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세월호 참사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다시 유임한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놀이판에서도 낙장불입, 일수불퇴는 하나의 불문율에 가깝다. 이 정부는 시세말로 화투판, 장기판의 낙장불입이나 일수불퇴도 모르는 정부가 아닌가? 어쩌면 모르는 것이 아니라 오기로 그러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시정잡배들의 놀이터도 아니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정부가 그것도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대한민국국민의 주권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국 격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저급하기 짝이 없는 촌극이다.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참사 11일 만인 지난 4월 2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사과와 함께“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인다고 했으며, 다만 사태수습을 통한 후임총리 인선 때까지 자리를 보전하는 한시적으로 수습하고 시간만 때우는 자리로 못 박았던 것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세월호 참사 사후대책과 관련하여 대정부 질의 때에도 정총리는 곧 떠날 분이니 소용없다며, 다른 관료로부터 대신 질문을 하였던 것이다.

과연 청와대가 몰라서 그랬을까? 안대희, 김창극 두 총리후보자의 낙마로 인한 오기인사는 아닌가?
헌법학자나 법률가들은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한다는 건 꼼수이고, 비정상이라는 데에 대부분 동의한다.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번복하면서 사과도 없이 청문회 탓을 대는 건 비정상 중에 비정상이다.

어떤 헌법학자는 언론인터뷰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서 옮겨본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법률위반이나 위헌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여· 야나 진보· 보수를 떠나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아주 이상한 정치적 관행과 선례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헌정사에 나쁜 관행을 재생산 할 수 있으니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판단을 받거나 최소한 청와대가 잘못된 인사절차를 밟은데 대해 대국민사과와 함께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당시 참여정부시절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사직서를 받고 헌재소장으로 추천을 했는데 이게 절차를 위반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고 결국은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자가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요청해서 새로운 헌재소장이 임명됐다. 당시에 전효숙 재판관을 헌재소장 잔여임기를 하도록 임명했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면서 다시 6년의 임기를 하도록 하려다가 문제가 됐던 것이다.

새누리당이 야당시절 했던 주장과 여당이 된 뒤의 주장이 달라 이런 논란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도 정홍원 총리의 유임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도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과 관련해 한비자를 인용, ‘世有三亡(세유삼망 - 망하는 세 가지 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세유삼망은 ‘以亂攻治者亡(이난공치자망), 以邪攻正者亡(이사공정자망), 以逆攻順者亡(이역공순자망)"이라는 글로 세상을 망하게 하는 3가지라는 뜻인데 난(亂)이 치(治)를 공격하면 망하고, 사(邪)가 정(正)을 공격하면 망하고, 역(逆)이 순(順)을 공격하면 망한다’는 의미다.

어쩌면 이미 임명이 돼서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었으니까 새로이 청문회를 연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새로 청문회를 하거나 국회임명동의 절차를 밟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면 정부스스로 적절한 대책과 명분을 찾았어야 한다. 정홍원 총리는 지난 4.27일 사퇴기자회견에서 당시 "사고 발생 전 예방에서부터 초동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에 처리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면서 "가족을 잃은 비통함과 유가족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홍원 총리는 이어 "진작 책임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이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자리를 지킴으로서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가 책임지겠다는 부분은 어떻게 할 건지, 그리고 두 차례나 총리후보자를 지명했다가 철회한 부분에 대해서 진솔하고 분명하게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장관과 총리 등의 인사청문제도를 장관까지 확대하여 도입한 것은 지난 2005년 참여정부시절 야당을 이끌었던 지금의 박근혜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도입한 법이다.

이 당시에도 대통령의 인사권 간섭이라며 유시민의원을 비롯하여 당시 여권내부의 반대가 있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받아들이라고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제 나의 페이스 북에도 들어온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면, “ 문제될 것이 없다. 다 받아줘라, 그런데 다음에 만약에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지금의 박근혜대통령은 청문회제도에 관한한 어떠한 변명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승자박인 셈이다.
언제까지 남 탓, 제도 탓만 할 것인가? 자신이 우겨서 만든 법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대통령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인정하는 자세,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려는 자세가 절실하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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