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은 우리 곁에 찾아오는 것이지만, 금년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울 것 같다. 지구의 온난화로 덥혀진 까닭도 있겠으나 그보다 더위를 체감하는 우리의 마음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고 눅눅하다는 것이다.

모두의 마음이 너무도 가라앉아 있어서 이 순간을 빠져나가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모든 것은 4월 16일에 멈춰 있고,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현실을 그 누구도 선뜻 나서서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때에는 누군가 흐름을 잡아 줄 큰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을 갖지 못한 불행한 국민인지도 모른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그 일로 한해의 사분의 일을 허송하고도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초등대처가 미흡하여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음도 인식한다. 또 이 자리에서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을 소홀히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여 이 시점에서 진중히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이 사태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국정을 이끌고 있는 정부의 대처도 너무 느긋했고, 국회도 한결같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속히 매듭짓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할 텐데, 하나 같이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이 일에 묶이지 않으려는 몸조심만이 눈에 띄고, 다른 이에게 책임이나 전가하려 눈치나 보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 모양이니, 정치 불신이 생기고, 국민은 긴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그로 인해 국민 경제는 엉망이 되었고, 어느 것 하나 소신껏 추진되는 것이 없다. 학교에 수학여행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내려도 어느 누구 하나 소신껏 추진하지 못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서지 않고, 굳이 벌려서 구설수에 오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리라. 이 분위기를 하루 속히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확실하게 빨리 매듭짓고 넘어가되 당리당략에서 빠져나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을 깊이 새기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마무리하고, 국민 삶의 질을 챙기는 것이 정치인의 길이다. 지금까지 입으로만 위한다던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인이 되기를 주문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세월호에 묶인 오늘의 우리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초점을 잃었다. 깨어나야 한다. 흐릿한 시선에 정신을 넣어 세상을 읽어내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소망이 국가적 공황은 분명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어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이 사건이 국민적 의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할 것이다. 그리하여 무한한 조국 발전의 기틀이 마련되고, 끝없이 발전하는 조국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을 게다. 결코 지금처럼 초점 잃은 국민상이 아닐 것이다.

요즈음 보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이렇게 몽롱한 세상을 살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의 터전에 낀 짙은 안개를 하루 속히 걷어내고 신뢰에 찬 삶터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사회든 신뢰가 있어야 발전이 있다. 신뢰는 확신에서 온다.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무슨 일인들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전국민의 도덕 재무장이 필요하다. 침몰하는 세월호의 선원들이 취한 행동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았다. 도덕과 윤리의 추락뿐이었다. 그들의 행동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배에 탄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책임지고 데려다 줘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선원들이 어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부재이다. 오로지 기능인 양성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성교육을 등한시한 우리의 교육을 반성한다. 국가의 먼 미래를 위해서는 사람됨을 가르침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한다.

이제 여름 휴기철이 다가온다. 이때쯤이면 누구나 조금은 삶을 즐기는 꿈을 꾼다. 그러나 금년 여름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경제적 여유도 없고, 정신적 여유도 없다. 그 어느 해보다 더위를 이겨낼 만만한 기쁨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도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는 잘못된 세상에 내던져진 집시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 속히 정치인들의 슬기가 모아지고 세월호 사건이 바람직하게 매듭지어 모든 국민이 즐거운 삶을 추구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전국민의 도덕 재무장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번 여름은 무더위보다도 더 혹독하게 이 문제와 싸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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