
인촌은 정치인 아닌 정치인이라고 박권상은 말합니다. 자유민주의를 행동으로 시범한 사람이랍니다. 그는 무욕(無慾)의 정치인이었답니다.

그는 일제때는 정재(淨財)를 털어 언론, 산업, 교육으로 계몽주의와 민족자강의 길을 닦았고, 인재발굴과 신의를 지켰다고 합니다. 창씨개명의 압력도 물리쳤다고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로서 이승만과 함께 건국의 초석을 다졌다고 합니다. 인촌은 나서지 않으면서 겸양의 미덕을 분출하는 멋의 정치인었다고 합니다.

조병옥은 호방하고 담대했지만 허심탄회한 멋이 있었다고 합니다. 해방공간에서 우리들은 멋잇는 정치가 이승만, 김성수, 신익희, 조병옥, 조봉암과 같은 큰 인물이면서 멋을 아는 정치가를 기릴 수 있다는 게 우리들의 큰 자산(資産)이겠지요.

ㅇ형.
거제시는 급작스런 도시화(都市化)로 수기치인적인 인사들이 드문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이 많아야 성숙되고 진화되는 도시문화로 진전되어 가겠지요. 농촌과 어촌문화, 도시문화의 융합(融合)으로 새로운 멋을 만들어 내는 함의(涵義)가 분출되겠지요. 바꾸어 말하면 새로운 시대의 공감(共感)인 것이지요.

호프먼은 자신의 상황보다 다른 사람의 상황에 더 잘 맞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심리적 과정의 역임이라고 정의합니다. 멋과 공감, 멋이 있어야 공감이 따르겠지요. 얕은 지견(智見)으로 마름질하는 예를 가끔씩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낀 때가 많습니다. 특히 지역신문에서 정제(精製)되지 않은 작품들을 볼때마다, 공연작품의 해설을 그대로 옮기는 글, 역사의 진실이 오도(誤導)된 글, 중도(中道)가 부족한 글. 글에도 품격(品格)이 있어야 하지요. 풍류(風流)가 흘러야 하겠지요. 글은 참으로 무서운 것인데.

거제시가 변방이 아니듯이 거제의 모든 문화가, 삶이 한 단계 달라진 모습일 때 멋과 풍류,그리고 새로운 공감의 시대가 열리겠지요. 융합과 통섭(通攝), 그것은 멋과도 통하겠지요. 주역은 통(通)이 없으면 이해가 어렵듯이 말입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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