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에게는 두 가지 감동적인 만남이 있었다. 하나는 교회 주보에서 읽은 찬송가에 얽힌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텔레비전에서 본 캐시미르 지방의 양치기 이야기다.
찬송가 ‘내 평생에 가는 길’에 얽힌 이야기다.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며 교수로 덕망을 쌓고 있던 스파포드에게는 1870년부터 재앙이 닥치기 시작했다. 그해 아들이 병으로 갑자기 죽었고 다음해 전 재산을 털어 마련한 별장이 시카고 대화재로 전부 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2년 뒤 상심한 아내와 네 딸이 유럽여행을 하기 위해 배를 타고 프랑스로 떠난 뒤 대서양 한 복판에서 영국의 배와 충돌, 네 딸은 숨지고 아내만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스파포드는 사고 소식을 듣고 아내가 구조되어 있다는 영국으로 가는 도중 사고해역을 지나면서 죽은 아이들이 생각나 밤새 울부짖었다.

스파포드는 선실로 돌아와 두 손을 꼭 쥐고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위로를 구하다가 시편 23편 ‘여화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라는 말씀에 큰 은혜를 받아 찬송가 ‘내 평생에 가는 길’을 썼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은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평안해」

그날 밤 텔레비전에서 만난 70대 케시미르 양치기 노인의 이야기 ‘천국의 양치기’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시안 피치- 그 숨겨진 이야기’란 다큐멘터리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잠무와 캐시미르 지방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목동들이 있다. 이들은 일년에 한 번씩 해발고도 4000미터에 이르는 피르판잘 산맥을 넘어 캐시미르 초원으로 양을 이동시켜는 한달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피르판잘 산맥을 올라가며 아름다운 풍광이 나타났다. 가끔가다 깎아지른 벼랑길을 건너기도 하고 맹수들로부터 가축을 지키느라 잠을 자지 못하고 가족들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기도 하지만 평온함이 이어졌다. 그리고 평소 알라를 찾으면서 모든 것에 감사하는 그들의 신앙생활이 소개됐다.

그런데 마지막 날은 달랐다.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양치기 노인은 피르판잘 산맥을 넘는 것은 죽음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고개 정상은 빙판으로 뒤덮여 있었고 바람조차 거센 네발 달린 짐승들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짐을 실은 말은 빙판길 아래로 굴러 떨어져 허둥대기도 했다.

발길을 채근하는 늙은 양치기의 호령 속에 극심한 추위에 질린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고갯길을 휘돌았다. 그리고 해설자의 말이 덧붙여졌다. ‘양치기 가족들은 자신들의 목숨 부지를 더 걱정해야 했다’고. 그날 양치기 노인은 양 오백 마리를 잃어버렸지만 가족들이 무사한 것을 감사했다.

스파포드의 절망, 그리고 양치기 노인의 고단한 삶 속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접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성경에 나오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16~18절에 나오는 성경구절이 떠올랐다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는 평범한 상식을 지키가지 못하고 있음을 말이다
세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대부분 자신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 아니었을까 싶다.

얼마 전 미국에서 잘 나갔던 사람들의 20년 후를 밝힌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정부 각료, 금융계 큰손, 부동산 업자 등인데 나중에 보니 정신질환자가 돼 있거나 사업실패로 자살하거나 사기 치다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더라는 내용이었다. 모두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생긴 일이라고 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스스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것이다”고 갈파했다. 고려시대 명승 보조국사는 “어떠한 불행도 마음먹기에 따라 눈 녹듯 사라진다”고 설파했다.

취직이 안되서, 아니면 사업이 안되서 그리고 돈을 더 벌지 못하고 더 출세하지 못해서 우리는 지금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은지 말이다. 아무리 해도 아내 밖에 남지 않은 스파포드 심정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그러면 혹시 더 좋은 일이 생기게 될지 말이다. 목숨을 걸고 피르판잘 산맥을 넘어가는 양치기 노인 앞에는 가축들의 천국, 캐시미르의 푸른 초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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