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포 어촌계 “매립 뒤 조류 순환기능 떨어져 큰 파도 피해 우려”
거제시 “시설 제방에 파도 부딪혀 소멸, 태풍 불어도 문제 없어”

친수(親水)시설을 짓기 위해 현재 장승포항에 진행되고 있는 매립공사를 두고 장승포 어촌계가 뿔이 단단히 났다.

매립 착공 전인 지난해, 어촌계는 항만 해수 면적이 줄어 앞으로 어업 피해가 우려된다고 거제시에 피력했으나, 시는 이를 위한 뚜렷한 해결책도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시는 공사 추진 전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동의를 구했었고, 어촌계도 당시 공사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사업 주체는 경남도이기에 시는 사실상 깊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장승포항 친수시설 설치 사업은 거가대교 개통에 따라 해운 여객이 크게 준 장승포항을 친수관광 항만기능으로 바꾼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1년 7월 해양수산부의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경남도가 관리 이임을 받아 사업주체로 추진하고 있다.

친수시설의 총면적은 3만 6000㎡이며, 기존항만구역 내 2만 8000㎡와 해수면 매립으로 새로 생겨난 부지 8000㎡이다. 시에 따르면 친수시설은 주차장과 공원 중심으로 꾸며진다.

시는 이 사업으로 주차장 부지가 늘면 현재 장승포동 주민센터 주변에 형성된 카페거리의 교통난이 다소 해결되고, 공원으로 꾸며진 장승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 다시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어촌계, 사업은 찬성·매립은 반대

이에 장승포 어촌계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어촌계는 매립으로 항만의 해수 면적이 줄면 앞으로 태풍이 닥쳤을 때 큰 파도를 업은 거센 조류가 좁은 항만 안에서 휘몰아쳐 어업 선박들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촌계는 “어업에 종사하는 장승포 주민이 100명이 넘는다”며 “이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사업을 보류해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친수시설을 짓되 시설 아래로 조류가 흐를 수 있는 구조를 제안하기도 했다.

어촌계 옥규백 씨가 태풍이 닥쳤을 때 장승포항의 조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어촌계 옥규백(사진) 씨는 “장승포항은 태풍이 오면 바람이 북동풍으로 시작해 남동풍으로 바뀌어 조류가 항만을 돌면서 세력이 약해진다”면서 “그럼에도 해일 피해가 잦은 지역인데, 매립으로 조류순환이 나빠지면 큰 파도가 부두의 어선들을 덮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옥 씨는 또 “지난 3월께 한 번은 공사 인부에게 작업을 말린 적 있는데, 되려 공사 중단에 인한 피해액 100억 원을 물려낼 수 있겠냐며 으름장을 놓더라”며 “국비사업을 맡은 도급 업체가 시민을 협박하는 것부터가 이미 독단적인 행정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박성익 어촌계장은 “지난해 새거제신문에도 인터뷰했듯이 이 사업을 계속 반대해왔음에도 시는 내가 찬성했다고 다른 어민과 주민들을 속여 괜히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어촌계 다른 어민은 “지난 2월 어촌계 총회를 열었을 때 54명이 출석해 38명이 반대했다”며 “반수가 넘었는데도 거제시는 소수 어민이 반대하고 있다며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했다.

거제시, “주민 동의 구했다”

반면 거제시는 어촌계의 이 같은 주장에도 “1~2명의 어민이 반대하고 있다”고 입장을 견지했다.

시 관계자는 “장승포항을 살리기 위한 중요한 사업으로 모든 사업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좋은 기회”라며 “어촌계 요구대로 사업이 진행됐다면 비용과 시간이 3~4배 늘어 결국 사업이 취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여러 차례 열린 설명회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뒤 착공했다”며 “태풍피해 우려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 장승포동 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경남도 사무관이 대책을 내놔 당시 참석했던 주민들과 어촌계 어민들이 수긍했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친수시설 조성 뒤 큰 파도가 치면 제방에 쌓은 피복석에 부딪혀 부서지면서 소멸된다”고 설명하면서 “당시 주민설명회에 어촌계장도 참석해 ‘반대는 안 한다’고 뜻을 밝혔었다”고 말했다.

시공업체의 피해액 협박과 관련해선 “최대한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친절히 안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한편 장승포항 친수시설 조성사업 기간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이며, 실제 공사는 지난해 7월 시작해 오는 2016년 7월 마무리한다.

총사업비는 67억 7700만 원으로 순수 국비로 진행하며, 이 가운데 2억 9200만 원이 설계용역비이고 64억 8500만 원이 실제 공사에 쓰일 예정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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