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등장하는데 예수님과 한쪽손이 고장 난 사람 그리고 당시 종교지도자들인 서기관들과 바리새인이다.

어느 안식일 날 예수님께서 회당에 들어가셨다.
회당에는 그 사회의 유지들과 권력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일 먼저 한쪽손이 고장 난 사람을 찾아가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이 성경을 기록한 누가는 그 사람의 고장 난 손이 오른손이라고 소개한다. 오른손은 힘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오른손이 고장 났다고 하는 것은 그 만큼 생활 능력을 상실했다는 말이고 이런 이유로 인해 그는 대단히 무력하게 살았을 것이다. 자연히 그 사회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며 또 아무도 그를 알아주지 아니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사회에서 버림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주위의 많은 유력한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버림받고 소외된 이 사람을 먼저 찾아가셨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서 그 사람의 형편을 살피시고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으셨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향한 주님의 모습이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오늘 날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을 상기해 본다.
이들은 가난하고, 버림받으며,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빛나고, 권세 있고, 유력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집중하고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그런 자리를 찾아 탐을 내고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을 본다. 어떤 기독교 모임의 조직표를 보면 무슨 회장자리가 그렇게도 많은지 원로회장, 직전회장, 대표회장, 운영회장, 상임회장, 실무회장 기타 등등 다 헤아릴 수 없는 회장들의 이름을 올리고는 버젓이 신문에 광고까지 하고 있다. 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조직을 만드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다. 이것이 정말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 지도자들의 모습인가 생각할 때 어떤 때는 정말 절망감마저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예수님의 사랑은 자기희생적인 사랑이었다.
예수님이 회당을 찾아가신 날이 공교롭게도 안식일이었다. 지금 종교지도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예수님에게서 흠을 찾아서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만약 예수님이 안식일에 병을 고치신다면 그들은 예수님을 안식일을 범한자로 정죄해서 재판에 회부하려고 완벽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음흉한 계획들을 다 아시면서도 그러한 것에 개의치 않으시고 지금 당장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이 상황에서 주저하지 아니하시고 그 사람의 병을 고쳐주셨다. 예수님은 항상 어떤 제도보다도 사람이 먼저였다. 사랑의 실천을 위해서라면 어떤 곤경도 감수하실 작정이셨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참 사랑이다.

두 번째 나오는 사람은 한쪽손이 고장 난 사람이다.
예수님이 이 사람에게 두 가지 명령을 하신다. 첫째는 “일어서라”고 하셨고, 둘째는 “손을 내밀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명령에는 차이가 있다. 첫 번째 명령은 순종할 수 있는 명령이지만 두 번째 명령은 손 마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명령은 거부될 수도 있는 명령이었지만 그러나 그는 즉시 손을 내밀었다． 예수님은 때때로 우리에게 할 수 없는 일을 명령하실 때도 있다. 이때 우리는 그 일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따져서는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그 명령 앞에 우리의 손익을 계산해서도 안된다. 손 마른 자의 순종이 탁월한 것은 그가 할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종했다는 사실에 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믿음이다.

세 번째 등장하는 사람은 당시 종교지도자들인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다．
이 사람들은 당연히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아야할 사명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전혀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이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율법을 잘 지키고, 회당 예배를 잘 운영하며, 종교의식을 잘 집행할 것인가 따위가 이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물론 전통이나 율법을 잘 지키고, 의식을 잘 집행하며, 예배를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결정적인 잘못은 바로 사람 사랑하는 것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사실 사람 없는 예배나 의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예배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가한 것 아닌가? 교회의 참된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결국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 날 병자를 고치셨다는 이유로 분노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을 잡아서 십자가에서 처형해 버렸다.
오늘 날 한국교회는 예수님께서 죽음도 불사하시고 우리에게 가르쳐주시고 싶었던 이런 정신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않는다”고 하신 말씀의 의미를 잘 새겨들어야 할 때라는 말이다. 오늘도 나는 기도하면서 바리새인들과 같이 종교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뜻을 가로막고 있지는 안는지 또 그런 모습이 나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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