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형.
텔레비전을 통해 본 안데스산맥/ 고산지대의 인디오 생활/ 스페인 정복지들에 쫒겨/ 깊은 산꼭대기로 숨어든 잉카의 후예들/ 주식이라며 자루에서 꺼내 보이는/ 잘디잔 감자가 형형색색/ 종자가 십여종이다// 왜 그렇게 있느냐고 물으니/ 이놈은 가뭄에 강하고/이놈은 추위에 강하고/ 이놈은 벌레에 강하고/그래서 아무리 큰 가뭄이 오고/ 때아니게 추위가 몰아닥쳐도/ 망치는 법이 없어/ 먹을 것은 그래도 건질 수 있다니/ 전제적인 이 문명의 질주가/ 스스로도 전멸을 입에 올리는 시대/ 우리가 다시 가야 할 거기 인디오의/ 잘디잘은 형형색색 제 각각인/ 씨 감자 속에 있었다

윤재철의 인디오 감자란 시입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면 수확량이 많은 품종만 심으면 유리하겠죠. 그러나 우리 세상사가 어디 그렇습디까. 저마다 다른 씨감자의 가치는 문명의 다양성을 보듬지 못하는 우리네들이 새겨들어야 할 함의가 있네요.

ㅇ형.
5~60년대, 70년대 초까지 거제시하면 정치가 화두였죠. 그만큼 정치가 거제시의 브랜드화 하다시피한 세월이었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컷던 현상이기도 하고요. 다음으로 거제시는 조선산업의 메카로 국내에 회자되기 시작했지요. 사실 조선산업은 그만큼 거제를 살찌게 했지요. 우리들 어린 시절 그 가난을 어찌 다 표현하겠습니까. 이런 현실을 밀쳐내고시민 소득이 나라안에 소문났고, 덩달아 졸부들도 춤을 추게 되었죠.
거제시가 조선산업기지화로 말미암아 문화현상도 80년대 들어서면서 변화를 겪기 시작하지요. 60년대만 해도 거제시의 문화예술인들은 가뭄에 콩나듯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풍성하다고 해야할까요. 한면에서는 범아제비 춤을 추는 풍요도 있지요.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안되는 문장이 난무하는 문제는 문학인들 스스로 자중(自重)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지역 언론계는 스스로 정화를 해야할 것입니다. 외형으로는 문화가 풍성한데요. 속살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문화의 격은 문화인 스스로 승화시켜야 하는데요. 이런 현상이니 문화예술에 대한 관민의 지수도 제로베이스에 가까웠지요. 먹고 사는 문제에 몰입하다보니 일어나는 양태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다른 측면으로는 재정적인 부의 축적만큼 문화현상도 유발되지 않았죠. 그만큼 관민((官民)의 관심 밖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된데에는 문화예술인들도 피해가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현상은 지금 거제 정치바다도 무인도나 진배없습니다.

ㅇ형.
80년대 문협 거제지부가 태동하면서 거제문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지요. 당시 이영호 시인은 문협을 태동시킴과 동시에 예총(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거제지부를 창립하였지요. 이영호 시인은 당시 이 두 단체를 만드려고 무척 애를 태웠죠. 그리고 연이어 청마의 묘 이장(移葬)으로 거제문학의 중흥을 이끌어 내었지요. 당시에 김득수 전 시의회의장도 무척 애를 쓴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무튼 이를 기폭제로 많은 문화예술단체가 태동했지요. 지금은 문예진흥기금의 수혜단체가 28개라고 하니 상전벽해(桑田碧海)의 현상이네요. 이처럼 문화예술단체가 풍성하니 가히 예술의 시(市)라고 할 만하지요.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 보면 문화의 권력화가 엄청난 곳이 거제시이기도 합니다. 거제문화원은 그 원장 자리가 무슨 세습제 같습니다. 문화원은 원래 지역문화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특수법인체로 일종의 문화단체입니다. 그러나 운영비는 상당액이 관의 보조금으로 충당되고 있으니 관변단체인 셈입니다. 이럼에도 시의 감사나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입니다. 부실 감독은 자연히 문화권력자로 자리매김되는 것입니다. 시의회도 이 단체를 제대로 들여다 보았다는 얘길 들어본 적 없습니다.

ㅇ형.
다음으로 시의 어느 문학단체는 거제문협과 담을 쌓고 이곳의 회원은 문협 가입을 불허한다고 합니다. 회장의 특명이라니 무슨 왕조 국가인지. 문학을 볼모로 권력화한다는 것은 어느시대의 이야기인지. 원시적이고 너무나 원석인 것은 거제문학계의 쑥쓰러움이겠지요. 아무리 끼리끼리라고 하지만 참으로 독특한 문화권력 형태가 아닌지요.
거제시에는 문학하는 정치인들도 있던데 이분들은 거제 문화 일반적인 것들에 대해서 그 이해의 폭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듭니다. 표를 얻기 위해 문학단체에 적을 두었다면 탈퇴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새거제신문(2월27일자 1면 ‘거제 예술인 복지 사각지대’ 제하 기사)을 눈썰미가 있었으면 보았으리라 믿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거제 문화예술의 민낯에 대하여 그 어떤 방향을 잡아보았을 것입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보았다면 아무런 울림이 없겠지요. 하기사 시비동산의 오류도 모른체 테이프 컷팅에 참석했던 현실이었으니 달리 할 말도 없으리라 봅니다. 또 하나, 거제시립 박물관이 없습니다. 이럼에도 어느 시의원이 이 문제를 거론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시립 박물관이 없으니 거제시의 역사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뿐더러, 관변에서 설치는 얼치기가 발굴된 문화재를 팔아먹어도 모른다는 얘길 오래전부터 들은 기억이 나네요. 민속박물관 문제도 뜨거운 감자인 걸로 압니다.
이럼에도 관청이나 시의회는 무엇을 하는지, 의회의원들의 문화지수가 의심스러울 수박에 없습니다. 지방의 토호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요.

ㅇ형.
칼럼을 통해 시당국에도 누차 건의한 적이 있는데 마이동풍(馬耳東風)이네요. 나라에서도 문화융성이란 아젠다를 설정하고 대대적인 문화발전에 공을 들이는데, 시에서는 문화관련 전문인력에 대한 인식조차 없으니, 그러니까 문화관련 직은 한직으로 쉬었다 가는 자리로 인식하고 있으니 문화에 대한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이겠지요. 올바른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문화행정을 추진하는 그런 공무원을 볼 수가 없을까요. 시 차원에서 문화행정의 비전문성을 불식시키는 행정이 이뤄져야 하리라고 봅니다. 조선산업이 언제까지 거제시를 먹여 살릴 거라고 보는지요. 전문가를 안에서 배출할 수 없다면 밖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문화정책이 보조금에 의존하는, 보조금으로 환치되는 원시행정에서 과감히 탈바꿈해야 할 것입니다. 보조금 일변도의 문화행정은 지역의 문화권력자를 잉태시키는 것입니다. 보조금에 목매는 행태는 그만큼 문화행정이 원시화되는 퇴행의 길이기도 한 것이지요.

ㅇ형.
시민은 일반시민과 교양시민으로 구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나 종교인, 예술가, 상공인들은 공적 윤리와 세속적 경건성을 겸비한 존재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시민의 양식은 부르주아의 자존심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급작스런 경제발전으로 해서 언필칭 졸부의 탄생, 그러니까 교양없는 중산층이 태동한 것이죠. 실속 없는 겉모습만 중산층, 바꾸어 말하면 속을 채우는 콘텐츠가 생략된 외형만 번지르한 시민인 비정상적 중간계급이 태어난 작금의 현실인 것이죠. 이 현상이 지금 거제 바다에 팽배해 있는 것이죠.
이제 식민지의 터울과 해방, 6.25의 동족상잔,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로 여과되지 않은 각종 권리와 이익의 주장은 무엇을 동반했는지 성찰의 세월 앞에 섰음을 자각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함의(含意)가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문화를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시의회 의원들도 이제는 지방의 토호 세력으로 군림하지마세요. 그리고 관청에서도 문화행정의 청맹(靑盲)과니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보조금 주는 게 능사가 아닌 것인데. 진제(眞濟)하는 마음으로 문화정책을 잘 세워주었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문화 청맹과니로 살 수는 없는 것일 텐데 말입니다.
조선공업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를 바라보고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유념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지금은 ‘문화행정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인 것입니다.

ㅇ형.
지금 선거의 계절이라 정치하려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던데, 이 가운데 거제시 문화발전에 대한 아젠다를 설정한 사람은 잘 보이질 않네요. 개발 지상주의에 함몰된 이들의 사고 양태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거제를 거제이게 하려는 정치인이 아니라 거제가 더욱 망가지도록 개발에 목메는 이 현실도 이제는 시민이 밀쳐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문화예술인들이 깨어나야 할 시점입니다. 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문화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제시 예총회관 건립을 제안합니다. 예총이 주관 단체가 되어서 회관 건립의 당위성을 설파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오송시는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임에도 예술단체를 한 건물로 몰아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발산한다고 합니다. 특히 학교 측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극대화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문화단체가 한곳에 모여 종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잉태하니 초등학생들의 문화창출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문화예술은 끼리끼리 문화가 아닙니다. 공유하는 문화인 것입니다. 이제는 거제예총이 힘을 발휘할 시기입니다. 분산된 것을 하나로 모아 게제시의 문화지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합니다. 전임 예총회장이 함께 가고 싶고 동화되고 싶어도 따로 또 따로 가는 거제문화단체의 행태에 안타까워하던 말이 생생합니다. 이제 각 단체들도 융합의 함의를 터득하여 거제시 문화예술 발전의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잘난척 한다고 빛나는 게 아니겠지요. 예총과 함께 예총회관 건립에 초석을 놓았으면 합니다. 문화예술회관은 관변기관이니 철저히 별개의 사업임을 명심해야 하겠지요. 예총회관은 철저히 민의 힘을 보여주고 항구적이어야 하겠지요.
휴면(休眠)에 있는 여객선 터미널이나 활용하는 원시적인 행태는 지양(止揚)하고, 문화예술인과 시민이 선봉이 되어, 의회와 관이 후원하는 행태를 지향(志向)하시면 될 것입니다. 정치가 판치는 거제가 아니라 문화예술이 성숙하는 거제시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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