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아침 일찍 일어나면 밥이 먹고 싶고, 한낮이 되면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며, 저녁이 되면 또 배가 고픈 것이 정상이다. 배가 고파올 때, 특히 배꼽 근처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느낌이 공복감인데, 이 공복감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일어난다. 우리는 이 공복감과 식욕에 따라 아침밥을 먹는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장의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것을 위장반사 또는 위결장반사라고 부른다. 위 속에 음식물이 들어오게 됨에 따라서 장의 운동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변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원활할 때 ‘쾌면, 쾌식, 쾌변’이라는 건강의 이상적 리듬이 형성되는 것이다. 충분한 수면은 다음날 아침의 유쾌한 식욕이나 공복감과 관계가 있다. 하룻밤을 불안하게 보냈다면 다음날 아침에는 식욕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식욕에는 시각이나 청각 등 여러 가지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즐거운 음악을 튼다든지, 깨끗한 식기에 먹음직스럽게 담는 것, 여러 사람과 어울려 먹는 것 등 식사를 하는 환경은 식욕에도 미묘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식욕은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욕망이므로, 건강이 정상 상태라면 저런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몸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칼로리나 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병적 증상으로서의 식욕부진은 여러 가지 질환과 관계가 있다. 다른 여러 질병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다른 질병의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정신적인 문제가 발현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수험생 같은 경우에는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나 자괴감, 불안 갈등이 원인이 되어 식욕 부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요즘에는 검진 목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분들이 많은데, 만성위염 특히 위축성 위염으로 진단받는 분들이 만성적인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위장이 제 위치에서 아래로 처지는 위하수 증상이 있는 분들은 구조적으로 소화가 잘 되지 않으므로 식욕이 떨어지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식욕부진을 ‘불사식’ 혹은 ‘불기식’이라고 표현해 왔다.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뿐더러 더 나아가 아예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 원인은 주로 비위(脾胃)의 손상 때문이라고 본다. 황제내경이라는 고전 의학서를 보면, 배는 고픈데 식욕이 없는 이유에 대하여 ‘비위에 알맞게 열이 있으면 소화가 잘 되고 배가 고파지는데, 위장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서 차가워지면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라고 언급된 부분이 있다.

식욕은 이렇듯 비위, 즉 소화기의 상태와 많은 연관이 있다. 한방에서는 식욕이 없는 분들을 위하여 비위의 찬 기운을 없애주고[온중] 약해진 기운을 보충해주는[보비] 치료를 한다. 심리적인 부분이 강하게 작용하는 수험생들의 경우 온중, 보비 효능을 가진 약재를 기본으로, 기운의 소통을 돕는 약재를 함께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질환의 치료 과정, 예를 들어 항암치료시에 식욕부진이 부작용으로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 때도 육군자탕이라는 처방으로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학술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