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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에 대한 투자 절실하다강돈묵 /거제대 교수

어린 시절의 자극은 평생을 두고 영향을 준다. 그것이 바람직한 자극이었든 그렇지 못한 것이었든 그의 생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필자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만난 젊은 연극배우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전기도 없어 희미한 등잔불빛 아래 바라본 연극배우의 모습은 지금껏 예술인의 모습으로 내 가슴에 남아 있다. 그는 유명한 연극배우도 아니어서 이름조차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내 기억 속에 ‘예술’이란 단어를 처음 심어준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는 동네에 사는 분의 친척이라 한번 거쳐 갔을 뿐인데도 나는 오십 년도 넘게 기억하고 있다. 동네 사랑방에 들러서 어린 학생들에게 별다른 행동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굳이 연극에 대해 너스레를 풀어 놓은 경우도 아닌데, 지금껏 내 가슴에 남아 예술을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어린이들에게는 전문적인 어른들의 모습이 색다름으로 다가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술인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만도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성장하는 세대들에게 예술에 대한 꿈을 키우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물론 예술인들에 대한 배려는 그들의 복지 차원의 문제이기는 하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미래를 내다보는 가치가 충분히 있는 투자라는 점이다. 예술의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 우리 지역의 예술인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가 짚어 보고 싶다. 이곳은 수려한 자연 경관이 있어 얼마든지 많은 수의 예술인들이 찾아들어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곳이다. 또 현재에도 많은 예술인들이 이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배려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회합할 수 있는 공간, 연습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연습실과 전수관, 그들의 노고를 지역민들에게 보여줄 전시관 등에 대한 배려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또 이 지역의 예술인들은 타 지역처럼 공간의 임대가 무료가 아니다. 여기에 지역 예술의 위상을 상징하는 예총 사무실이 창고를 리모델링한 열 평 남짓한 공간이라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8개 지부 4백여 명이 소속되어 있는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거제지회의 위상이 이 정도인가.

어떠한 일이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어려움은 따르기 마련이다. 뜻이 있어도 예산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추진할 수 없다. 하지만 뜻을 세우고 끝없는 노력을 경주할 때에 우리에겐 희망의 불빛이 보이는 법이다. 오늘 당장 회관 건립이 어렵더라도 뭔가 계획을 세우고 가시적인 추진이 있어야 한다. 또 지금 당장 회관 건립이 어려우면 차선책으로 뭔가 대책은 세워야 한다. 열 평의 사무실이라면 거제 예술의 얼굴로는 너무도 부끄럽다.

문화원도 그렇다. 지역의 문화 창달에 앞장서야 할 문화원은 무엇보다 시민의 접근이 원활해야 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경우 주차장도 없는데다 대로변에 위치하여 시민들이 드나들기에는 불편함이 많다. 대단한 각오 없이는 한번 들르기가 어렵다. 이러한 실정이라면 뭔가 대안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문화를 이끌고 나갈 수 있다. ‘식사문화도 문화는 문화다’ 하며 안주하기보다는 지역의 고급문화를 선도하고, 고유문화는 기리는 데에 앞장서려면 뭔가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개선안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행정의 어려움은 잘 모른다. 다만 의견이라면 회관을 건립하기 전까지는 있는 시설의 활용이 최선일 것이다. 거제에서 가능한 시설을 찾아본다면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과 장기간 비어 있는 장승포 여객선 터미널이다. 폐교된 초등학교의 건물은 오지라서 예술인들은 물론 시민들의 접근에 문제가 있다. 혹여 예술인들의 창작실로는 활용 가능할지도 모르나 단체의 사무실로는 부적합하다.

이에 비해 장승포 여객선 터미널은 여러 면에서 적합한 장소이다. 앞으로 어떤 활용 계획이 있는지는 몰라도 장기간 비어 있는 실정이고, 여객선 터미널로는 더 이상 활용이 불가한 것이라면 한번 임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하여 문화원과 예총이 함께 하는 시설로 활용된다면 충분히 문화예술을 위한 시설로 제 구실을 하리라 믿는다. 시민의 접근성은 물론 넓은 공간은 활용도가 높다. 주차 공간이 확보되고, 야외 전시도 가능하다. 건물 안의 로비 공간도 전시가 가능하고 사무실은 물론 연습실, 전수관 등 필요한 것이 모두 해결되리라 믿는다. 이곳을 활용한다면 거제를 찾는 관광객에게도 거제의 예술을 알리는 좋은 장소가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예술인들의 활동의 효과는 당대에 멈추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에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난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거제의 원대한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가 있기를 소망해 본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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