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왜군에 함락, 한국전쟁 때 UN군 포로수용소 설치 등으로 대부분 성곽 훼손

현재 거제의 중심지가 된 고현(古縣)은 신라시대에는 ‘고정부곡’으로 불리다가 부곡이 폐지된 후에는 ‘고정리(古丁里)’로 불렀다.

그리고 1432년 거제현의 치소가 옮겨오고 본격적인 고현성 축조가 시작된 뒤에야 ‘고현(古縣)’이라는 현재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거제도민들이 고려 원종 12년(1271년) 왜구 등을 피해 거창 가조현으로 피난 간 뒤 150여 년만에 거제로 돌아오면서 부터다.

거창지역에서 다시 거제로 온 거제도민들은 처음부터 고현지역에 살던게 아니라 세종 4년(1422) 수월리에 돌아와 목책을 설치하고 살다 세종 7년(1425년) 사등성 축조를 허락받아 이듬해 일부 관아를 사등성으로 옮겨 살았다.

이후 사등성 보다는 현재 고현지역이 더 살기 적합하다는 판단에 거제현령 이호성(李好誠, 1397∼1467년)이 읍을 옮기고 고현성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오늘날 번성하고 있는 고현지역 역사의 시작은 ‘고현성(古縣城 - 경상남도 기념물 제46호)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조선시대 거제의 읍성이었던 고현성은 문종 원년(1451년)부터 쌓기 시작해 단종 원년(1453년)까지 3년 동안 6읍의 백성 2만 여명이 동원해 쌓아 현종 4년(1663)까지 거제지역의 관아로 사용됐다.

고현성은 배 모양으로 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성곽의 형태는 병 모양으로 동으로 갈수록 성곽이 줄어드는 구조로 계룡산 기슭의 동쪽으로 뻗은 줄기 위에 평면선형으로 축조돼 삼문옹성과 치(雉), 해자가 있는 전형적인 조선전기의 읍성구조를 갖추고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거제시에 따르면 고현성의 성축 둘레는 3038척(933m) 높이 13척내(약4m) 샘물1개 연못 1(2)개, 성 둘레 3600여척(약1100m), 집 40여 채 있었다고 전해지며 1950년대 까지만 해도 원형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고현성은 성벽 818m(높이 2m) 정도다. 한국전쟁 때 UN군이 포로수용소를 설치하면서 고현성의 성벽을 뜯어 건물 자제로 쓰면서 대부분 훼손했기 때문이다.

고현성의 성문은 동·서·남 모두 3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현재 북문이 유일하게 복원됐다. 지난 2005년 12월 공사에 들어 이듬해 7월 복원된 고현성 북문 누대는 원래의 이름인 ‘황취루’가 아닌 ‘계룡루’로 정해졌다.

거제시가 누대의 이름을 시민들에 공모한 뒤 문루명선정위원회를 거쳐 탄생한 ‘계룡루’의 현판은 장목 출신 원로 서예가 김현봉 선생의 서체로 만들어졌다.

또 고현성 동문을 비롯해 경우 1991년 동아대연구원의 발굴 당시 침입을 막을 목적으로 세운 나무 말뚝인 목익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고현성은 성문 앞에는 성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쌓은 옹성과 치(雉), 그리고 성 둘레에 못을 파서 물이 흐르도록 하는 등의 방어시설인 해자 등이 발달했는데 고현성 북쪽과 남쪽의 해자는 원래 자연적으로 있던 하천을 기준으로 사용됐고 동쪽 성벽의 해자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래 고현성은 동, 남, 북에 세워진 성문엔 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낮은 담(성가퀴)을 설치됐고 조선시대 전형적인 읍성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금은 거제시청과 세무서 사이에 위치한 북문과 북쪽 성곽 일부, 서쪽 성곽, 남쪽 성곽 일부만 복원됐다.

고현성은 지난 1979년 도지정 문화재로 지정됐고, 1991녀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 발굴조사와 복원공사가 진행됐지만 더 이상의 복원은 어려워 보인다. 이미 훼손된 성벽은 주택지역이 대부분이어서 복원하기엔 발굴조사 및 복원사업에 예산을 충당하기 힘든 까닭이다.

현재 고현성은 거제시청의 돌담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지난 2000년부터 1년간 시민공원 공사가 진행돼 현재 거제지역에서 가장 잘 정돈 된 시민 공원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다만 고현성이 임진왜란 때 수많은 거제도민이 항전하다 전사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에 만들어진 시민공원에 위령비 하나 없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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