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량성의 역사적 가치

거제지역은 일본과 인접한 지리적 환경 때문에 예부터 잦은 전란을 겪었고, 이를 방비하기 위해 섬(島) 곳곳에 축성(築城)이 꾸준히 이뤄졌다.

그래서 아직도 거제지역엔 24개나 되는 성지가 다양한 시대와 축조수법을 보이며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성이 그렇듯 거제지역에도 산성이 흔하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성지든 임진왜란 시 왜구가 만든 성지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거제지역엔 보존 상태가 좋은 평지성도 2곳이나 존재한다. 사등성과 오량성이다.

지금은 거제대교와 신거제대교 두 다리가 놓여 육지(통영ㆍ고성)와 왕래가 편리하지만, 다리를 놓기 이전엔 뱃길로 거제지역의 모든 물자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오량역(譯)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오량역은 고려 시대 때 생겼다가 폐원하고 다시 조선 시대 부활했는데 1500년(연산군 6년)에 역을 보호하기 위해 성(城)을 축성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거제현 오량역을 복구했는데 이는 지현사 손이순의 청에 따른 것으로 당초 고성 송도역에서 거제까지 70리나 떨어져 있고, 또 옥포, 영등 및 각 포까지 멀어 오량역을 설치하게 됐다’고 기록돼 있다.

거제시지나 사등면지엔 오량성이 둔덕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돼 있는데 이는 오량성이 위치상 둔덕기성의 관방성 또는 관문성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오량성의 축조시기가 1500년대가 아닌 고려 시대로 보는 주장도 있다. 고려 시대 역으로 쓰이던 이곳에 유배해온 고려 의종(毅宗)이 평상시 거주하다 위급할 경우 인근에 있는 둔덕기성으로 이동을 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에서다.

특히 예전부터 오량마을이 이곳 주민들에게 ‘외성(外城)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고 전해지고 있어 오량성이 기성의 관방성, 또는 고려 시대 성지라는 주장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94년 동아대학교 박물관팀이 발굴 조사할 당시 오량성 성벽에서 어린아이의 옹관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옹기편 및 분청사기 등 조선 시대 유물만 발견되고 고려 시대 유물은 없었다.

오량성은 읍성이나 진성과 달리 거제지역으로 출입하는 주민들을 통제하는 기능과 거제로 들어오는 관리를 위한 역의 기능, 그리고 적의 침입을 막는 관문성의 역할을 해 온 만큼 거제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찾는 데 있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거제지역 유배역사와 오량역ㆍ오량성의 관계는 특별하다. 1112년 7월 고려 시대 왕위 계승권 다툼에서 밀려 왕족들이 거제도로 귀양 오면서 거제지역의 유배역사가 시작됐고, 그 역사의 시발점이 오량역과 오량성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거제지역에 유배 온 인원은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를 합쳐 500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대표적 인물로 고려 시대에는 정과정곡의 정서와 의종, 조선 시대에는 우암 송시열과 이행, 최숙생, 정황, 김진규, 김창집, 이유원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오량역과 오량성에 첫발을 내딛고 각 유배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09호 - 오량성

지난 1991년 12월 23일 경상남도기념물 제109호로 지정된 오량성은 국도 14호선을 따라 거제대교에서 고현동 방향 2km 정도 지나면 만나는 거제관광안내센터 인근에 위치해 있다.

오량성의 둘레는 1172m, 높이 2.61m, 너비 5m로 성곽 위에는 수령이 꽤 있어 보이는 팽나무와 잡목이 우거져 있다. 성안에는 오량마을이 있고 주위는 논과 밭이 성을 두르고 있다.

오량성은 북쪽과 서쪽 성벽은 비교적 보존이 잘된 편이지만 동쪽과 남쪽 성벽은 훼손 심해 지난 2005년 5월과 2007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3억 5000만 원의 국ㆍ도비를 투입해 성곽 일부를 복원했다.

복원한 성벽은 원래의 오량성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어서 아쉽지만 가로 1.5m, 세로 1m 정도의 자연석을 평지에 축성한 평지성인 오량성은 거제지역에 위치한 조선 시대 읍성인 사등성(沙等城)과 고현성(古縣城)과 같은 축성법으로 쌓았다.

성은 지형을 따라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대지 위에 평면방형에 가까운 형태로 축조됐다. 특히 성의 북쪽과 남쪽에 흐르는 하천인 오량천을 해자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성의 전체 형태는 잘 보존된 편이어서 동서남북에 배치된 문지나 치성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