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에서 일반인까지 어울리는 밴드 동아리
끈끈한 선·후배 정으로 학업성적과 연주실력 ‘쑥쑥’

▲ 맨 왼쪽 박용환(거제공고3) 학생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주석 지도 담당자·배성호(23) 씨·조명산(거제공고3)·오하연(옥포중3)·조용재(거제공고3) 학생

5년 전 4월 지역 음악계에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2008년 당시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중·고교생 록밴드(rock band) 두 팀이 뭉쳐 ‘에이프릴(April 4월)’이란 음악동아리를 만든 것.

이로써 음악이 하고 싶어 모인 유대관계가 중1에서 고3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결성 뒤 수년이 지난 지금은 학업을 벗어난 졸업자들도 여전히 동아리에 적(籍)을 두고 후배들의 실력 향상을 돕고 있다. 올해는 일반인 팀까지 따로 꾸려 다채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중·고교생과 일반인까지 3세대를 잇는 에이프릴이 그들만의 특별한 빛깔을 띠고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각종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지난달 26일 ‘옥포청소년 문화의집’에서 에이프릴 회원 중 5명을 만났다. 수년간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배주석(47)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취재는 문화의 집 2층 밴드연습실에서 진행됐다. 좁지만 아담한 이 공간은 20명 가까운 회원들이 한데 모여 연습하고, 또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먼저 배주석 씨가 밴드를 소개했다.

에이프릴은 말 그대로 4월에 만들어져 그 이름이 붙여졌다. 장목중학교 ‘페롤라이즈’ 밴드와 거제공고 ‘한반도’ 밴드가 합쳤다. 각자 밴드가 없어진 건 아니다. 당시 두 밴드 모두 배 씨가 지도하고 있었고, 특히 페롤라이즈는 창단할 때도 배 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배 씨는 “학교를 졸업한 뒤 번듯한 직장을 다녀도 음악을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더라”며 “그래서 다시 모일 수 있도록 만든 밴드가 에이프릴”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또 “요즘엔 초·중학교에서 밴드를 활성화하지만, 고등학교 진학하면 학부모 반대가 심하다”며 “연습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중·고교 연합을 생각해냈다”고 덧붙였다.

배 씨는 에이프릴 결성 당시 문화의집에 동아리 창단 신청서를 직접 제출하기도 했다.

에이프릴은 두 학교를 중심으로 뭉쳤지만, 현재는 다른 학교 학생들도 가입해 2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나이와 학교의 경계를 무너뜨린 시도는 새로운 음악환경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졸업 등의 이유로 밴드 활동의 맥이 끊어지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흥미를 잃거나 포기해 버린다. 심하게는 앞서 말한 것처럼 방황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에이프릴에선 어릴 때 하던 밴드 활동을 어른이 돼서도 할 수 있다.

중학생에서 일반인까지 두루 연결된 선·후배 관계는 음악 활동 외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회원 개개인의 철저한 성적 관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 역할을 선배들이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게는 동생들 공부를 도와주는 것에서, 크게는 취업에 성공한 졸업자들이 고학년들의 취업진로를 함께 고민한다.

조명산 학생은 “밴드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학교생활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른 친구들이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 선배들에게 구직경험을 직접 전해 들으니까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조용재 학생은 “무대경험이 늘수록 무대에서 뛰는 게 재밌어지고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며 “학교에서 취업을 위해 하는 면접 연습에도 당당하게 내 생각을 말하게 됐고, 선생님들도 좋게 평가해주셨다”고 말했다.

배 씨는 음악을 직업으로 절대 삼지 말고, 취미로만 하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좋은 직장을 구한 뒤 취미로 음악을 계속해도 된다는 것. 그래서 연습도 70년대 록음악을 교과서 삼고 있다. 기본만 충실히 다져놔도 어느 그룹에 가든지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에이프릴은 탄탄한 기본과 끈끈한 팀워크로 그 실력을 일취월장시켰다.

배 씨는 “1년에 전국대회 12개 정도 나가는데 모두 상을 받아온다”며 “여수국제음악회에서 페롤라이즈가 참가해 1등으로 국무총리 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전국을 누비는 에이프릴이 정작 거제에선 힘을 못 쓴다고 한다. 이유는 거제의 공연문화가 다른 지역보다 뒤처져있다는 것. 공연하면 밴드와 관중이 함께 호흡하고 어울려야 하는데 거제에선 그런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에너지가 넘쳐야 할 청소년들까지 팔짱을 끼고 시큰둥하다고 한다.

배 씨는 “학생들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도 지역 문화인들을 비롯한 어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에이프릴은 현재 회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보컬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노래 잘 부르는 학생들은 많아도 다른 악기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하는 인재는 찾기 힘들다고 한다.

배 씨는 “밴드는 모든 구성원이 서로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존중해야 실력이 빨리 는다”며 “음악은 잘하면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만 못하면 잡음에 불과하다”고 말을 맺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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