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부 택시기사들, 위험성 제기
행정 탁상공론 아닌 민·관 머리 맞대야

저녁 퇴근 시간 자전거 이용 근로자들이 무리를 지어 도로를 건너고 있다. 주변에 건널목 대신 지하도가 있으나, 계단이 높아 이용하기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장승포 지역의 심각한 교통문제로 오랫동안 지적받고 있는 ‘두모 로터리’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민·관·산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두모 로터리 현장에서 만난 지역 택시업계 일부 종사자들은 이 같은 주장을 펴면서 “오랜 택시운전 경험으로 누구보다 이곳 교통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행정당국은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말고, 택시·버스 기사 등 현장경험이 풍부한 민간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모 로터리는 두모와 능포, 장승포, 마전 지역을 잇는 이 일대 교통 요충지로 거제지역에서 교통량이 많기로 이름난 곳이지만, 정작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는 없다.

20여 년 전에 설치됐다고 알려진 지하도가 길을 건너는 유일한 수단인데, 이마저도 출입구 계단이 높아 노약자 및 장애인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로를 무단횡단하기 일쑤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1월 옥포조선소 근로자가 저녁 7시께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무단횡단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사건이 있은 뒤 경찰은 자전거 무단횡단 단속을 강화했으나 임시방편에 그쳤고, 현재까지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1일 저녁 6시께 현장을 확인해보니 조선소 북문에서 나온 자전거 이용 근로자들이 무리를 지어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이들은 교통흐름을 봐가며 차량이동이 멈췄을 때 길을 건너는데, 급하게 이동하다 차량과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 가운데 한 자전거 이용자는 “매우 위험한 것은 잘 알지만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역시 “지하도가 있긴 하지만 자전거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들도 움직였으나, 4월 현재 이렇다 할 성과는 없어 보인다.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김한표 국회의원이 관련 내용으로 거제경찰서 교통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 안건을 올렸으나 부결됐다.

권민호 시장도 올해 3월 초 로터리에 있는 동해주유소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것을 심의위에 건의했으나, 해당 도로가 굴곡져 사고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또 부결됐다고 한다.

지난달 26일엔 한기수 시의원이 거제시의회 임시회 5분 발언에서 “역대의원들이 횡단보도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지적했으나, 행정은 지하도가 있어 횡단보도 설치는 비효율적이라며 방치했다”면서 “지하도를 존치하더라도 꼭 필요한 부분인 동해주유소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능포동에서 커브길을 돌아 로터리 방향으로 내려오는 차량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예비신호 및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의원의 제안 역시 실정에 맞지 않다고 11일 택시기사들은 지적했다.

한 택시기사는 “커브길에 설치된 횡단보도는 운전자 사각지대라 안전시설을 설치해도 매우 위험하며, 사고발생시 뒤차의 2차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며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지하도 계단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래서 각계각층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

다른 택시기사는 “행정의 탁상공론으로 현실에 맞지 않게 처리되는 것을 여러 번 봐왔다”며 “이 문제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시민 의견을 꼭 수렴해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거제시는 두모 로터리와 관련해 횡단보도 위치를 변경해 5월 중순께 재추진할 것이라고 의사를 밝혔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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