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형.
올해의 사자성어가 전미개오(轉迷開悟)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열반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으로 선불교(仙佛敎)에서 수행을 통해 이르는 경지(境地)를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교수신문이 교수 617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선택했다고 합니다.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횡행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이미 조선시대의 훈구파와 사림의 살육적인 갈등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죠. 열두번의 사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 내었습니까. 그때마다 나타난 피비린내는 참 어처구니 없는 당시의 현실이었죠. 16세기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정일의 보고는 후세의 우리들에게 당혹감을 주고 남지요.
황윤길은 일본이 이 나라를 침범할 것이라고 보고하고 김성일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당시 조정은 서인과 동인으로 갈라진 사색당파의 시대였습니다.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의 보고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했습니까. 나라의 안위는 뒤로 한 채 세력다툼을 하다가 지샌 나라 아닙니까.

임진왜란 그후, 서인들의 반발로 해서 친명배금정책(親明排金政策), 즉 모화사상(慕華思想)에 빠진 결과는 어땠습니까. 광해군의 등거리 외교를 망친 결과의 참담함은 임란 보다 더 가혹한 병자호란을 겪지 않았습니까. 인조 반정은 나라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세도에만 눈먼 결과였지요.

ㅇ형.
명과 청, 흥망(興亡)이 교체하는 시대의 변혁을 제대로 읽지도 못한 채 당쟁에 사로 잡힌 그 시대상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그로부터 200여년이 흐른 후에 망국의 길을 걸어간 이 나라의 비극은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합니까.

당시 시대상에 반영된 북학(北學)사상의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이 제대로 꽃을 피웠더라면, 역사는 또 어떻게 기록되었을까요. 당시의 선구자들은 홍대용, 박제가, 박지원, 이덕무, 이서구, 그리고 정약용, 김정희로 이어졌지요. 이들로 해서 근대사상이 발아되었지요. 이럼에도 불구하고 망국으로 가는 길목에는 사림(士林)이란 울창(?)한 수풀이 있었지요.

당시의 우두머리에는 우암(尤庵)이 있었지요. 세도정치의 화신이었던 그도 끝내는 사사(賜死)를 면치 못했지만.
그렇다면 지금 이 나라의 정치판이나 사회단체들이 그러했던 현실을 타산지석(他山地石)으로 받아 들이고 있습니까?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를 향해 질주하는 이 본능을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ㅇ형.
지금 이 땅에는 어설픈 이데올로기가 난무(亂舞)합니다. 거제라고 예외가 아니더군요. 예전의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 논란에서 보여지듯, 거제시민단체와 거제시의회 등이 하나 같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아젠다로 선동했던 상황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투영됐는지, 제대로 되새김을 해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데올로기란 그리 오랜된 용어도 아니랍니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스튀트 드 트라시(Destutt de Tracy)가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진리, 객관적인 진리와 정확한 사고를 획득하기 위해 관념을 정화하려고 차용했다고 합니다.
이데올로기의 현대적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마르크스라고 합니다. 계급사회의 당파성의 분석, 즉 특정계급이 이익을 얻기 위해 특정 이데올로기로 무장한다는 데, 특히 상부 구조와 하부 구조의 상호 작용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각자의 사회계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데올로기의 이러한 성질을 허위의식으로서의 이데올로기라고 불렀다고 합니다(김광현의이데올로기). 칼 마르크스는 생전에 마르크스주의로 부르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고 합니다. 마르크스가 배가 고파서 레닌에게 협조하면서 발전했고, 그것이 음흉한 스탈린에 의해 변질되어 농민을 기반으로 한 변형된 전체주의로 탈바꿈했지요. 중국의 마오도 농민을 기반으로 한 전체주의를, 북한은 더 기묘하게 전체주의를 넘어 김씨 왕국을 건설했지요. 그리고 하나같이 사회주의 기본이념과는 상반된 그들의 생활을 우리들은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이럼에도 북을 동경하는 세력들은 무엇입니까. 건국의 초석을 다진 이승만을 폠훼하는 그 DNA는 또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승만으로 해서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성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ㅇ형.
이제 우리는 분열과 대립적인 길항(拮抗)의 강을 건너야 합니다. 친일과 반일의 길항이 아니라 극일(極日)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것은 국민 또는 시민으로부터 이뤄진다는 사실 앞에 엄숙해야 합니다.
총리 후보자 ‘문창극의 사단’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동족상잔의 몸서리치는 현상을 겪고도 반목과 질시의 현실에 매몰된 그 가슴에는 무슨 꽃이 필까요. 지난 세기 킬링필드, 월남의 보트피플, 하나같이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원효(元曉: 당시의 방언이며 향언(鄕言)으로 새벽이라고 불렀다 함)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화쟁국사(和諍國師) 원효의 화쟁사상은 진리추구와 구현을 장애하는 불필요하거나 소모적인 쟁론들, 부적절하거나 해악적인 쟁론들을, 통섭(通攝)적 소통의 담론으로 수습하려는데 기인된 것이라고 합니다(박태원의 원효).
이제 한쪽만을 고집하지 말고 부분적인 진리에 안주하는 현실에서 전체 사회를 위한 참여의식을 새롭게 발아 시켜야 하는 함의가 도래한 시대인 것입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국제정세나 지금의 국제 정세가 무엇이 다를까요?
원효의 화쟁사상이 그래서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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