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안스님 /연등사 주지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중생들은 괴로움에 근원을 두고 있다. 각자 그 괴로움의 모습들은 다르겠지만 불편한 마음인 것만은 사실이다.
법당에 앉아 부처님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중생들을 늘 바라보시는 부처님은 얼마나 안타깝고 슬퍼하실까? 하는 마음이 든다.

탐욕이 많은 자는 채워지지 않는 욕심 때문에 괴로워해야 되고, 권력의 야욕에 가득 차 있는 자는 그 권력의 권좌에 앉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괴로워해야 하며, 아이는 과자 때문에 괴롭고, 노인은 자기를 챙겨주지 않는 주위 사람들에게 원망을 가지면서 이 사바세계에 있는 중생들은 늘 괴롭다.
우리에게 젊음이 떠나버린 늙음, 건강을 잃어버린 병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랑이 아무리 많이 주어도 넘치는 것이 아니건만 넘치기를 기다리는 아쉬움, 함께 살면서 더불어 살기 싫은 괴로움은 과연 어디에다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일까?

왕자로 태어나신 부처님도 이 문제 때문에 출가(出家)를 하셨다. 부처님 출가를 극구 반대하던 아버지인 정반왕에게 부처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말씀하시고,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출가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고 있다. 자기가 가지는 소유의 인정이나 부정보다는 그것을 가지는 마음에 근원을 둔다.

집착하지 않는 마음, 모든 괴로움은 소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것은 내 것이라는 마음, 이것은 내 자신이고, 내 남편이고, 내 아내이며, 내 자식이기 때문에 항상 내 마음에 따라 순응해야 하며, 꼭 거기 있어야 된다는 관념, 그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무너졌을 때 우리는 괴로워한다.

자신의 내면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가 부정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괴로움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주는 마음이 있어야만 사라진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이웃에게 친절과 감사를 주어라. 친절과 감사는 나 자신도 기쁘게 하지만 다른 사람도 기쁘게 한다. 지식과 지혜를 주기 위하여 노력하고, 소유를 나누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우리 서로 이웃과 더불어 산다면 소유의 괴로움은 사라질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침해하고, 생각을 침해하고, 재산을 침해하는 내 윤리보다는 자기의 자리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것도 커다란 공덕이 될 것이다.
자신을 지켜주는 공부는 괴로움을 만들지 않을 것이며, 둥근 마음은 항상 즐거울 것이다. 그 속에는 네모도 세모도 함께 할 것이다. 그러므로 네모와 세모가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즐거울 수가 있다.
둥근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둥글게 보이고, 세모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모로 보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 각기 자신의 자리에 있다. 자신의 자리는 그것이 어떤 것이건 자기 자신의 자리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가장 낮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내 자리이고, 자신이며, 높은 것이라 하더라도 내 자리인 것처럼 자기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하면 오직 향상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괴로워 할 일이 없으며, 자기를 챙겨주지 않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 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우리 중생이 사는 세계를 ‘사바세계’라 한다. 이것은 ‘참으면서 살아야 되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똑같은 세상에 살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한 곳에 머문다는 말씀이 부처님 경전에 반복된다.
부처님 재세시에 부처님 수행을 방해했던 마왕 파순이 이렇게 유혹한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에 의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모든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니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기뻐할 것이 없으리라.”그때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 근심이 되나니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그 나름대로 살아가는 기쁨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소유에 목적을 두느냐, 삶의 존재에 목적을 두느냐가 다를 뿐이다. 상대는 마찬가지이나 그것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느끼는 마음은 하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모든 괴로움은 집착에서 생기므로 우리는 집착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열반적정의 세계로 들어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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