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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없는 주민공청회라니…[기자의 눈] 이동열 취재부장

지난 18일 오후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 사업계획(안) 주민공청회는 사실상 ‘주민’ 없는 주민공청회였다. 이번 공청회는 관련법에서 꼭 하도록 정한 절차인데, 줄잡아 100여 명이 발걸음 하는 데 그쳤다. 공청회 주제를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다.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에 진짜 ‘주인공(주민)’은 없었다는 얘기다. 공청회를 주관한 해양수산부·사업시행자인 거제빅아일랜드PFV·거제시 관계자가 다수였고, 6·4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을 빼면 오롯이 주민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뜩이나 관심 낮은 공청회였는데, 멍석을 깐 해양수산부의 무성의한 태도는 주민들의 눈살을 더 찌푸리게 했다. 사업계획(안)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나눠주질 않아서다. 바쁜 사람들 모아 놓고선 그저 “우리 얘기 듣기만 하세요”라는 투다. 이 지경이니 참다못한 방청석에서 “공청회를 다시 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거제 밖에서 전문가로 통하는 양반(兩班)이 내놓은 의견도 겉돌기는 매한가지였다. 이 동네와 동떨어진 국외의 앞선 사례를 예로 들거나 주민들에게 잘 와 닿지 않는 두루뭉술한 내용만 흩어놔 핵심을 벗어나 보였다. 음식으로 치면 뭘 먹긴 먹었는데 여전히 ‘배도 고프고, 영양가도 없는’ 그런 상태다.

이런 ‘반쪽’ 공청회 자리에 주민들이 오래 있을 리 없다. 사업시행자 쪽의 사업계획(안) 설명이 끝난 후 잠깐 쉬는 시간에 참석자 상당수가 회의실을 떴고, 공청회 중간에 수시로 빠져나가더니 급기야 질의응답 순서 땐 스무 명 남짓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더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는 뜻일 테다.

요즘 유행하는 가요 한 구절에 빗대면 이날 공청회는 ‘공청회인 듯 공청회 아닌’ 공청회였다. 고현항재개발지역협의회가 성명을 내 공청회 무효를 주장하면서 “제대로 준비해 다시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한 것도 공청회가 이도 저도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상황이 이런데 거제시는 이번 공청회 홍보를 위해 할 건 다했단다.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면·동에 협조를 구하는 정도는 기본인데도 말이다. 해수부도 공청회가 끝난 뒤 주민 참석이 적어 아쉬워했다는데, 사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정상 아닌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둘 다 ‘도진개진’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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