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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 피해 노인의 항변전의승 /편집국장

지난 7일 보이스피싱 금융사기를 당한 한 노인의 정황과 관련해 그 정황의 부분인 해당 금융기관의 대응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장남 이름을 분명히 거명하며 “아들이 모씨의 채무보증을 했고 납치했으니 보증을 이행하지 않으면 해치겠다”는 거듭된 협박, 그리고 아들인 듯한 비명소리. 노인의 심리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사기꾼의 언술에 다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속히 입금하지 않으면 해치겠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통화를 끊지도 말라”는 사기꾼의 압박에 금융지점까지 가서도 복잡한 심리였으리라. 금융 창구의 간부 직원을 보고 조용히 다가갔다. 그는 이 상황을 해소할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통화를 끊지 못해 말을 할 수 없으니 간부 직원에게 메모지를 요청해 몇 자를 적는 순간, 거절성 멘트가 돌아왔다.

노인의 메모는 ‘아들이 보증돈으로 대..’에서 이어지지 못했다. 절박한 심경의 노인에게 금융기관 간부는 “저희는 이런 일(보증 관련)을 하지 않는다”며 노인의 메모를 밀쳐낸 탓이다. 어쩔 도리가 없어진 노인은 사기꾼의 거듭된 압박에 무너지고 말았다. ATM기기로 가서 사기꾼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고 만 것이다. 아들과 통화가 된 직후에야 속았음을 알았다.

노인의 항변은 이렇다. 자신의 메모를 막지 않았더라면, 보이스피싱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고, 메모가 채 끝나지 않았는데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투로 나온 것 자체가 금융기관 직원의 태도로서 온당하냐는 것이다. 필자와 지난 10일 해당 지점을 함께 찾은 노인은 간부 직원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해당 직원도 ‘메모를 밀쳐낸’ 사실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 다만, ‘납치’라는 표현이 메모됐다면 금융사기 시도로 인식했을 것이란 해명이다.

양 측 정황을 파악한즉, 결과론이지만 노인의 오판과 금융기관 간부의 오판이 각각 작용했다. 이번 수법은 몇 년 전부터 횡행하던 고전적 수법이기도 하다. ‘스미싱’ ‘파밍’ ‘메모리해킹’ 등 진화하는 수법에 비해 구식인 이번 금융사기가 통한 이유도 생떼 같은 자식을 들먹이는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노년층이기에 가능했던 셈이다. 이런 점에서 해당 직원은 노련하지 못했고 예단했다.

기자와 노인이 함께 한 자리에서 해당 간부직원과 지점장은 금융 최일선에 있는 만큼 금융사기예방과 차단을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쓰고 있다는 설명을 부연했다. 물론 그러고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하는 일이다. 노인의 경우는 특히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들을 해치겠다는 거짓협박에 판단력이 순간 마비됐던 노인, 다급히 메모를 적는 노인을 조금 더 지켜보질 못하고 오판했던 직원. 횡행하는 금융사기 이면에 놓인 씁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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